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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의 읽을 만할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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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11월의 읽을 만한 책  


문 학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저/역자 : 김경욱

    출판사 : 창비

    2011-09-30 / 299쪽 / 11,000원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소설가 김경욱의 열한 번째 단행본으로서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는 크게 세 가지의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다. 첫 번째는 ‘일상의 정치학’적 측면이다. 표제작인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를 보면, 열네 살의 어린 소녀가 같은 반 부르주아 남학생 세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그 어떤 복수도 성공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현실을 신의 분노와 인간의 의지 사이의 문제로 환치시켜 형상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감정의 사회학’적 측면이다. 수록작 「99%」를 보면, 상위 1%인 인생을 질시하면서도 거기에 편입되려는 속물적 욕망으로 가득 찬 99%의 인생들이 씁쓸하게 제시되고 있다. 세 번째는 ‘긍정의 철학’적 측면이다. 또 다른 수록작인 「연애의 여왕」에서는 연애마저 ‘주마간산’식으로 하는 냉소적 주인공이 결국에는 떠나려는 전(前) 애인에게 마지막 구애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이 소설집을 “누군가 세상을 겨우겨우 살아내는 소리들”로 채우면서 정치학적·사회학적·철학적인 묵직한 주제를 구체적이고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핍진성 있게 형상화한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최고의 소설가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소설 그 자체로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역 사
      수녀원 스캔들

    /저/역자 : 주디스 브라운 / 임병철

    출판사 : 푸른역사

    2011-09-01 / 329쪽 / 16,5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실제 내용을 보면 더욱 쇼킹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17세기 초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그 곳에 위치한 소규모의 신설 수녀원 그리고 그 속에 은둔해 살아가던 어느 수녀의 이야기다. 주인공 베네데타 수녀는 벨라노라는 산골 소녀 출신으로서, 종교적 환영 즉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여러 성인의 출현을 목격하는 체험을 한다는 주장으로 아주 이른 나이에 수녀원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신과 소통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후에 거짓으로 판명되었고, 이로 인해 그녀는 오랜 수감 생활 끝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이러한 환영 진실 여부와 관련된 이 책의 생생한 심문기록과 수녀들의 증언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주제는 이 책의 서론에 불과할 뿐이다.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가 오늘날과 달랐던 당시 종교의 시대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베네데타의 신비한 경험 운운 자체가 삶의 진실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교회 당국은 그녀의 신비한 경험 자체보다는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그녀의 동성애 행각에 더욱 경악했다. 그리고 이러한 동성애는 당시 관념으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행위였다. 교회 당국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 것은 그녀가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면서 스스로 남성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저자 주디스 브라운은 베네데타 수녀의 환영 주장과 동성애에 대해 조사한 심문기록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이라는 영화 같고 소설 같은 흥미로운 역사서를 썼다. 이 책은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기록이 역사의 내러티브로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미시사적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철 학
      철학

    저/역자 : 니컬라스 펀 / 최훈

    출판사 : 세종서적

    2011-08-31 / 320쪽 / 14,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3천년 가까이 철학이 발전해 오면서 많은 학문들이 분리해서 독립된 분야로 나갔다. 정치학, 경제학, 법학, 자연과학,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심리학이 철학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이제 철학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정답이 없는 질문만이 남았다. 어쩌면 정답이 나오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철학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 철학이 여전히 던지는 질문들은 과학적으로 분석되거나 검증될 수 없는 것들인가? 철학자들은 과연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철학에 현재 남아 있는 분야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인간과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네 가지 분야로 압축된다.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논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철학자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과연 어떤 질문들인가?
저자가 처음으로 던지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라는 형이상학적 질문은 다시 자아의 문제, 자유의지와 운명의 관계, 마음과 기계는 같은 것인가? 몸과 영혼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라는 문제들로 나뉜다. 저자는 두 번째로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을 던진다. 인식론은 인간이 진리를 터득하게 되는 방법론과 “진리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저자는 셋째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윤리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내 행위가 도덕적 행운에 의존하는가 아닌가”라는 질문, “나의 도덕적 관심의 정당한 한계는 어디인가?”, “삶과 죽음의 의미는?”이라는 문제들로 퍼져나간다.
저자는 이 해묵은 질문들, 이제 더 이상 물어봐야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은 질문들을 다시 현대 최고의 철학자들에게 직접 인터뷰를 통해서 물어 본다. 그들은 과연 어떤 답을 제시하고 있을까? 이 대단히 흥미로운 기획의 결과는 과연 우리를 더욱 지혜롭게 만들어 줄 것인가?

 


정치/사회
      사회적 기업의 이슈와 쟁점

    저/역자 : 김성기

    출판사 : 아르케

    2011-09-20 / 235쪽 / 19,000원

    추천자 : 마인섭(선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자본주의의 진화 또는 새로운 유형의 시장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아나톨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 등의 책들이 소개되어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고, 『자본주의 구하기』와 같은 제목의 책들도 눈에 띈다. 이것은 2000년대 세계 경제의 불황과 새로운 형태의 갈등과 혼돈에 대한 독자들의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하던 서구 선진 국가들에서의 경제 문제들은 고용 없는 성장과 실업률의 증가, 빈부 격차의 확대, 중간층의 감소와 신빈곤층의 증가, 신사회적 위험의 발생과 증가, 각국의 재정 적자와 파산, 복지 재정의 고갈 등이며 그 악순환의 파장이 커져가고 있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의 소위 99%의 반란으로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주역은 기업이며 만약 자본주의가 진화한다면 그 변화의 중심도 기업일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을 넘어 ‘빈곤과 실업, 사회적 배제, 지역 공동체의 해체, 돌봄, 교육, 문화’ 등의 사회적 가치들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다. 이 책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학가의 기본서일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시사 교양 도서로도 적절하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기초 설명 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설명을 고용, 제도, 지배구조, 자원 혼합 그리고 지속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논의하고 발전 과제들을 제시하여 정책 전문가로서의 분석과 혜안도 동시에 과시하였다. 학술적인 용어, 영어 용어의 번역 등으로 다소 읽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저자의 진지한 설명이 있고, 그에 해당하는 사례 소개가 충분하여 전반적인 이해에는 어려움이 없다.

 


경제/경영
      달러제국의 몰락

    저/역자 : 배리아이켄그린 / 김태훈

    출판사 : 북하이브

    2011-09-30 / 308쪽 / 16,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걸린 대립은 흔히 ‘전쟁’으로 이해하기 쉽다. 1980년대 들어 일본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무역을 둘러싼 미국, 일본, 독일의 대립을 국가 간의 ‘무역 전쟁’으로 보는 책들이 많이 출판됐다. 이어서 1990년대에는 아시아가 금융위기를 맞고 2008년에는 월가 발 금융위기를 맞게 되자 강대국 통화의 부침을 ‘화폐전쟁’으로 보는 책들이 많이 출판됐다. UC버클리대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쓴 『달러제국의 몰락』도 급속히 약화된 미국의 경제적 지위와 달러의 운명을 다룬 책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국제금융 및 국제통화시스템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석학이 쓴 국제통화에 관한 책은 다른 책들과 어떻게 구별될까? 우선 그는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강대국 통화 간의 경쟁을 음모나 전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달러가 20세기에 파운드화를 누르고 세계적 통화로 부상하게 된 역사적 과정과 최근 유로의 등장 및 달러의 영향력 쇠퇴 과정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 지난 몇 세기간 세계경제 변화과정에서 강대국 통화의 영향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달러, 파운드, 프랑화 간의 이해상충이 불가피한데 그때마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보여 준다. 아울러 위안화가 세계적 통화가 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암시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세계를 지배하는 통화는 음모나 전쟁의 산물이 아니라 자국의 지속적 성장에 따른 경제력의 산물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력 없이는 세계를 지배하는 통화가 될 수 없고, 그런 점에서 달러는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 학
      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

    저/역자 : 이정임

    출판사 : 학민사

    2011-09-30 / 383쪽 / 15,800원

    추천자 : 김웅서(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우리는 과학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산다. 우리 일상생활을 살펴보자. 생활용품 중 어느 것 하나 과학자들의 지혜와 기술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자연의 원리와 법칙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안한 일상생활의 초석이 되었다. 과학 지식의 축적 없이는 인류가 고도의 문명사회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천년(2000년)을 앞두고 한국과학문화재단(현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그동안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과학 100대 사건을 발표하였다. 『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구석기 시대에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부터 시작해 19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까지 연대기 순으로 과학사건을 보여준다. 이 중에는 바퀴, 종이, 나침반, 금속활자, 현미경, 천체망원경, 증기기관, 방적기, 전지, 전등, 사진, 내연기관, 다이너마이트, 콘크리트, 전화, 자동차, 영화, 무선통신, 비행기, 진공관, 플라스틱, 라디오, TV, 컴퓨터, 인공위성, 인터넷 등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은 정말 사건적인 과학 발명품이다. 한편 과학교과서에서 보았던 지동설, 케플러의 법칙, 파스칼의 원리, 생물분류체계, 쿨롱의 법칙, 원자설, 아보가드로의 법칙, 전자기유도법칙, 에너지보존법칙, 진화론, 멘델의 유전법칙, 열역학법칙, 양자가설, 상대성이론, 대륙이동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책 중에는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쓴 책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단편적인 과학 지식을 나열한 책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한 주제에 대한 깊은 지식을 얻을 수는 없지만, 읽고 나면 과학 만물박사가 된 포만감을 느낀다. 이 책은 2000년 초판이 나온 지 11년 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그 사이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지만 스마트폰 같은 발명품을 개정판에 수록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 술
      춤을 빛낸 아름다운 남성 무용가들

    저/역자 : 심정민

    출판사 : 북쇼컴퍼니

    2011-09-23 / 184쪽 / 15,5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광부 아버지는 아들 빌리에게 발레를 금한다. 그 이유는 남자 아이에게, 그것도 가난한 탄광 노동자에게 발레는 어울리는 교양이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빌리가 오직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모든 편견을 넘어서는 모습에 감동한다. 보통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뛰어넘는 것 그리고 사회가 씌운 관례의 굴레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것이 예술의 속성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삶을 살았던 남성 무용수들의 이야기이다. 깃털같이 가볍게 날아오르는 발레리나의 독무대에서 남성 무용수는 천사와 같은 발레리나를 얼마나 무게감 없이 들어 올려 춤추게 하느냐가 주된 역할이었다. 그녀의 몸을 높이 들어 옮기면서 남성 무용수들은 박수갈채는커녕 그저 ‘음탕한 운반자’라는 야유를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고 남성이 주변부를 맴도는 무용의 영역에서도 뛰어난 실력과 자기만의 표현력으로 무용의 역사를 빛낸 남성 무용수들이 있었다. 우리는 <목신의 오후>에서 160cm의 작은 키에 몸에 비해 지나치게 굵은 다리를 지닌 바슬라프 니진스키와, 예술적 표현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옛 소련에서 서방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한 미하일 바리쉬니코프를 기억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 무용수들은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여성 무용수의 그늘에 늘 가려져 있어야 했으며, 때론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가로 큰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던 자들이다. 예술적 열정이나 영광에 대한 이야기 배후에는 언제나 쓰라린 아픔이 감추어져 있다.

 


교 양
      한국학의 즐거움

    저/역자 : 주영하 외

    출판사 : 휴머니스트

    2011-09-05 / 410쪽 / 19,000원

    추천자 : 이현우(한림대 연구교수)


 한국인이란 누구이고,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떨 때 이런 질문을 던지는가. 두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바깥의 시선, 곧 외국인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가 하나이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성찰해보기 위해서가 또 다른 하나이다. 이것을 ‘물음에 답하기 위한 성찰’이라고 하나로 묶을 수도 있겠다. 그러한 물음을 탐구하는 것이 ‘한국학’이라면, 한국학의 용도는 교양의 용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다른 이의 물음에 답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각 분야의 전문가 22명에게 던지고 그 대답을 모아놓은 『한국학의 즐거움』은 막상 즐거움의 성찬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스물두 가지 몽타주’라고 할 만큼 시선도 다양하고 초점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한국학의 즐거움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고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윤곽을 제시한다. 소월과 백석의 시에서 한국인의 근원적 마음을 읽어내기도 하고, 조선시대 사람들의 다식 습관을 통해서 ‘밥을 아니 먹으면 굶은 것이다’란 한국적 통념의 기원을 둘러보기도 한다. 바위에 새긴 마애불에서 한국의 얼굴이 무엇이며 그것은 중국의 얼굴, 일본의 얼굴이 어떻게 다른지 짚어보기도 하고, 불교와 기독교처럼 상이한 종교가 비슷한 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점에서 한국 종교문화의 특징을 찾기도 한다. 조선 특유의 정치문화를 왕과 사대부 집단의 기묘하고 불건전한 이중구조였다고 꼬집기도 하고, 뻔하고 쉬운 틀 속에 담긴 강렬하고 기막힌 감정의 환기가 한국 드라마의 매력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여기에 각자가 자기만의 한국학을 더 보탤 수 있다면 그야말로 ‘즐거운 한국학’이 될 것이다.

 


실 용
      소 -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


    저/역자 : 최수연

    출판사 : 그물코

    2011-10-01 / 205쪽 / 20,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2008년에 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논 - 밥 한 그릇의 시원』이라는 책에서다. 자연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그 사랑을 사진에 담는 일로 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했다. 찌들지 않은 어조로 고단한 농경의 추억을 전하는 내용이 기억난다. 이번에 『소-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이라는 책을 잡았을 때, 그리고 ‘최수연’이라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저자 이름을 접했을 때 3년 전의 기억이 금방 떠올랐다. 신간에도 소의 눈망울과 같은 순박한 시선이 보인다. 대상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 동안 강원도 정선에서 전라도 진도까지 한반도를 지킨 소다. 육우나 젖소, 투우가 아닌 일소, 즉 농우(農牛)다. 사람과 소의 관계는 유구하다. 농부와 농우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우정을 쌓아 왔다. 사람과 함께 땅을 갈고 짐을 실어 나르며 농경의 파트너로 일해 왔다. 물론 사람은 소를 부렸다. 이 책의 저자가 놀란 표정으로 4컷이나 할애한 소 길들이기 장면처럼 노동력의 공급원으로 취급했다. 가장 좋은 소는 부리기 좋고 힘 있는 소였다. 힘이 달려 쟁기를 끌지 못하는 소는 죽어 인간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것으로 장엄한 최후를 맞았다.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었다. 인간은 코뚜레로 소를 지배하면서도 어엿한 가족이자 살아있는 입[生口]으로 예우했다. 책은 사람과 소의 관계망을 키워드로 삼았다. 달구지, 쇠죽, 우시장, 뿔, 부리망, 외양간…. 사진을 위주로 하다 보니 판형을 키웠다. 그렇다고 글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 양이 적다고 가벼운 것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사진을 설명한 캡션에 그렇게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설명력이 놀랍다. “서서히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일소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은퇴 선물로 이 책을 바친다”는 유장한 서문에 나의 간명한 서평을 바친다.

 


아 동
      삐딱이를 찾아라

    저/역자 : 김태호 글, 정현진 그림

    출판사 : 비룡소

    2011-09-26 / 36쪽 / 12,000원

    추천자 :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이 그림책은 ‘집이 가출한다’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에 기초한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의인화된 집의 이름은 삐딱이다. 아이들이 일곱 명이나 태어나는 동안 집이 점점 낡아지는 바람에 모양도 마음도 비뚤어지면서 붙은 이름이다. 삐딱이는 집이 비좁다며 불만을 하는 가족 곁을 떠나 새 가족을 찾아 나선다. 강물에 휩쓸리기도 하고, 자기에게 아무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 삭막한 도심을 지나기도 하고, 깊은 산속에서 산적들로부터 도망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고생을 한다. 물론 예상대로, 갖가지 어려움을 맛본 다음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지만, 에피소드별로 이야기의 내용과 그림의 표현이 참 재미있다.
마치 옛이야기를 하듯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말투며, 사건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전개가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가족이 자기에게 불만인 한, 자기도 미련 없다는 듯 의기양양 새 가족을 찾아 가출하고, 몸집 큰 집에게 자기가 버리고 나온 가족의 집이 될 테면 되라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막상 큰 집이 옛 가족의 집이 된 것을 알게 되자 허둥대는 삐딱이는 어린이들도 공감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다. 이에 덧붙여, 종이로 사물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만들고 사진으로 찍어 만든 장면들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정감 어린 느낌을 준다. 창문과 문 모양으로 표현해 낸 삐딱이의 다양한 표정, 오른발, 왼발을 차례로 내밀며 걷는 모습, 엉덩이에 불이 붙은 삐딱이의 모습에는 유머가 담겨 있다. 큰 집이 이미 옛 식구들의 집이 되어버린 다음에야 삐딱이가 나타나는 바람에 난감해진 상황에서 삐딱이가 이층집으로 올라앉는 마지막 장면은 행복한 결말인 동시에 지혜로운 해결책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힘든 모험을 겪고 돌아왔기에 한층 성장했을 삐딱이 그림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린이들이 공감하기에 충분하므로 어린이들에게 읽고 보는 재미와 함께 뿌듯함을 안겨줄 것이다.

 

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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