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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9월의 읽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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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샤리아르 만다니푸르/김이선
출판사 : 민음사
2011-07-08 / 464쪽 / 14,0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
이 작품은 우선은 희귀성 때문에 선정되었다. 이란의 현대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문학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상징적 지표 중의 하나이다. 이제 우리는 영·불·독·서의 문학만을 세계문학이라 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곳에서 생산된 문학이 세계문학이다. 지구상의 모든 곳에 독특한 개별문학들이 세계문학을 형성하는 생생한 생명체로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책을 여는 순간, 독자는 그 안의 언어생명체가 우리의 기대 지평을 훌쩍 넘어서는 것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저『아라비안 나이트』의 천변만화가 여기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키아로스타미의 영화가 그 편린을 엿보게 해 준 지적 품격을 다시 확인하면서 페르시아권 문화의 보편 가치를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을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동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왜? 사랑은 미래니까. 어느 철학자의 저서 제목처럼, “미래는 오래 지속되는” 것이니까. 다시 말해, 사랑은 목숨의 연장인 것이다. 그런데 저 ‘어떤 상황’은 신정(神政)사회의 절대 규범 속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서 율법은 바로 엄격한 규칙들의 그물로 작동하여, 주인공들의 사랑을 차단한다. 왜 율법과 사랑이 충돌하는가? 사랑은 무엇보다도 자유이기 때문이다. 이제 독자는 하나의 삼단논법을 완성할 수가 있을 것이다. 미래는 곧 자유라고. 여하튼 율법은 사랑을 필경 검열하고야 마는데, 검열은 항상 일방적이다. 그런데 사랑도 그에 질세라 일방적이다. 왜냐하면 율법의 절대성의 크기가 사랑에도 똑같이 가정되어야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 둘은 각각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교묘한 전략을 짜는데, 그로부터 사랑의 요설과 율법의 궤변이 치열히 달라짐의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두 세계가 부딪쳤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화려한 언어의 검무를 추는 것이다. 그 검무는 검열과 사랑의 대결에서 시작되었지만 언어의 전 차원으로 확대되어 나간다. 글 쓰는 상황과 사건의 상황이 겹쳐짐과 분리를 되풀이하고, 느낌과 인식이, 예감과 사태가 한 물결로 뒤섞이고, 비극이 희극을 낳고 희극은 비극이 된다. 격동의 마당 둘레엔 전 세계의 고전 작품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권투장의 관객처럼 함성을 지르고 법석을 떤다. 독자의 가슴엔 단파장의 전류가 줄곧 흐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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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니얼 퍼거슨/구세희 외
출판사 : 21세기북스
2011-07-25 / 571쪽 / 22,5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1411년 명나라의 베이징에서는 한창 자금성을 짓고 있었고, 텐진에서 항저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운하를 수리하고 있었다. 반면 영국은 전염병, 그칠 줄 모르는 전쟁으로 비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프랑스, 포르투갈 같은 서유럽의 다른 왕국도 사정이 비슷했다. 그렇게 15세기까지 동양 문명은 서양보다 앞섰다. 그런데 역사의 전개는 15세기 이후 지금까지 500년간 서유럽의 문명이 훨씬 우월했던 동양 문명을 제압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이 책은 그 이유를 추적한 것이다. 저자는 국가간의 경쟁, 과학의 혁신, 재산권과 법률, 의학의 발전, 소비사회와 산업혁명, 개신교의 직업윤리라는 서양의 여섯 가지 비장의 무기를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그 이유들이 그렇게 새롭다거나 참신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그 이유들을 아주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2011년 3월에 출간되었고, 저자의 명성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바로 번역 출판되었다. 2011년의 시점은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힘이 다시 서양에 필적한 만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때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현재의 서양의 위기는 외부의 위협이 아닌 서양 문명 내부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서양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에게 충실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역사교육’을 강조한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이 책의 부제가 서양(The West)과 나머지 세계(The Rest)로 되어 있는 것처럼, 저자의 현실인식과 대안제시에는 항상 이분법적 논리와 그에 바탕을 둔 서양 우월의식이 담겨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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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레베카 라인하르트/김현정
출판사 : 예문
2011-07-29 / 276쪽 / 13,5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
철학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현실세계에 대한 놀라움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다. 심리치료를 하는 심리학자들은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상담한다.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대화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신이상을 보이면 상담이 불가능해진다. 약물치료를 위해서는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대화도 가능하고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지도 않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모르겠다면 철학자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 철학 상담가는 ‘보편적 교양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젊어서 철학을 전공하려고 했던 이유는 “이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어서”였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말렸다. 세상을 알기는커녕 철학을 하면 점점 더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이 옳다. 철학만으로는 세상을 알 수 없어 현실에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철학을 모르고는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통찰력과 합리적 철학분석이 마주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어리석은 영혼을 일깨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 상담가와 상담 의뢰인이 나누는 대화는 ‘의미와 무의미의 혼동, 정체성의 위기, 인생관 가치관의 문제, 의사소통 장애, 대인관계 문제, 만성적 불만, 지루함, 방향 상실 등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 자살 충동,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이다. 이 책에는 '선택, 불안, 죽음, 시간, 웃음, 사랑, 선, 악, 우정, 낯섦, 소통, 불만, 순간적 행복, 지속적 행복'이라는 삶의 중요한 문제가 등장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병이 되지만, 해결하고 나면 약이 된다. “나를 죽이지 않는 고통은 그만큼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니체의 말과 같이 철학자들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이 과학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믿을 것을 요구하는 종교와도 또 다르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여 문제를 문제로서 또렷이 알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준다. 일급 철학자에게 상담을 받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후련해질 것이다. 그는 삶의 근본 이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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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사마다 히로미/이소담
출판사 : 미래의창
2011-07-30 / 239쪽 / 11,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의 경험을 중심으로 무연사회(無緣社會)의 도래와 그 미래 그리고 무연사회에서의 삶과 죽음 등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2010년 일본 NHK 특집 방송을 통해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준 바 있는 무연사회란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의 죽음조차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인간관계가 희박해진 사회’를 말한다. 무연사회의 문제는 고령화 시대에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 문제로 처음에 대두했지만, 현대 문명에서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는 도시 생활의 일반화, 평생 싱글 족의 부상, 샐러리맨 사회에서의 가족 해체 등과 맞물려 독신적인 삶이 확산됨에 따라 이제는 젊은 세대들 역시 직면하는 삶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연사회에 살든 무연사회에 살든, ‘사람은 홀로 죽는다’는 실존적 조건을 지적하고, 또한 기독교, 불교 등 무연사를 기원하는 신앙을 예시하면서, 무연사를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또한 무연사회에서의 삶에 대해서는 그것이 자유롭고 편안한 도시적 삶을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에서 최근 50년 동안 무연화가 오히려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고 언급한다.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좀더 정착된 삶을 살고 점차 왕성해지고 있는 지역 축제 등 나름대로의 공동체적 삶에 참가함으로써, 일정한 연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면에서 일본과 유사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보다 강한 가족 중심의 유교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무연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음미하면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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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마이클 킨슬리/김지연
출판사 : 이콘
2011-06-30 / 432쪽 / 17,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이번 8·15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이 새로운 국정지표로 제시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이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연차보고서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별도로 다루고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임원이나 직원들이 있다. 그렇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가 협력하여 시장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거나 사회적 인정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세운 재단에 3,0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이 책은 바로 그가 제안한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한 세계적인 유명 경제학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의 블로그 토론을 편집한 책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자본주의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이 책에서 세계적인 경제 리더들의 뜨거운 토론을 접할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한 토론이므로 단문이고 내용이 어렵지 않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주주를 위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에서부터 창조적 자본주의의 창조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매우 다양하다. 만용을 부려서 분류한다면 우파들은 창조적 자본주의의 실체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반면, 좌파들은 창조적 자본주의의 긍정적 기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커진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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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스테판 하딩/박혜숙
출판사 : 현암사
2011-07-26 / 424쪽 / 18,0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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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인들이 부르던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1979년 대기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 가이아 이론으로 탄생한다. 제임스 러브록에 따르면 가이아는 스스로의 존재를 위해 능동적으로 주위 환경을 조절한다. 그리고 생물권과 대기, 대양, 토양, 암석 같은 무생물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이 책에서는 제임스 러브록과 같이 가이아 이론을 연구한 저자 스테판 하딩의 가이아 이론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가 생물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생물도 기후에 영향을 끼치고,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수동적 존재일 수도 있지만 환경을 변화시키는 능동적 존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지구상의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순환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저자가 현대를 지배하는 기계적 세계관, 이분법적 객관적 사고방식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글의 도입부에서 이야기하는 애니미즘적 요소가 우리에겐 그리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와 스테판 하딩의 가이아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중심축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다. 모든 생명체가 지구에서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의 힘은 같지만 훨씬 더 자유롭고 감성적이다. 책 중간에 등장하는 ‘살아 있는 지구와 대화하기’를 읽다보면 무심코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나뭇잎, 벌레, 조약돌 그리고 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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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김선미, 박루니, 장민
출판사 : 아트북스
2011-07-11 / 439쪽 / 19,8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
좋은 디자인은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진한 감동을 준다. 좋은 디자인의 예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는 말은 자주 들어보았지만, 그게 어떤 스타일을 말하는 것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아직 표면적인 것들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그곳은 산타클로스가 사는 곳, 여름엔 백야 현상을 경험할 수 있으며 겨울이 몹시 춥고 길어 사우나가 발달한 곳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눈앞에 제시된 어떤 특정한 스타일이기 이전에 삶이자 일상으로서 북유럽이 지닌 다양한 면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세 명의 지은이들은 북유럽이 낳은 아름다운 디자인 제품만 소개하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흐름을 찾아내려 한다. 외양을 찾기는 쉬워도 그 외양을 이루어낸 문화를 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은, 특히 북유럽에서는 어떤 목적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일상생활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오랫동안 누적된 그들의 철학, 역사,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은이들은 디자인을 하나의 태도로 바라보고 있으며, 특히 철학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의 중요성과 그것의 현실화를 강조한다. 직관적인 생각들을 시각화하는 것과 그것을 그저 모호한 상태로 머릿속 한 부분에 저장해두는 것 사이에는 크나큰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창의적인 생각에서부터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는 혁신의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마인드까지 배울 수 있는 북유럽 안내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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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로버트 단턴/성동규 외
출판사 : 교보문고
2011-06-25 / 307쪽 / 15,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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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전자책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런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자책이 등장한 후 과연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초기에는 전자책의 비중이 크지 않아 진지하게 논의되지는 않고 있었으나 이제는 단말기의 발전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단턴은 종이책의 가치를 좀 더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을 예로 들면서 전자책이 책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하는가? 한 마디로 하자면, 디지털화와 민주화이다. 저자는 모든 책의 디지털화에 동의한다. 물론 디지털화가 종이책의 고유 가치를 그대로 지킬 수는 없을지라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주화라고 말한다. 즉 누구라도 손쉽게 문화적 유전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구글이 통로의 길목에 앉아 수익 사업을 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게임의 규칙을 다시 작성하고, 사적인 이익을 공공의 이익에 종속시키고 초창기의 영감을 가져와 디지털 학습의 세계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작업의 구체적인 결과물은 국립 디지털 도서관이고 그 다음은 국제 디지털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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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박종평
출판사 : 스타북스
2011-07-30 / 399쪽 / 16,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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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출신 박정희가 대통령이 된 이후 충무공 선양사업이 활발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노산 이은상이 스토리를 구성했고 방방곡곡에 들어선 동상으로 증거했다. 세종의 동상은 들러리 격이었다. 그러나 국책사업의 결과가 자주 그렇듯 관제 영웅은 국민들로부터 썩 인기를 끌지 못했다. 충무공에 대한 일반의 사랑은 오히려 2000년 이후 진정성을 얻었다. 2001년 소설가 김훈이 『칼의 노래』에서 영웅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 큰 호응을 얻었다. 2004년 김탁환이 『불멸의 이순신』으로 가세했고, 박기봉이 『이충무공전서』를 내놓아 서지학적 가치를 보탰으며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도 거들었다. 그리고 여기 출판인 박종평이 새로운 이순신 연구에 도전했다. 지난해 『이순신, 꿈속을 걸어나오다』 이후 1년 만에 두 권의 책을 냈는데, 이은상과 김훈이 문학적 장치를 활용했다면 박종평은 체세론 혹은 실용적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코드별로 동서고금 위인의 삶을 분석한 뒤 『난중일기』, 『임진장초』 등 이순신의 기록과 비교하는 형식이다. 그가 꼽은 감성의 힘으로는 처절한 고독을 내면화하면서 시인의 가슴으로 세상을 보았다. 지혜의 힘으로는 무과 급제 이전에 문과 과거시험을 본 이력답게 전쟁 중에도 책을 읽었고 메모와 일기 쓰기에 충실한 기록의 달인이었다. 부하와 함께 미역을 따고 메주를 쑤는 사랑, 일자리와 복지가 하나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책은 평범한 인간이 방황과 시련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학습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꾼 드라마를 적었다. 지독한 낙관주의자, 소통의 달인, 혁신의 기업가 정신 등을 통해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건졌고 장렬한 죽음으로 생애를 마감했으니 이순신이야말로 영웅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결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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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허은미 글, 김진화 그림
출판사 : 웃는아이
2011-07-05 / 48쪽 / 10000원
추천자 :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
최근 창작 그림책 중에는 부모와 대치된 아이의 속마음을 담거나, 부모의 불합리한 처사에 불만을 표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 늘고 있다. 이런 그림책들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림책 속 아이와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경우와 비교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므로, 이는 좋은 추세라 할 수 있다.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 또한 아이의 시점에서 가족의 못마땅한 점들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몸에 나쁜 음식은 절대 먹지 말라면서 늘 커피를 마시는 엄마,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이유를 대며 아이가 원하는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아빠, 자기 물건은 손대지 못하게 하면서 동생의 물건은 멋대로 만지는 언니, 이렇게 아이의 편에서 본 가족은 모두 자기 위주고 아이의 요구나 마음에는 무관심하다. 그림책 속 아이는 결국 가족을 떠나 평소 자신이 갖고 싶던 것, 하고 싶던 일을 마음대로 하면서 혼자 살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곧 이어 떠오른 생각들, ‘장수풍뎅이 밥은 누가 주나, 아빠 장난은 누가 받아 주나, 엄마 커피에 설탕은 누가 넣어주나’ 등, 가족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떠오르자 아이는 가족의 허물을 덮어주기로 한다. 대신, 한 번만 더 그러면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할 거다’라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림책 속 부모나 언니와 마찬가지로 평소 아전인수의 말만 일삼고 자신에게는 무신경한 나의 엄마, 나의 아빠, 나의 형제·자매에 대해서. 그리고 어린이들이 잘 쓰는 과장된 말,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를 비롯하여 유머 넘치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그림책 속 주황색 털실은 글 내용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함) 김진화의 그림은 어린이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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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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