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8월의 읽을 만한 책
|
|
|
저/역자 : 김이설
출판사 : 자음과 모음
2011-06-17 / 195쪽 / 10,0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
요 근래의 한국 소설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보인다면, 그것은 1990년대 이래 희미해져 가던 사회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20년 동안 한국소설은 개인성의 정원에서 화려하게 피었다.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있긴 있었는데, 대체로 가족과 친구의 둘레에서 그쳤다. 개인성 바깥에서 많은 작가들은 가깝거나 먼 역사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마치 현대 사회에는 문제가 없는 듯이 말이다. 고 박완서·이청준 선생을 비롯한 몇몇 노장 소설가들만이 사회성을 간신히 지키고 있었다. 그랬는데 2000년대 말부터 젊은 신진작가들에 의해서 사회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백수와 루저에서 시작하다가 차츰 룸펜 프롤레타리아를 거쳐 산업 노동자의 세계에까지, 다시 말해 사회 문제의 전 부면으로 소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이설은 그런 새로운 경향을 주도한 작가 중의 하나이다. 오늘 소개하는 『환영』도 마찬가지지만, 그가 그리고 있는 세계는 한결같이 룸펜 프롤레타리아, 즉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으나 사회 안에서 살 수밖에 없어서,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부랑하는 사람들의 세계이다. 도리스 레싱의 표현을 빌자면, 그들에게 세상이란 “우리가 그 안에 들어가 살기로 선택한 감옥”이다. 감옥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건 괴롭고 슬픈 일이지만, 괴로워하거나 슬퍼해서만은 살 수가 없다. 생존의 문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이설의 소설이 냉혹하게 가리키는 것이 그것이다. 삶에는 운도 없고 동정도 없다. 다만 살아내는 것, 그것만이 있을 뿐이다.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김이설은 의도적으로 불행을 중첩시킨다. 각박한 환경은 가혹한 사건들에 의해 바닥을 향해 구른다. 그 과정 속에서 그에 반응하는 사람의 마음은, 자연선택의 원칙에 따라, 철저히 단련된다. 진화는 진화이되, 거꾸로 가는 진화이다. 문명 쪽이 아니라 야만 쪽으로 난. 독자는 여기에서 하나의 시험에 마주친다. 최악의 환경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가? 독자는 이 질문에 한 치의 연민도, 한 올의 자기환상도 없이 답해야 한다. 이 작품의 리얼리즘은 소재에 있는 게 아니라, 상황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
|
|
|
/저/역자 :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출판사 : 글항아리
2011-07-13 / 429쪽 / 23,8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지금 우리 모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한류에서의 눈부신 성과 등을 통해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수시로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유명 관광지에 가면 한국말만 들린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그야말로 해외 관광 열풍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해외여행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고려시대까지는 해상 국가의 성격을 유지하여 전 세계와 활발히 해상무역을 통해 문물을 교류하였으나, 조선에 들어와서는 쇄국정책 속에서 바다도 잃어버렸고, 세계도 잃어버렸다. 이러한 조선의 현실이 결국 일제 식민지배까지 받는 원인이기도 했다. 21세기 우리는 이제 조금 여유를 갖고 조선시대에 있었던 아주 드문 세계 여행의 사례를 통해 과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12가지 이야기는 풍랑에 의해 표류된 경우, 북경 사행길, 일본 통신사행, 공녀로 팔려간 경우처럼 실제 자유 여행에 해당하지 않는 것도 많으나, 그 이야기 속에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어 자유 여행 못지않은 정보와 즐거움을 준다. 특히 근대 이행기 지식인의 여행, 여류 작가의 여행, 신흥강국과의 관계를 위한 외교 여행, 독립 운동을 위한 여행, 만주라는 처절한 미개척지로의 여행 등은 세계적으로 기술혁명과 체제혁명이 분출되는 근대 이행 시기에 ‘여행’을 통해 ‘조선인’의 자아의식과 세계인식이 어떻게 변모해 갔는가를 잘 살필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자칫 단순한 여행기로 끝날 수 있는 내용을 관련 기록을 꼼꼼히 분석해서 여행 일정부터 그 역사적 의미까지 철저히 파헤쳤으며, 세계 도처에서 찾은 지도와 기록화, 사진 등을 첨가함으로써, 흔치 않은 조선시대 여행기를 우리의 구체적인 역사적 삶 속으로 인도한다는 점이다.
|
|
|
|
저/역자 : 마티아스 루/박아르마
출판사 : 함께읽는책
2011-07-11 / 205쪽 / 13,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
소크라테스가 축구화를 신는다는 것부터 재미있는 발상이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철학 활동과 스포츠가 궁합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노린 것은 연관될 수 없는 것을 나란히 붙여 놓는 비유가 최고의 비유라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알고 저지른 승부수일 것이다. 축구와 철학. 소크라테스가 축구화를 신었다? 뭔가 상업적 노림수가 있는 것 같지만, 내용이 알찬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도록 하자. 우선 축구는 놀이라고 정의한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철학이 유희라니? 조금 의아해진다. 유희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즐거움(아이러니는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조롱으로써 작용한다.) 둘째, 거짓행동 그리고 셋째, 무사무욕(질문은 본질적으로 지식을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으며 미리 정해진 목표 없이 우리의 무지를 자각시키려는 목적을 지닌다.)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바꿔 놓는다. 철학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읽어 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방식으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근거 없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 철학이 아니다. 축구는 경기장, 환경, 서포터즈들, 해설자, 심판, 텔레비전 시청자 등으로 구성된 게임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축구 경기는 제18회 독일 월드컵 결승전으로 2006년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렸다. 69,000명의 관중, 10억의 시청자들이 지켜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가 분석 대상이다. 연장전까지 가서 패널티 킥으로 이탈리아가 결국 우승했다. 전반전 시작부터 승부차기까지 시간 순서대로 경기 묘사가 이루어진다. 그러고는 인식능력, 자유, 타인, 욕망, 노동, 의식과 주체, 언어, 예술, 진실, 시간, 정의와 법, 도덕과 의무, 종교, 권력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쏟아낸다. 도대체 축구와 철학 사이에서 이런 연관관계를 찾아낸 것이 신기하다 할 정도다. 철학적 글쓰기의 폭을 넓히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그 월드컵 시합을 보고 싶어질는지는 모르겠다. 원래 철학은 흥미 위주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
|
정치/사회 |
달라이 라마에게 무슨일이 일어 났는가? | |
|
저/역자 : 로버트 서먼/문정희
출판사 : 김영사
2011-06-14 / 347쪽 / 13,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지난 7월 16일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다. 이로 인해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면담을 일종의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는 중국정부와 티베트 주민들의 인권보호 문제를 중요시하고, 티베트 고유의 종교, 문화, 언어적 정체성의 보존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정부 사이에 외교적 마찰이 불거졌다. 이 책은 평생을 티베트의 독립과 자치를 위해 헌신해 온 달라이 라마가 어떻게 해서 단순히 티베트의 종교적·정치적 지도자를 넘어서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우뚝 서게 되었는지 밝히고 있다. 먼저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티베트 지배를 전 세계에 만연한 군사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 및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연결시켰다. 나아가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비폭력, 대화, 자애라는 종교적 원칙의 기조 위에서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티베트의 독립과 자치를 전 지구적 평화, 종교적 다원주의, 관용과 다양성 존중, 환경보존 등 보편적 가치와 연계시켰다. 이를 통해 티베트의 독립과 자치를 인류의 보편적 과제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저자가 중국과 티베트를 위해 제시하고 ‘중도’와 ‘자치’의 해결책은 위에서 제시한 모든 원칙을 일관되게 구현하고 있는바, 중국과 티베트 모두를 위한 상생게임 또는 윈-윈 게임으로서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
|
|
|
저/역자 : 에드워드 글레이저/이진원
출판사 : 해냄
2011-06-27 / 542쪽 / 18,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도시는 승리한다. 세계화, 정보화, 환경보전의 시대에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경제학을 강의하는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의 주장이다. 세계화와 정보화로 도시에 집중할 필요가 없고, 특히 도심의 환경오염을 피하여 교외로 나가는 이 시대에 여전히 도시는 살아 움직이며, 인간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든다.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불러들여 번영으로 가는 길을 마련한다. 세계화로 개발도상국들이 발전하고, 이들 국가의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세계화는 도시화를 의미한다. 도시의 공기는 맑지 않지만 전원에 사는 사람들이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므로 진정한 환경운동은 ‘친환경’ 도시화다. 물론 모든 도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쇠퇴하는 도시도 있다. 디트로이트와 많은 산업도시들이 몰락한 것은 도시 재건의 필수적 요소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도시는 숙련된 시민들과 소규모 기업들이 많을 때 번성하는데, 20세기 디트로이트는 비숙련 노동자와 공장들로 넘쳐나고 혁신의 기운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도시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디움, 경전철 시스템, 컨벤션센터, 주택사업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똑똑한 사람들을 끌어와서 그들이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공하는 도시의 핵심은 물리적 인프라보다 인적 자본에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성공한 것은 고층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교육에 투자하고, 외국 기업들을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성공한 도시 보스턴, 미니애폴리스, 밀라노는 아예 ‘똑똑한 도시’로 명명하였다. 밴쿠버는 합리적 이민 정책과 도시 계획으로 단기간에 발전하였다. 반면 저자는 두바이를 ‘과욕’의 도시로 분류하고, 서울은 지속적으로 혁신의 집합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
|
|
|
저/역자 : 조홍섭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11-06-25 / 212쪽 / 15,0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
북한산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해마다 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한산을 찾고 있지만 이 질문에 대답할 이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북한산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산으로 이 화강암이 만들어진 시기는 약 1억7000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다. 북한산의 화강암 위에는 12억 년 전에 만들어진 편마암이 깔려 있었다. 이 암석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으로 깎여 나갔다. 위에서 짓누르던 편마암의 무게가 줄어들자 그 아래쪽의 화강암이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저자는 북한산을 오르며 볼 수 있는 양파껍질처럼 쪼개지는 화강암은 풍화작용인 박리 현상이며, 만경대는 화강암체가 지표로 올라오면서 동서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힘을 받아 생긴 세로 방향의 절리라고 이야기한다. 환경과 과학 담당 기자로 25년 일한 저자가 우리 땅 곳곳을 누비며 알아낸 한반도 지형과 지질 이야기다. 가장 오래된 암석부터 최근의 암석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한반도. 거기에 남한은 선캄브리아 시대의 것이 반이고 나머지는 고생대 이후의 것이란 배경에서 출발해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암석이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인 대이작도에 있으며 25억 살이라는 것, 강원도 영월의 김삿갓 계곡이 15억 년이란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지층이 만난 모습이라는 것, 동해와 울릉도 독도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들려주는 것, 제주도의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동굴의 탄생 과정을 들려준다. 이밖에도 지구과학 교과서로 불릴 만한 삼엽충의 고향 태백산 분지, 익룡의 사냥터 경북 군위, 차돌 섬 백령도, 화강암 돔의 보고 서울 불암산, 광주 무등산 주상절리대 등 우리 땅 곳곳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한반도를 누비며 발품을 팔고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인터뷰하고 토론한 결과가 글과 함께 사진, 일러스트와 잘 어우러져 우리 땅을 이해하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
|
예 술 |
시네마 온더로드 : 영화로보는 아시아의 역사 | |
|
저/역자 : 유재현
출판사 : 그린비
2011-06-15 / 383쪽 / 17,9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
이 책이 선별한 영화의 무대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14개 국이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스크린 건너편의 역사와 현실을 노출시킨다. 아시아는 생생한 실체로 또 개별적 현실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이 스스로를 규정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자신과 상반되는 이미지로 만들어 놓은 수많은 이미지와 통념들이 덧씌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구인들은 거의 언제나 세계사의 주인으로 등장하며, 그들에 의해 비로소 낯설고 신비로운 동양이 탐색(explore)되는 식이다. 가령 할리우드의 스타가 보르네오 섬의 매력적인 원주민 여자로 나왔던 [슬리핑 딕셔너리](2003)는 언뜻 국적과 인종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식민지 관리로 파견된 영국 남자와 원주민 사이의 사랑 설정이 현실성이 없이 미화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아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환상만을 만들어 낼 뿐이라는 것이다. 『시네마 온더로드』는 영화를 비판할 목적이라기보다는 영화로부터 역사를 바라보는 길을 모색하려는 책이다. 관객이 영화의 장면들을 무작정 받아들이지 말고 예리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보기를 바라는 저자의 심정이 엿보인다. 스크린 배후에 있는 억압의 상황과 자유에의 열망을 읽어 내야, 엉뚱한 장면에서 어이없게 눈물을 흘리는 일 없이 뜨끈한 감동을 제대로 경험할 수가 있다. 픽션의 영역에 있는 영화가 반드시 리얼리티에 속박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지배적인 관점이 끊임없이 문화적인 우월성을 지닌 채 심지 깊게 박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캐낼 필요는 있다. |
|
|
|
저/역자 : 돈 쿨락, 앤 메넬리/김명희
출판사 : 소동
2011-06-10 / 375쪽 / 17,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비서구인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태동한 인류학을 통해 낯선 문화를 이해시켜 친숙하게 하고, 친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게 했다고 이 책은 전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책이 인류학자 열세 명과 비만인권운동가 한 명의 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팻(fat - 지방, 살, 뚱뚱함)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인 지방은 해롭다든가 혹은 뚱뚱한 사람은 예쁘지 않다는 관념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니제르 아랍인을 통해 낯설게 만든다. 그리고 커피전문점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저지방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뿌리는 행위로 결국은 더 많은 지방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친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을 빼는 약, 날씬하게 만드는 성형 등 팻을 둘러싼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물론 다이어트에 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이어트도 팻을 둘러싼 현상 중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보다는 지방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류학자는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현상을 면밀히 관찰한다. 여행객의 관점이 아닌 거주자의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의 결과는 거의 언제나 그 주제에 대해 지성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단순히 어떤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렇게 다른 읽기가 존재하고 있다. 자,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도발하는 것이다. 살이나 비만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깊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
|
|
|
저/역자 : 박희선
출판사 : 자연과생태
2011-05-02 / 287쪽 / 14,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 2』 서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바다의 기별이 물고랑을 따라 들의 안쪽으로 실려와 벼가 익는 냄새에 갯내음이 스며 있다.” 작가의 유별난 감수성은 밥에서 멀리서 날아온 바다의 냄새를 맡는다.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이 전하는 이야기 또한 그렇다. 인천 앞바다에서 부산 오륙도를 거쳐 서귀포 문섬에 이르는 해양보호구역 14곳을 답사하면서 각별한 바다의 기별을 전하고 있다. 여기서 ‘보호’는 해양자원의 훼손을 막는 ‘경계’를 넘어 새로운 소통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책의 첫 장을 장식하는 ‘태안 신두리 해안 사구’는 사막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모래사장이면서 생태계의 신비를 간직한 보고여서 이중삼중으로 보호막을 쳤다. 2001년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은 이후 이듬해에 국토해양부가 인근 해역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환경부가 사구 배후의 두웅습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라는 시민단체가 인근에 예정된 골프장 부지까지 사들이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이어 신기루 같은 모래섬이 뜨고 지는 옹진군의 대이작도, 검은머리물새떼들의 고향인 서천 유부도, 갯벌의 가치를 보여주는 진도, 슬로시티로 각광받는 신안군의 증도 등을 사진과 함께 성지 순례하듯 보여준다. 저자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육지에서 흘러드는 오염원에, 급격한 기후변화에, 인간의 지나친 간섭과 남획에 상처받고 시름에 빠져있는 바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자.” 그동안 바다로부터 많이 위로받았으니 이제 우리가 위로할 차례라는 것이다. 이 책은 지구를 잉태한 바다, 재생과 순환의 바다, 모든 생명의 출발지이자 완성지인 바다의 모습을 온전하게 기록한 경건한 보고서다. |
|
|
|
저/역자 : 이장근 글, 권태향 그림
출판사 : 푸른책들
2011-06-20 / 70쪽 / 8,500원
추천자 :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
시와 동시를 함께 쓰는 이장근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동시집으로 48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아무래도 첫 동시집은 오랜 습작 기간 동안의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은 풋풋하면서도 단단하기도 하다. 작가의 말에서 이 책에 실린 동시들 모두는 시인이 마음으로 찍은 행복한 미소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이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밝고 긍정적이다. 「혼자 가는 개미에게」 라는 시에 나오는 아이는 꼴찌로 혼자 가든 일등으로 혼자 가든 ‘심심하긴 똑같다.’ 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는 일등을 못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움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표제시 「바다는 왜 바다일까?」에서 아이는 ‘바다’는 ‘잘 받아 주어서 바다’이며 ‘받아’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바다 마음이어서 ‘바다’라고 읽힌다고 말한다. 동음이의어의 재미있는 풀이를 통해 주는 마음, 넓은 마음이 좋다는 삶의 긍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자 싸움」은 친구와 다투고 선생님에게 교문을 나설 때까지 둘이 손을 꼭 잡고 놓지 말라는 벌을 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시다. 처음엔 앙금이 남아 툭탁대지만 얼마 못 가 화해하고 다시 장난치는 아이들만의 낙천성이 그림자의 움직임을 통해 잘 그려지고 있다. 그밖에 「방에 갇힌 날」의 아이는 숙제하라며 엄마에 의해 방에 갇힌 상황에서도 자기랑 놀지 못하는 동생을 ‘거실에 갇혔다’며 불쌍히 여기고, 「5분 동안」의 아이는 늦잠 자느라 내가 버린 짧은 5분이 다른 생명에게는 훨씬 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속 깊은 생각을 할 줄도 안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고 나면 입 꼬리에 슬며시 웃음이 매달리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아이들 심리가 완성도 있는 시 속에 잘 녹아 있기 때문이다. 3, 4학년 이상의 어린이가 보면 좋을 것 같다. | |
|
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