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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의 읽을 만할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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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6월의 읽을 만한 책  


문 학
     화성의 타임슬립

    저/역자 : 필립 K. 딕/ 김상훈

    출판사 : 폴라북스

    2011-04-25 / 453쪽 / 13,5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는 미국문학이 생산한 “최고로 의미있고 멋있으며 지속적이고 권위있는” 작품들을 출판하는 “비영리출판사”이다. 프랑스의 그 유명한 ‘플레이아드’ 총서를 모델로 했으며, ‘국가 인문 기금’과 ‘포드 재단’을 통해 자본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영리’라고 해서, 무상으로 배급하지는 않는다. 통상 일천 쪽이 넘는 책에 권당 25달러 안팎의 값이 매겨져 있다. 여하튼 2007, 8년에 이 ‘고전총서’의 목록 안에, 과학소설가 필립 케이 딕(Philip K. Dick)의 소설들이 세 권 묶여 들어갔다. 딕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자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데, 세계에 대한 암울한 비전과 사람 관계의 극심하게 뒤틀린 묘사는, 비평가들로 하여금 그의 소설을 현대의 가장 검은 묵시록으로 읽게끔 한다. 나는 이런 고전총서 자체가 부럽고, 또 과학소설이 당당히 이 목록 안에 들어가는 게 부러워, 딕의 소설들을 주문하면서, 누군가 이 소설들을 한국어로 번역해주기를 은근히 소망했었다. 하지만 소망의 은근성만큼이나 그것의 실현이 봄날 아지랑이 사이로 아른거리는 산유화처럼 저 아찔한 지평 너머에 있으리라는 기분에 잠겨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 며칠 전에, 내 우울한 짐작과는 정반대로 내 소망이 성큼 달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상훈씨를 비롯해 왕성한 판타지와 S/F 번역가들이 모여, ‘필립 K. 딕 걸작선’이라는 총서를 열두 권짜리로 계획하고 그 중 세 권을 상자한 것이다.
‘이 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한 『화성의 타임슬립』은 그 첫 권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소설은 화성에 이주한 주민들을 소재로 그들에게서 일어난 정신병적 질병, 특히 분열증과 자폐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분열증은 화성이 개척지이자 동시에 버림받은 지대라는 이중적 조건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히는데, 이 찢겨진 혹성과 찢긴 인물들을 두고, 성공하는 자들은 끊임없이 이윤을 뽑아내려 하고, 찢긴 자들은 거듭 휘둘리고 쥐어짜이고 분해되기만 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 운명 자체가 기이한 예지를 제공한다는 반전을 통해, 수탈의 한복판에서 생의 다른 버전을 내세우며, 승리자들에게 저항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불안 속으로 빠져들지만, 동시에 그 불안을 어떻게 꿋꿋이 견디며 사는가를 연습하고자 하는 의욕을 끊임없이 불어넣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그의 소설에 맛들이기를 권한다.

 


역 사
      처음 읽는 여성의 역사

    저/역자 : 정현백, 김정안

    출판사 : 동녘

    2011-02-28 / 320쪽 / 13,0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아직도 미흡하다고 여길 사람도 많겠지만, 현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성장은 놀랍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어느 분야에서나 ‘여인천하’이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여성의 성장은 예전과 비교하여 표현된 것이지, 실상에서는 여전히 많은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 역사학계에서 여성사 연구는 질적 양적으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으나, 역사 연구에서 차지하는 여성사의 위상은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사 분야의 많은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사 입문서가 나오지 못한 실정이었고, 그동안 몇 권의 번역서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처럼 한국인에 의해 처음 시도된 여성사 책이어서 무척 반갑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서양 여성사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이 여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들을 상세하게 나열하는 기존 번역서와 다른 점은 여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를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추적하면서 그 이행의 과정을 주목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사적 접근 방식은 일종의 거대 서사적 방식으로 오늘날 과연 유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에 대해 ‘거대 서사의 정교한 재구성’이라는 해답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 책에서 이러한 목표가 만족스럽게 반영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여성의 삶의 구조와 변화과정을 분석하고자 했지만, 그 대상을 비교사적이면서 글로벌하게 다루는 종합사적 연구로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저자들도 이러한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에서 현대까지 서양 여성사의 흐름을 대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견지하면서 사회구조의 맥락 속에서 일관되게 서술하고자 한 점은 한국인에 의해 쓰인 최초의 여성사 입문서라는 의의를 높여줄 것이다.

 


철 학
      철학의 교실

    저/역자 : 오가와 히토시/안소현

    출판사 : 파이키

    2011-04-01 / 363쪽 / 15,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철학은 과학이 아니다. 요즘 세상에선 과학이 아니라면 우선 진리로 인정받을 수가 없다.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아무도 그 활동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한편 종교는 과학에 정면으로 맞설 만한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런데 도대체 철학은 무슨 생각으로 과학이기를 거부하는가? 철학은 근본적으로 메타 학문이다. 학문이 학문됨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과학의 과학됨이 무엇인지, 종교가 종교로서 성립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플라톤은 “철학이 죽음을 연습하는 학문이다”라고 말한다. 몽테뉴는 “철학은 죽는 방법을 연습하는 학문이다”라고 한다. 플라톤은 다시 “죽음의 의미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하이데거에서 환생한다. “어차피 죽을 것인데 살아서 뭐하나?” “세상에 기준을 두지 말고 자기답게 살아라!” “인생은 유한하므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절망을 안기는가? 무한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과연 우리를 희망으로 인도하는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존재는 인간 이외에도 많다. 무한한 존재만이 존재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은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는가? 어차피 죽을 것인데 왜 빨리 죽으려고 하는가? 죽음의 필연성은 우리에게 생을 일찍 마감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다. 단순히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통속적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전부가 아니다. 죽음이란 생이 유한함을 깨우쳐 주는 근원적 시간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희망이 느껴진다.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라는 독신주의자에게 플라톤은 사랑의 필연성을 강의한다. 인간은 원래 머리가 둘이고, 팔다리가 넷인 존재였다. 그러나 등을 중심으로 반쪽으로 쪼개지고 나서 다른 반쪽을 영원히 찾아나서는 존재가 되었다. 결핍을 느끼고 있는 존재가 갖고 있는 욕망보다 더 강렬한 것이 이 세상에 있을까? 누가 뭐래도 끝까지 자신의 반쪽을 찾아 나서게 마련이다. 이것이 에로스다. 에로스는 결국 상대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필리아는 자신과 상대방을 동등하게 사랑하는 친구간의 사랑이다. 아가페는 상대방을 자신보다 더욱 사랑하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사랑의 구분을 통해서 우리는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고전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반인에게 쉽게 철학적 사고의 전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적 고전에 대한 확실한 이해에 기초하면서 쉽게 풀어나가는 필력이 힘있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정치/사회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저/역자 : 김혜원

    출판사 : 오마이북

    2011-03-31 / 318쪽 / 13,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탈식민주의를 연구하는 어느 학자가 <하위주체[소외된 자]는 말할 수 있는가?>라는 글을 써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오마이뉴스의 민중기자인 김혜원씨가 열두 명의 독거노인들로부터 들은 절절한 인생이야기를 모아 놓은 이 책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은이는 독거노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의 외로움과 배고픔, 슬픔이 그대로 전이되어 몇 달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 내가 대신 말해주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이웃들이 나를 부르기 때문”에 “또 다시 취재수첩을 꺼내든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이들의 간절한 기도는 ‘내일 이 춥고 외로운 반지하방에서 눈을 뜰 것이 두려워 매일 밤 이대로 잠든 채 세상을 뜨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지은이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공동체적 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동시에 지은이는 이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와 이웃들의 “작은 사랑의 불꽃이 독거노인들의 얼어붙은 방바닥을 따뜻하게 덥히는 보일러가 되고, 어두운 방을 환하게 비추는 전등이 되며, 배고픔을 이길 한 그릇 따뜻한 밥이 되어 이 추운 겨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고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희망을 노래한다. 작은 쌀집을 운영하면서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있는 (책의 끝부분에 실린) 정창길씨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구원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스스로를 구원한다’는 진실을 체험으로 전하고 있다.

 


경제/경영
      소셜 리더쉽

    저/역자 : 강요식

    출판사 : 미다스북스

    2011-04-25 / 303쪽 / 15,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 소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표적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의 하루 메시지 수가 5,000만 건을 넘어선 지 오래고, 페이스북의 온라인 친구는 5억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19일에는 대표적 글로벌 SNS 업체 중 하나인 링크드인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었는데,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일부에서는 과거 닷컴 버블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닷컴 버블을 초래한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가 힘들 듯이 앞으로 SNS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지 모른다. 이 책은 소셜 네트워크를 쉽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소셜 리더가 되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책이 출간되었으나 저자는 이 분야의 다양한 저작과 강의 활동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으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신대륙 소셜 랜드를 찾아 나서고, 소셜 블루오션에서 기회를 찾을 것을 역설한다.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에 얽힌 연줄 자본주의 사회다. 주말에는 주중의 피로를 씻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데, 인맥 관리를 위해 경조사로 주말을 보내야 하는 사회다. 이런 아날로그식 ‘폐쇄적 연줄 네트워크’로는 디지털식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더 개방하고, 더 공유하라!”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의 기본 철학은 바로 ‘참여, 공유, 개방’임을 강조한다. 우리 모두 소셜 리더가 되어 새 시대를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과 학
      기후 다이어트

    저/역자 : 조나단 해링턴

    출판사 : 호이테북스

    2011-04-25 / 248쪽 / 13,0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다이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다이어트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설정하고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기후 다이어트’라는 책 제목처럼 저자는 사람들에게 바로 오늘,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준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이제 새삼 거론할 필요 없이 우리의 삶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세계 각국은 기후 문제를 국가 아젠다로 정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하는 ‘탄소발자국’이라는 용어가 알려지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이 대규모 공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해야 하는 일임이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내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봤지만 ‘어떻게?’에서 막혔다면 이 책은 정말로 도움이 된다.
식기세척기 사용을 줄이고, 온수기의 온도를 낮추고, 세탁물은 자연건조하고, 실내 온도를 10% 낮추거나 높이고, 전기제품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으로 구입하고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대형마트보다는 직거래 장터를 이용하고 과도하게 포장된 식품은 피하고, 포장지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운전할 경우 급가속이나 급제동을 피하고, 공회전을 하지 않고, 자가용에 무거운 물건은 두지 않고 환경에 책임지는 기업의 물건을 구입하고 환경 친화적인 정치인에 투표하고……. 이 정도면 누구라도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 해볼 만한 일 아닌가. 덧붙여 각각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행동이 탄소를 얼마나 줄이는지 직접 계산해볼 수도 있다.

 


예 술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저/역자 : 강판권

    출판사 : 효형출판

    2011-04-15 / 255쪽 / 14,0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신윤복의 그림 <月下情人>에서 연인이 한밤중인 삼경에 만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 사람이 있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라 달 전문가였다고 한다. 그림 속에 있는 눈썹같이 생긴 초승달은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해가 지는 서쪽 하늘에서 잠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을 보아도 그것이 먼저 눈에 띈다.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미술 전문가가 감상하는 법을 안내해 주는 글이 아니라, 나무에 폭 빠져 나무가 그림보다 먼저 보이는 사람이 들려주는 그림 속 나무 이야기인 셈이다. 나무는 땅과 하늘 사이에 수직으로 서 있다. 땅과 하늘 사이에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무는 사람을 잘 이해해 주고, 사람은 나무에게서 세상의 이치를 찾고자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선 나무를 부모처럼, 아내처럼, 친구처럼 대할 줄 알게 되는데, 이렇듯 나무를 보는 감수성의 눈이 깊고 넓어지면 그림을 보는 시각도 더불어 확장되는 것 같다. 이정이 그린 <풍죽도>를 보여 주며 저자는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에 곧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생명체든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면서 바로 서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다. 윤두서의 <유하백마도>에서는 버드나무의 부드러운 속성과 백마의 우아한 기품을 연결시켜 이야기한다. 버드나무 아래 말을 매어놓고 말 주인은 어디서 마냥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나무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나무가 사람과 닮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림 이야기에 줄곧 마음이 가는 것은 그림이 우리의 삶을 슬며시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무와 그림, 나무그림은 그래서 좋다.

 


교 양
      한국인의 마음

    저/역자 : 지상현

    출판사 : 사회평론

    2011-04-28 / 286쪽 / 16,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이 책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심리적 기질을 찾는 작업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오래된 미술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심리적 기질을 말하는가? 필자는 조울증형 문화, 전문용어로는 매닉친화형이라고 말한다. 매닉친화형이란 조울증의 병전(病前) 기질을 일컫는다고 하는데 이 개념을 이용하면 흥, 신명, 해학 등 한국인의 외향성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인의 내향성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성공적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흥미를 끄는 점은 필자가 한국 전통 미술 전공자와 달리 전통 미술의 현대성에 주목하여 작업을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전공자는 보통 어떤 작품의 역사와 미의식에 관해 내재적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반해 필자는 우리 미술품이 일본이나 중국 미술품과는 달리 현대적이라는 것에 주목하여 그것을 드러내고자 한다. 도쿄 민예관에 소장되어 있는 석제약탕관의 현대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바우하우스를 대조시키는 식이다. 필자는 ‘어떻게 이런 감성의 미술품을 선조들이 만들게 되었는가?’, ‘도대체 우리는 어떤 민족이기에 이런 현대적 양식의 미술품, 생활용품을 그 옛날에 만들 수 있었는가?’ 라는 물음에 답하면서 우리 미술품의 시각적 특징과 그것이 주는 감성적 효과에 주목한다. 관점을 현대에 두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 용
      베스트셀러30년


    저/역자 : 한기호

    출판사 : 교보문고

    2011-04-10 / 465쪽 / 18,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이 책의 저자 한기호는 우리 출판계에 귀한 존재다. 1982년 출판계에 입문한 후 30년 동안 책과 함께 ‘열정시대’를 살아오면서 책동네의 버려진 섬에 꽃을 피웠다. 그가 개척한 영역은 대체로 4가지 정도다. 먼저 기획자다. 창작과비평사(현 창비)에서 영업부장을 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키웠고, 기획에도 깊숙이 개입해 밀리언셀러를 여러 권 만들어 냈다. 운동권 출판사의 상업적 성공에는 그의 역할이 지대했다. 한기호의 안목은 1998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만들어 독립한 이후 더욱 체계적인 틀을 갖추게 되었다. 출판전문지 「송인소식」과 「기획회의」를 발간하면서 출판계의 이슈를 찾아내고 토론과 연구를 거쳐 해법을 찾는 방식을 도입했다. 다음은 비평가다. 크리틱의 무풍지대에 안주하던 출판계는 그로 인해 단연 활기가 돌았다. 마당을 마련해 주고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전사로 나섰다. 더욱이 그의 비평이 주례사에 머물지 않기에 가시 돋친 독설이 따른다. 이로 인해 그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 다음이 활동가다. 민주화 유공자이기도 한 그는 2010년에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을 창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읽기 운동을 펴고 있다. 현장과 이론의 양수겸장이기에 피할 수 없는 그의 몫이다. 마지막이 기록자다. 이 책이 증거다. 1981년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국출판 30년의 기상도를 압축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300권의 책 이야기는 동시대 지성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욕망의 속살까지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 ‘연구열 왕성한 출판학자’라는 명함 하나를 추가해도 되겠다.

 


아 동
      뒷집 준범이

    저/역자 : 조경숙 글, 이용규 그림

    출판사 : 국민서관

    2011-03-31 / 231쪽 / 12,000원

    추천자 : 오은영, 서정숙(동시 동화작가, 그림책 편론가)

 요즘 역사동화책이 제법 많이 출간된다. 하지만 근대사, 즉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드물다. 특히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군의 주변을 다룬 동화는 처음인 것 같아 반가웠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는 우리에게 부끄러운 역사이다. 부끄럽다고 감추거나 덮으면 역사에 발전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는지, 어떤 갈등을 겪어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항일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봉오동전투다. 봉오동전투는 홍범도 장군이 이끈 독립군이 일본침략군을 상대로 처음 승리한 대규모 전투다. 홍범도 장군은 등장인물 중 황 장군의 실제 모델이며, 일본군 장교 야스카와 지로는 봉오동전투의 적장의 실제 이름이고, 주인공 홍이는 작가가 탄생시킨 13살짜리 어린이이다. 홍이는 황 장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 전사한 평범한 독립군의 어린 아들이다. 독립군이었던 홍이 아버지에게는 황 장군이 하늘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홍이에게는 아버지를 빼앗아간 원수 같은 존재였다. 고아가 되어 떠돌던 홍이는 우연히 황 장군을 만난다. 황 장군은 홍이를 보살펴 주려 하나, 홍이는 거부하고 떠난다. 그리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황 장군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되찾는 길을 선택했는지, 왜 빼앗긴 나라를 찾아야 하는지. 왜 남이 아닌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작가는 홍이를 통해 나라 잃은 역사적 비극 앞에서 평범한 개인이 겪는 고통과 슬픔, 갈등과 희생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만이 절대 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본의 힘을 선택한 사람도 억지로 끌려 온 일본군 소년병사도 나름대로 깊은 고뇌의 결정이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책이 제법 두꺼워 독서력이 약한 어린이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있었던 전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지고, 등장인물들도 생생하게 살아있어 생각보다 빨리 읽힌다.

 

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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