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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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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하진/왕은철
출판사 : 시공사
2011-01-27 / 375쪽 / 12,0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
하진은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계 작가 중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의 하나이다. 그의 소설은 이미 국내에 여러 권 소개되었다. 이 달에 그의 단편 모음집을 소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의 소설이 미국에 이민 간 동북아시안들이 겪는 생활상의 애환뿐만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의 교섭으로 인해 벌어지는 돌발적인 사고들을 여실하고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좀 더 특별한 이유이다. 그의 단편 소설들이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전개방식이 그것이다. 잘 아시다시피, 단편의 핵심은 ‘반전’에 있다. 이야기가 단순한 만큼 반전이 더욱 중요한 미학적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진의 소설들에도 ‘반전’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의 반전은 우리의 단편소설들이 자주 보여주는 것처럼, 결말을 완전히 뒤바꾸어 버리는 극적 반전이 아니다. 하진 소설의 반전은 오히려 작품의 도입부부터 예고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고된 반전이라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짜릿한 흥분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반전의 ‘예고성’ 때문에 독자는 작품을 읽는 내내 기묘한 긴장 상태에 있게 되고, 그 긴장 상태 자체가 음미 혹은 성찰의 대상이 된다. 그 점에서 그의 단편 소설은 한편으론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충고로 읽히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론 단편을 반성하는 소설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미인」의 진정한 반전은 성형수술한 아내의 추한 옛 모습을 긍정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사실에 있다. 극적인 것에 오래 길들여져 있는 한국의 소설가들과 독자들이 공히 음미해 볼 만한 문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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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강종훈외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2011-02-14 / 355쪽 / 18,0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한때 한국사 연구자들이 집단으로 많은 분량의 한국사 교양서를 집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명감에서, 한편으로는 집단 창작의 즐거움에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꽤 많이 팔리면 수입도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이제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하는 작업은 거의 없다. 이제 연구자라면 집중적으로 논문을 써야 하는 압박감이 학계를 짓누르고 있으며, 바쁜 일상에 저마다 시간을 이기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오랜 시간 관점과 서술을 맞추어야 하는 작업은 힘들어졌다. 인문학 전반이 그러하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시간이 없을 것이 뻔한 중진 역사전문가 17인이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빼어난 대중서를 출간하였다. 한국사 필수과목이 논의되는 시점이기에 더욱 반갑다. 이 책은 무엇보다 글과 그림과 사진이 삼위일체가 되어 잘 구성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흥행을 위해 그림과 사진을 가능한 많이 넣으려는 시도가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그림과 사진은 글의 장식일 뿐이었고, 캡션 설명은 글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글과 그림과 사진이 밀접하게 상호 연관되면서 입체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사람들은 읽을 만한 한국사 교양서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더 많은 교양서가 경쟁적으로 집필되어야 하지만, 일단 본 책의 출간이 그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이다. 교양서는 내용과 함께 편집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구성 및 사진 배치, 그리고 컬러 색감까지 대단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한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유쾌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모습이 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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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강신주
출판사 : 사계절
2011-02-15 / 346쪽 / 17,8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
책을 읽는 것은 여행하는 것과 같다. 낯선 곳으로 자신을 이끌고 가는 것은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여행의 영어 단어가 고생을 의미하는 TROUBLE에 어원을 둔 TRAVEL일까! 낯선 곳에서 머물면서 그곳 사정에 익숙해지면 이제 그곳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남들이 다 좋다는 그 곳에서 전혀 감응이 일어나지 않아도 떠나야 한다. 낯선 타자와의 긴장이 지속되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듯이, 책을 읽는 것도 자신을 낯선 곳으로 던지고 배우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치열하게 독서한 48권으로부터 얻은 단상을 우리에게 평이한 말로 들려주고 있다. 객관적 독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예를 찾아가며 자신이 얻은 교훈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철학자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심오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열정적으로 글을 써나가고 있는 저자의 독서폭은 상당히 넓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저자의 광범위한 관심사 또한 매력적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원회귀의 사상을 설파한다. 만약에 당신이 어떤 행위를 하려고 할 때, 그 행위가 십만 년 뒤에 다시 반복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후회할 만한 일이 십만 년마다 반복된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우리의 모든 삶이 그냥 일과성으로 지나가고 말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중압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삶이 영원히 회귀'하기 위해서 '영혼불멸의 삶이 논리적으로 또 형이상학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다. 니체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가 없으면 책임도 없다'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행위자가 자유의지를 행사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복잡한 전철에서 하이힐에 밟힌 것에 대하여 전철 운전기사에게 잘못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있지, 그 아가씨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냐면 자유의지로 나에게 해를 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유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안티노미(이율배반)에 대한 칸트의 복잡한 논증과정을 거침없이 저자는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읽고나면 철학에 대하여 더욱 심층적으로 공부할 필요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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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정외영
출판사 : 이매진
2011-02-11 / 312쪽 / 14,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경제 발전과 함께 물질적 삶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웃’과 ‘마을’이라는 정감공동체를 상실한 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이제 대부분의 도시민들에게 그런 정감공동체는 명절 때 장시간에 걸친 귀성전쟁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고향에 갔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그러나 임박한 귀경전쟁의 압박 때문에 오래 머무르지도 못하고 서둘러 떠나야 하는, 과거의 저편에 오직 아련한 향수와 추억의 대상으로 존재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골목에 꽃이 피네』는 강북구 수유동의 ‘아줌마’들이 지난 16년 동안 한데 힘을 합쳐 삭막하고 황량한 생활공간을 정감 넘치는 이웃과 마을로 복원시키는 데 성공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시작하여 나중에 사단법인이 된 ‘녹색마을사람들’은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열린 숙제방’에서 시작하여,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챙기고 도와주는 ‘이웃 산타’와 ‘루돌프’ 프로그램, 친환경·재활용 관심에서 비롯된 ‘녹색가게’,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친정언니 되기’와 ‘한글교실’ 등을 통해,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라는 형식적인 구분을 넘어 나눔이 곧 행복과 기쁨의 원천이 되는 삶터를 일구어 낸 것이다. 도시의 그 골목에는 시골의 여느 마을처럼 이름 없는 들꽃들이 피어 있는 게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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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라구람 G. 라잔/ 김민주, 송희령
출판사 : 에코리브르
2011-02-25 / 496쪽 / 23,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글로벌 금융위기에 관해 많은 책들이 쓰여졌고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금까지 출판된 책들이 주로 진보진영의 시각에서 저술된 반면, 이 책은 보수 진영의 시각으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또한 일본의 대지진을 예측이라도 한 듯 책 제목을 『폴트 라인』이라고 달았다. 폴트 라인(fault line)은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을 의미한다. 저자 라구람 라잔 교수는 미국의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있으면서 위기 발생 이전인 2003-2006년 중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로 활동하였다. 그는 위기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여 왔는데, 보수 진영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경계한다는 점에서 월 스트리트를 카지노 자본주의로 부르며 시장경제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진보 진영과 크게 다르다. 저자는 세계 경제에 많은 단층선이 있어서 이를 진단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다시 대재앙을 맞을 것임을 예고한다.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세 가지 폴트 라인은 경제와 정치의 단층선, 국가 간 무역불균형의 단층선, 영미식 금융제도와 독일ㆍ일본식 금융제도의 단층선이다. 정치와 경제의 단층선은 현재 세계 경제가 겪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에서 비롯된다. 경제가 회복되지만 고용이 여전히 부진할 때 정치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기본적으로 독일ㆍ일본식 제도와 수출지향적 성장전략에서 야기된다고 보고 있어서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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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아폴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외 글,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외 그림/ 전대호
출판사 : 랜덤하우스
2011-02-14 / 341쪽 / 148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
20세기의 지성으로 포장돼 있던 버트런드 러셀을 한 꺼풀 벗겨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영국 귀족 출신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알려진 ‘딱딱한’ 러셀을 만화라는 형식 덕분에 좀 더 쉽게, 좀 더 인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으로 러셀을 통해 직접 듣는 생애와 러셀을 보여주려는 진짜 저자들이(한 사람은 수학을 전공했고 다른 사람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전개하는 이야기 방식도 흥미롭다. “논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규칙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논리는 정의로 시작해서 규칙에 맞게 진행되지요”, “나는 논리학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완전하게 확실하게 아는 즐거움을 경험했어요”처럼 논리학의 의미를 설명하고, 논리학의 매력에 빠져든 경험을 보여주는 대사들이 철학적이다. 더불어 세계에 대한 확실한 앎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좌절한 논리학자의 삶을 만나면서 쉽게 다가서기 어려웠던 러셀의 역설,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 집합론 등도 살짝 맛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과학을 둘러싼 철학, 종교, 정치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 하이젠 베르크의 저서 『부분과 전체』가 떠오른다. 아인슈타인, 보어, 슈뢰딩거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현대물리학자들이 벌이는 지적 토론 속에서 현대물리학의 발전을 생동감 있게 느꼈듯 이 책을 통해서도 수학, 논리학, 철학의 진지한 주제들이 프레게, 힐베르트, 화이트헤드, 푸앵카레, 튜링,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하나씩 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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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민병일
출판사 : 아우라
2011-02-21 / 240쪽 / 13,5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
요즘엔 만년필로 글을 쓰는 사람이 드물다. 이제 그것은 실용적인 물건이라기보다는 고릿적 낭만시대의 유물처럼 아득한 정서로 다가올 뿐이다. 중학교 입학할 때 처음으로 만년필을 선물 받았던 일, 그리고 줄이 그어진 영어 공책에 그 만년필을 살짝 눕혀 필기체 연습을 해보던 때의 흐뭇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예술이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창의적인 활동과 그 결과물은 아니다.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새로운 것을 불현듯 떠올리거나 창출해 내는 예술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예술적 상상력을 주도하는 것은 의외로 창의성이 아니라 기억이다. 물건을 쓰던 사람이 살던 시대와 장소, 그리고 다시 그것이 누군가에게로 입수되기까지의 경위, 그 과정 중에 얽힌 갖가지 기억이 상상의 꼬리를 이어나가고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늦깎이 독일 유학생이던 저자는 벼룩시장을 돌다가 삶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해 낸다. 몽당연필, 단추, 진공관 라디오, 닭장 습도계, 여행기념 액자 등 오래된 일상 사물들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독특하거나 새롭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물건이라고 해서 저절로 값어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 물건이 품은 사연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눈에 들어와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이 예술인지 또 예술에 대한 애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 보게 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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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조셉 조네이토/구은혜
출판사 : 마고북스
2011-02-01 / 390쪽 / 23,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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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동화는 모두 어른이 쓴다. 그런데도 어른이 쓴 동화가 맑고 투명한 어린이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여긴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을까. 어른의 눈높이에서 쓸 수밖에 없고 어른의 가치관이 투영될 수밖에 없을 텐데. 이 책은 이런 의심을 밀고 나아가 좀 더 과격한 주장을 내놓는다. 즉 성인이 아동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성인은 아동들이 읽는 이야기를 통해 어른의 문화를 확고하게 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문화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에서 성인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아동을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피노키오』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피노키오』에는 아버지를 구하려는 아이의 욕구 이외에 다른 어떤 정서적 욕구도 없다. 아버지 제페토가 홀로 쓸쓸히 지내다가 만들어 낸 피노키오는 미완성된 아이이며 오로지 아버지에게 순순히 복종해야만 완성될 수 있다. 피노키오가 순종한 이후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는 진짜 소년이 된다. 이 이야기는 아동이 지배 이데올로기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아동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것이, 아니 이것만이 유일하게 "진짜"가 되는 길이라고 말한다. 만들어진 전통, 만들어진 근대 등 최근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이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그 대상이 아동이라는 점에서 좀 더 정신에 자극을 준다. 또 무엇이 만들어진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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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윌리엄 케인/김민수
출판사 : 이론과실천
2011-02-17 / 463쪽 / 23,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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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기란 정말 어렵다. 직업에 붙잡혀 27년째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그렇다. 한 분야의 장인으로 치면 지금쯤 자신 있게 대적할 만한데도 샅바를 잡을 때마다 버겁다. 긴장되고 떨린다. 그러니 글쓰기를 다룬 책에 대해 글쓰기가 얼마나 어렵겠나.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 속성 때문이리라. 글자의 겉은 같은데 속은 늘 달라지는 고유한 성질이 그렇다. 마구 움직이고 형태도 다르게 생겨먹은 표적을 맞힐 궁법(弓法)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다만 활을 다루고, 표적의 방향과 속도를 낚아채는 기술은 가능하리라. 그리고는 끝없는 연습으로 성취할 수밖에. 이 책도 어느 날 허공에서 뚝 떨어진 작가는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기존 작품을 연구하고 구조를 익힌 뒤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출 것을 권하면서 내놓은 것이 수사학의 방법론과 모방의 테크닉이다. 수사학은 문체를 확립하고, 적절한 어휘로 글을 전개하며,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모방은 수사학을 배우는 도구로 유용하다. 모방하는 동안 거장의 문체를 체득하게 된다는 것은 오래된 원리다. 저자는 모방의 기술을 적용할 대상으로 헤밍웨이, 발자크, 찰스 디킨스, 도스토예프스키, 프란츠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 마거릿 미첼, 조지 오웰, 이언 플레밍 등 21명의 이름을 예시했다. 각자의 작법을 분석하며 무엇을 버리고 취할지 안내한다. 헤밍웨이는 표현의 정확함과 극적 효과를 위해 짧은 문장을 선호했고, 이는 신문기자의 경험에서 나왔다는 식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스티븐 킹도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라는 책을 썼다. 킹은 존 스타인벡이나 헤밍웨이의 문장을 예시하면서도 그에 앞서 윌리엄 스트렁크 2세와 E. B. 화이트의 『문체요강(The Elements of Style)』을 권한다. 글쓰기 책도 계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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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유순희 글, 최정인 그림
출판사 : 푸른책들
2011-03-10 / 102쪽 / 9,000원
추천자 : 오은영, 서정숙(동시 동화작가, 그림책 편론가) |
어린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큰다. 놀이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지키면서 사회성을 배운다. 이 책은 지우개 따먹기 놀이 재미에 푹 빠진 한 반 아이들의 이야기다. 너무 달라 물과 기름 같던 아이들이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하면서 상대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놀이에는 경쟁 상대, 구경꾼, 이길까 질까 하는 짜릿함이 있다. 이 책에는 경쟁 상대로 집안환경, 성격, 성적, 외모까지 정반대인 두 아이가 나온다. 아빠와 단둘이 살면서 콧구멍을 후비며 구린내를 풍기는 상보, 부자며 공부도 외모도 완벽한 준혁이다. 그리고 구경꾼 대표로 냄새를 잘 맡는 홍미가 나온다. 홍미는 지우개 따먹기 놀이뿐 아니라 상보와 준혁이를 관찰하여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 상보는 아빠에게 배운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아이들에게 퍼트린다. 그리고 놀이를 할 때 지우개 따먹기의 10가지 법칙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우개 따먹기 법칙 속에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예를 들면 <법칙 4,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킬 것>, <법칙 1,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것>, <법칙 9. 지우개 크기는 비슷해야 한다.>, <법칙 10. 지우개 따먹기를 할 때 상대는 나의 친구이다>처럼 말이다. 특히,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은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마음에 새겨야 할 가치로 여겨진다. 이기려고 노력은 하되 못 이겼다고 좌절하진 말자. 다음에 이기면 되고, 아니면 그 다음에 이기면 된다. 왜냐면 상대방은 내 친구니까. 친구는 이겨서 짓밟아야 할 적이 아니니까. 내가 이기는 것도 좋지만 친구가 이기는 것도 좋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경쟁한다면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처럼 이 책은 놀이의 승부를 지켜보는 재미도 주고, 놀이 법칙 속에 녹아있는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가치관도 보여준다. 놀이 규칙을 지키면서 혹은 갈등하면서 마음이 커가는 아이들 모습이 자연스러워 좋다. 저학년이 읽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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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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