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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의 읽을 만할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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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3월의 읽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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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학
     위대한 침묵/유리그림자

    저/역자 : 이윤기

    출판사 : 민음사

    2011-01-14 / 177쪽 / 10,0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이윤기 선생이 영면하신 건 작년 8월이었다. 그날 우리는 뛰어난 번역가이자 소설가이며 문장가였던 분을 잃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이의 남은 문향을, 유고 산문집/소설집을 통해서 맡는다. 맡는다? 그렇다. 선생은 무엇보다도 후각적인 존재였다. 보들레르가 「상응」에서 장려하게 보여주었듯이, ‘후각’은 장애물들 사이를 뚫고 가장 멀리 퍼져 나가는 감각이다. 이윤기의 고유한 문체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이의 문장 한 줄만으로도 독자의 머리 속에 꽤 특별한 글 세상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였다. 게다가 후각은 또한 깊이 스며드는 감각이다. 그래서 거기서는 “정신과 감각의 혼융”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윤기의 글은 느낌이 곧 지성이고, 지성이 곧 느낌인 글이었다. 그래서 그이는 없어도 있었고, 조금 있어도 많이 있었다. 이 멀리 그리고 깊이 가는 글의 감각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나는 그 원천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이가 수용해 두뇌피질 속에 축적한 ‘세상의 모든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이는 모르는 게 없었다. 인류의 신화뿐만 아니라 시시콜콜한 인생잡사의 온갖 비밀을 그이는 알았다. 어떤 유행가요의 노랫말의 기원도 알고, 그 변질도 알았고, 흔히 쓰는 외국어의 어원과 운용도 알았다. 선생은 그래서 일종의 보편적 지식에 가까웠는데, 그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결코 되새길 수 없는 그런 지식들로 가득했다. 그러니 그이의 글은 언제나 앎을 일깨우는 모종의 향료였다. 나는 유고집을 읽으며 선생의 혼령이 그렇게 은밀한 향료가 되어 둘레의 공기 속을 떠도는 걸 느낀다. 그 덕분에 나는 세상을 더욱 배우는 것이다.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이의 사후는 그런 삶이리라. 그것이 그이를 안식케 하리라.

 


역 사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저/역자 : 김인회

    출판사 : 푸른역사

    2010-12-30 / 395쪽 / 17,8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668년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한 후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그 중 1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인은 강회, 산남과 같은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 책은 그 중국 남방으로 이주한 고구려 유민이 현재 중국의 56개 민족 중 인구수가 5번째로 많은 먀오족을 형성한 중심세력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복식, 장식품, 축제, 혼례, 상례, 체질인류학 등 19가지의 증거를 들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이 책의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먀오족은 말한다. “돌은 베개로 삼을 수 없고 한족은 친구로 삼을 수 없다.” 저항하는 먀오족을 두고 중국인은 말한다. “먀오족은 30년 만에 작은 전쟁을 일으키고 60년 만에 큰 전쟁을 일으킨다.” 불굴의 의지로 자신들의 운명을 거부하며 자존과 자유를 지켜낸 먀오족의 역사를 두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인류학자 게디스(1916-1989)는 말한다. “세계 역사상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두 개의 민족이 있는데 하나는 유대인이고 다른 하나는 먀오족이다.” 1300년 전 발생한 고구려 유민사의 추적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역사는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은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크고 작은 교훈을 준다. 고구려 유민사를 추적한 본 책은 실패한 민족은 단 한 뼘의 땅도 허락받지 못한다는 냉혹한 역사적 교훈, 민족을 유지하고자 했던 눈물겨운 고난의 과정에 담긴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아울러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보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논리적 모순을 예증하기도 한다. 문자로 남긴 역사기록이 없는 먀오족을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현장답사를 병행한 10년의 연구과정은 저자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행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철 학
      가짜 논리

    저/역자 : 줄리언 바지니/강수정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11-01-31 / 298쪽 / 12,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99명의 의견과 다른 1명의 의견이 절대로 침묵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한 명의 의견이 만약 옳다면, 우리는 진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한 명의 의견이 틀리다면, 우리의 의견이 옳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 투표를 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자유토론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유토론 끝에 투표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줄리안 바지니는 “민주주의는 그저 다수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안별로 매번 다수결을 확인하여 그 여론 결과대로 한다고 해서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소수의 의견이 진실을 대변한다고 지도자가 판단하면 그 정책을 실행한다고 해서 오류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비인기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정치지도자가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물론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에 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의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 다수결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고 바지니는 지적한다.
전년도에 최우수상을 탄 조종사는 그 다음 해에 성적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 거의 예외 없이 전년도의 성적에 못 미쳤다. 이스라엘 공군에서는 그 원인을 조사했다. 칭찬을 받게 되면 도덕적 해이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칭찬 받으면 고래도 춤춘다는데 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일까? 의외의 결론은 인간세상사에는 '평균회귀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최고로 잘하면 그보다 더 잘하는 것은 힘들다. 그보다 못할 확률이 훨씬 높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며칠을 고생하다가 감기약을 먹으면 낫는다. 감기약 때문인가? 아니면 이제 나을 때가 됐는가? 우울증 치료의 효과도 마찬가지다. 거의 나락에 떨어지고 나서야 전문가를 찾아 나선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낫는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살충동을 이겨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기분이 나아지는 것일까? 전문가의 효력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바지니는 말한다.
매일 아침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었던 칠면조는 “나는 늘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는다”는 보편법칙을 수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목이 비틀려 죽고 만다. 버트런드 러셀의 귀납적 오류에 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일정한 현상을 반복 경험하면, 그것이 일반화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류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오류로부터 해방될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정치/사회
      사회적 영웅의 탄생

    저/역자 : 박명준

    출판사 : 이매진

    2011-01-10 / 286쪽 / 13,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책은 독일에서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 14인을 직접 인터뷰해서 그들의 성장과 활약상 및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적 기업(가)을 ‘사회 문제를 기업(가)의 방식을 사용해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사람들)’으로 정의한다. 기업가적 수단이란 기업이 지니고 있는 효율 지향적 조직 원리, 재정 동원의 원리 등을 지칭한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 사회적 기업가가 되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들의 특징을 ‘평범함 속의 비범함’으로 정의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세속적인 기준에서 볼 때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나오는데, 다만 그들은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사회적 문제에 순응하거나 체념하는 유형의 인간이라기보다는 문제의식에 민감하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성향의 인간이다.
이 책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우리의 편향된 이해를 두 가지 점에서 바로잡고 있다. 첫째, 우리 사회는 사회적 기업을 고용 창출의 수단으로,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이해하는 경제주의적 편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독일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 청소년 문제와 청년 고용, 교육 부문, 의료와 보건 분야, 의정 감시 활동, 환경 분야,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가 사회적 기업법을 제정함으로써 너무 앞서 나가고 있는데, 그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료화, 형식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경영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저/역자 :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출판사 : 청림출판

    2011-02-10 / 446쪽 / 18,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2008년 말 세계인들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에 거품이 끼였다고 하는 말은 위기 이전에도 수없이 들어왔지만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정책당국자와 시장을 신뢰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고 안심하려 했다. 아니 사실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은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거둔 수익에 만족하고 자산을 파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어쨌든 자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처구니없게도 금융의 중심부인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탐욕의 거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세계인들은 인간의 합리성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서 이 책은 인간행동의 비합리성을 다방면에 걸친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시장경제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저자는 2008년에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상식 밖의 경제학』을 출간하여 인간 행동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비합리성을 강조하지만 앞선 저서와는 달리 비합리성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려 한다. 인간의 비이성이 우리의 습관, 데이트 상대의 선택, 일터에서의 동기의식, 기부행위, 물건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 적응력, 복수욕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 있는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가 의도하는 바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일깨워주려 하기보다는 독자들이 “완벽하지 않기에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하려 함에 있다. 합리적이어서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 학
      행복한 물리여행

    저/역자 : 최준곤

    출판사 : 이다미디어

    2011-01-31 / 249쪽 / 15,0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태양은 노란색일까? 빨간색일까? 저자는 표면 온도가 6000도인 태양에서 가장 세게 나오는 빛은 초록색 빛이므로 태양은 초록색이란 신문 칼럼을 썼는데 이것이 실수였다는 이야기로 물리여행을 출발한다. 태양에서 가장 세게 나오는 빛이 초록색 빛인 것은 사실이지만 초록색이 아닌 다른 빛들도 초록색과 마찬가지로 거의 비슷한 세기로 나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음을 고백한다.(태양은 가시광선을 모두 합하면 얻을 수 있는 흰색이다.) 이렇게 자신의 실수를 이야기한 이유는 책에서 다루는 40여 가지 과학 현상 원리의 출발점이 저자의 호기심임을 보이려 한 것 같다. 이 책이 기존의 과학 상식 책과 다른 점이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이다. 학생들에게 현상을 설명하려고 글을 썼다기보다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를 덧붙여 ‘자신이 궁금한 것을 해결한 비밀노트’ 같은 느낌이다. 비밀노트의 한 장면을 엿보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 경주를 보면 앞 차에 바짝 붙어 달리던 차가 회전하면서 미끄러져 벽에 부딪힌다. 앞차의 바로 뒤를 쫓아가는 기술인 드래프팅이 공기의 흐름으로 생기는 압력 차이 때문에 앞차 쪽으로 당겨지는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차를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이 줄어들 수 있어 회전할 때 오히려 미끄러질 수 있다. 사막에 사는 유목민들은 왜 까만 옷을, 거기다 길기까지 한 옷을 입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고개를 갸웃했을 법한 질문이다. 실제로 검은 긴 옷은 흰 옷보다 햇볕을 더 많이 흡수한다. 이렇게 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옷감의 작은 구멍들 사이로 빠져나가고 외부 공기가 열린 아랫부분으로 들어온다. 즉 공기 순환이 일어나 흰 옷보다 덜 덥다. 이 밖에도 물고기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를 다루는 빛, 동양 종소리가 은은한 이유를 들려주는 소리, 번개와 천둥 중 더 무서운 것을 알려주는 날씨, MRI 검사의 원리를 들려주는 전기 및 자기 현상, 7층 이상에서 떨어지는 고양이가 안전하게 착지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물체의 움직임, 위조지폐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생활 주변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의 표현대로 생각이 중심이 되는 물리학이란 학문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예 술
      그림, 문학에 취하다

    저/역자 : 고연희

    출판사 : 아트북스

    2011-01-19 / 355쪽 / 13,0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언제부터인가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그림 속을 읽는다기보다는 그림이 처한 조건과 맥락들, 즉 그림이라는 틀 바깥의 것들을 통해 작품을 보려는 시도를 일컫는다. 하지만 그림 속에 문학적 내러티브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로 그림 안쪽부터 속속들이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그림을 볼 때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알지 못한 채, 장승업이 그린 [귀거래도] 속에서 쪽배를 타고 가는 선비의 마음을 어찌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으며, 이상적에게 쓴 편지글을 모른다면 김정희의 [세한도]는 그저 황량한 나무 세 그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학적 모티프를 품은 그림에서 글과 그림의 관계는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글이 그림과 관계를 맺으면 무엇이 안이 되고 무엇이 바깥이 되는지 뒤섞이게 되는 것이다. 글이란 쓰일 때 이미 당대 사회와 관련하여 어떤 특정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고, 몇 세기가 지나 어느 화가가 그 글의 모티프를 끌어와 그림으로 그렸다면, 그 그림은 다시 새로운 맥락 속에 놓여 또 다른 상징성을 띠게 된다.『그림, 문학에 취하다』의 저자는 그림 속으로 파고들어온 글귀의 의미를 차근차근 끄집어내어 읽어준다. 분명 처음에는 그림의 안쪽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그림의 바깥쪽 맥락을 아울러 읽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라고 할까. 그래서 책의 제목에서 ‘취하다’라는 중의적 표현을 쓴 것이 재치 있게 들린다. 글을 취(取)해 그림을 그리고, 그러다가 흠씬 제대로 취(醉)해 버리는 것이다.

 


교 양
      역사를 수놓은 발명 250가지

    저/역자 : 토마스 J. 크로웰/박우정

    출판사 : 현암사

    2011-01-10 / 527쪽 / 25,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빵을 사면 종종 바닥이 네모난 종이 봉지에 넣어준다. 양도 많이 들어가고 모양도 좋다. 종이여서 그런지 기분도 좋다. 나는 이런 종이 봉지는 옛날부터 있었고 특정한 개인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역사를 수놓은 발명 250가지』, 이 책을 보니 바닥이 네모난 종이 봉지는 1868년 미국의 마거릿 나이트가 발명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특허를 둘러싸고 소송이 있었다고 쓰여 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수많은 발명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너무나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아 이제는 그것이 역사를 바꾼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는 것도 잊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에어컨, 안전면도기, 파리채, 손목시계, 포스트잇 등등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가?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것 아닌가. 네모난 종이 봉지를 마거릿 나이트가 발명했다는 것을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빵을 살 돈이 우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식 파리채는 1905년 프랭크 로즈에 의해 발명되었는데 파리가 전염병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런 것을 알고 있으면 가끔 파리채를 보면서 인간과 파리와의 오래 시간에 걸친 전쟁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몰라도 그만인 앎들이 가끔 우리에게 숨 쉴 수 있는 틈을 준다.

 


실 용
      우리 나무의 세계1,2


    저/역자 : 박상진

    출판사 : 김영사

    2011-01-27 / 608쪽 / 30,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수년 전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 안개에 젖은 카를 다리의 새벽을 즐긴 적이 있다. 인적 없이 호젓한 다리 위를 거닐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프라하 도시를 개괄하면서 카를 다리에 서너 페이지를 할애한 책이었다. 그 때 짝을 이룬 여성 둘이 옆에 나타났다. 일본인이었다. 나는 놀랐다. 그들은 도시 프라하가 아니라 카를 다리만 따로 정리한 책을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카를 다리의 아쉬움을 달랠 만한 책을 만났다.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 눌와)였다. 나무를 다룬 수많은 책 가운데 궁궐에서 자라는 나무만 다룬 책은 처음이었다. 도시 프라하 중 카를 다리만 콕 찍은 일본 책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후 나는 이 책의 저자 박상진 교수에게 신뢰를 가지게 됐고, 광화문 현판 균열 사고가 났을 때 그의 발언을 가장 경청했다. 책을 보면 저자의 생각과 순수성을 알 수 있기에 그랬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텍스트를 짓는 학자의 역할이다. 근래에 생태학 붐이 일면서 나무와 꽃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 책은 그렇다 쳐도, 성인용 책마저 독창성 없는 아류들이 많다. 나무 사진을 찍어 놓고 감상을 담은 사연 몇 줄을 걸치는 형식이다. 개인적으로는 경이로운 경험이겠으나 지적(知的) 성취는 미약하다. 그리고 수없는 복제와 표절, 변형이 이어진다.
이 책에는 목재조직학자, 수목학자로서 40년을 보낸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담겼다. 1000여 종이 넘는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242종의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에다 문화적 의미를 보탰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하나의 든든한 텍스트를 곁에 두면서 알뜰살뜰 나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아 동
      괜찮아 3반

    저/역자 : 김영 글, 명수정 그림, 구본창 사진

    출판사 : 청년사

    2010-12-29 / 54쪽 / 13,000원

    추천자 : 오은영, 서정숙(동시 동화작가, 그림책 편론가)

 이 그림책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중 하나인 꼭두의 모습과 종류를 사진에 담아 소개하고 있다. 꼭두는 꼭두각시놀음에 쓰이는 형상과는 다른 것으로, 죽은 이를 무덤까지 옮기는 데 쓰이는 상여 곳곳에 부착된 형상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죽은 이가 다른 세상으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음에서 용과 봉황 같은 상상의 동물 꼭두와 인물 꼭두를 만들어 상여를 치장하였다. 특히 죽은 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인도하는 안내자, 다른 세상으로 가면서 무서워하지 않도록 지켜 주는 호위자, 길 떠난 이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흥겹게 놀아주며 마음을 위로해 주는 놀이꾼, 낯선 곳으로 가면서 불편해 하지 않도록 도와 주는 시중꾼 꼭두의 존재는 흥미롭다. 이 책은 그 밖에도 여러 종류의 꼭두에 대한 설명과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선, 이제는 어른들에게도 낯설어진 전통문화인 꼭두를 어린이들에게 선보이고자 한 의도가 귀하게 여겨진다. 어린이들은 죽은 이에 대한 산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꼭두의 존재를 통해 조상들의 내세관 또는 종교관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어린이에게 생소한 내용의 정보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고자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엿보인다. 어린이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 친근한 말투는 정보 책자의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주고, 이야기를 듣는 중간 중간에 어린이들이 제기할 수 있는 질문과 답을 끼워 넣어 어린이들이 그때그때 의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꼭두 사진에 곁들여진 그림 배경은 이야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해주는 동시에 시각적 변화를 주어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을 읽은 다음 꼭두 박물관을 한 번 방문해 본다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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