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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10월의 읽을 만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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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임철우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10-08-20 / 257쪽 / 11,0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
임철우의 소설은 1980년 광주항쟁과 더불어 태어났다. 작가는 그 사건을 현장에서 겪었고 그 의미를 캐내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그는 말 그대로 5월 광주의 모든 것을 소설의 광주리 안에 담으려 하였다. 그는 그것의 필연성과 우연성이 혼재한 양상을 동시에 포착하려 하였다. 또한 그것의 정치·사회적 측면을 넘어서 집단 심리의 심층에까지 다다르려 하였다. 그리하여, 광주항쟁을 총체적으로 재현한 『봄날』(1997)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이후 임철우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듯이 보였으며, 꽤 오랫동안 침묵에 빠졌다. 『등대』와 『백년여관』을 상자했으나 언어 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 소설 『이별하는 골짜기』를 통해 임철우는 자신의 필력이 결코 소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시야가 한층 넓어지고 언어의식이 깊어졌음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시종 천착해 오던 집단적 이상심리(광기·폭력·공포·섬망)와 개인적 합리화 사이의 미묘한 유착이라는 한국사회의 보편적 병리 현상이 스스로 화농해 개인의식의 저항으로 터져 나오는 지점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별어곡’이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진 네 편의 삶을, 가을, 여름, 겨울, 봄이라는 약간 어긋난 계절의 흐름 속에 배치하면서, 리바이어던과 같은 삶 속에서 사는 이유는 바로 그 삶의 이유를 캐묻는 과정 속에 놓여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 과정은 지나온 삶에 대한 자발적 망각의 몸부림과 그 망각의 울타리를 뚫고 솟아나는 생생한 실상들의 기억과 망각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자각들이 한데 엉크러져 들끓는 가운데, 문득 삶이 통째로 어긋나는 환각 속으로 빠졌다가 벗어나는 신체적·심리적 경험들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경험들에 대한 묘사의 핍진성이, 그 과정을, 죽지 못해 사는 삶으로부터 진실이 살아있는 삶으로 근본적으로 반전하는 과정으로 만들어 준다. 삶이란 작품의 제목이 암시하듯, 우리가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칠수록 빠져들고야 마는 그물이다. 한데 그 그물 속에서 산다는 것은 축축하고 끈적끈적하고도 동시에 환하고 신묘한 일인 것이다. 진심으로 온몸을 다해 체험하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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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정수일
출판사 : 창비
2010-08-06 / 555쪽 / 23,0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문명을 소통시키는 길, 실크로드에는 동서를 잇는 오아시스 실크로드, 초원 실크로드 그리고 해상 실크로드가 있다. 실크로드라고 하면 통상 오아시스 실크로드만을 떠올리는데 그것은 실크로드 연구가 주로 이 길에만 치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왜 초원 실크로드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가? 서구의 ‘문명 우월주의’ 관점에서는 항상 북방의 초원 유목 세계는 ‘미개’와 ‘야만’으로만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원 실크로드는 일찍이 찬란한 초원 문명을 잉태하고 전파시킨 소통의 길이며, 문명 교류의 최초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선구의 길이었다. 더욱이 우리에게 이 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추적해 볼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이다. 민족의 이동, 찬란한 청동기문화, 금관으로 대표되는 황금문화 등이 전부 이 길을 통해 한반도로 전파되었다.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 정수일은 연구도 되지 않고 가기도 힘든 이 길을 2년여에 걸쳐 꾸역꾸역 답사하며, 단순한 답사기가 아닌 문명사적 시각에서 초원 실크로드의 흔적과 역사적 교훈, 현재의 과제까지를 잘 제시해 주고 있다. 정말이지 글로벌시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에서는 돌궐 건국의 명장 톤유쿡의 비문을 소개하고 있다. ‘성을 쌓고 사는 자 기필코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지어다’. 닫힌 사회는 망하고 열린 사회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시대 디지털유목민을 떠올렸다. 과거 동서문화 교류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21세기 글로벌시대의 올바른 좌표를 설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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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최훈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2010-08-23 / 336쪽 / 13,8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
다른 사람과 논쟁하는 것은 현명하게 살아가는 처세가 아니다. 논쟁 끝에는 감정이 상하고,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하면 원수가 되기 때문이다. 한 명의 적이 당신의 앞길을 막으면, 여러 명의 친구가 도와주는 것도 때론 힘겹기만 하다. 일단 논쟁은 피하고 볼 일이지만, 불가피하게 논쟁에 말려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의도의 정치인들이 싸우는 꼴불견이 미디어에 방영될 때마다 만날 싸움만 하는 사람들에게 왜 국가 세금을 낭비해야 하느냐고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비난 여론이 세지면, 그 알량한 국회의원들은 서로 싸우지 않기로 다짐하는 장면을 미디어에서 연출하기도 한다. 비난하는 사람은 정치의 본질이 싸움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또 화합을 다짐하는 국회의원은 쇼를 하고 있는 중이다. 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싸우는 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정치는 논리에 기초한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는 것이다. 논리만으로 설득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정서적 동물이기 때문에 감정적 호소에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논리적 기초가 탄탄한 주장을 이겨내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최훈 교수는 ‘변호사 논증법’이란 다소 생소한 용어를 동원해서 우리에게 논리의 중요성을 주창한다. 변호사는 네 가지 논증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고객을 옹호한다. 첫째, 자비로운 해석과 역지사지의 원칙이다. 아버지를 죽인 자식의 변호를 맡았다고 하더라도, 무죄추정적 입장에서 최대한으로 유리한 해석을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한다. 반대의 입장을 살펴볼 줄 알아야 자신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근거제시와 근거확인의 원칙에 따르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 주장만 있고 근거가 빈약한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셋째, 입증의 책임과 권리의 원칙이 있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그 주장을 펴는 것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다른 사람의 입증의 권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넷째, 논점일탈 금지의 원칙에 따르면, 동서문답처럼 상대방의 예리한 질문을 비켜나가는 방법은 부당하다. 최훈 교수는 대화의 이종격투기 현장에서 합리적으로 승리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조련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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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앤서니 루이스 / 박지웅, 이지은
출판사 : 간장
2010-08-30 / 287쪽 / 14,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 책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언론인이자 법학자인 미국인 앤서니 루이스가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적용되어 왔는가를 구체적 사례들을, 가령 선동법, 간첩죄, 사생활, 언론의 면책특권, 애국적 히스테리, 성적 표현,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들(나치 옹호와 이슬람 극단주의 등)을 검토하면서 알기 쉽게 집필한 것이다. 역자의 한 사람인 박지웅이 군법무관으로 재직 시 2008년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군복을 벗게 된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은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의미심장하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권력자의 비위에 맞지 않는 사상이나 생각을 표명하다가 권력자의 분노를 사게 되면 걸려드는 죄가, 바로 법전에는 명문화되지 않은 ‘괘씸죄’이다. 독재체제이든 민주체제이든, 권력자는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 사상이나 생각의 표현에 대해 공식·비공식으로 괘씸죄를 통해 처벌·보복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대에 들어와 비로소 인정된 사상·언론·표현의 자유는 권력자의 비위에 거슬리는 사상이나 생각의 자유로운 표현을 괘씸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보장하는 인권이며, 정치적으로는 비판과 반대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민주시민의 필독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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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나얼 퍼거슨 / 김선영
출판사 : 민음사
2010-07-15 / 399쪽 / 25,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때, 세계 금융의 역사를 한 눈에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하버드 대학교 역사학과 니얼 퍼거슨 교수가 『돈의 부상: 세계의 금융 역사』란 제목으로 출간한 책을 민음사가 『금융의 지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하였다. 저자는 역사적 사건과 사료를 인용하며 세계 금융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역사학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금융의 역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화폐와 신용, 채권시장, 주식시장, 보험, 부동산시장, 국제금융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화폐와 신용의 역사에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용 거래와 남미 정복으로 드러난 유럽인의 금과 은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탐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어서 채권과 주식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데, 채권의 역사를 전쟁과 결부시키고 주식의 역사를 투기와 결부시키고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채권발행을 통해 전비를 조달할 수 있어야 하며, 실제로 웰링턴이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이긴 것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와 주식회사의 출현에 주목하고 첫 번째 거품이었던 미시시피사의 주가 거품을 야심 많고 사기성 있는 금융인 존 로 (John Law)를 통해 설명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집처럼 안전하다 (safe as houses)’ 라는 표현을 낳은 영미인의 부동산 투자와 모기지 제도에 대한 설명이다. 주택소유에 대한 열망과 부동산 불패 신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려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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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이덕환
출판사 : 프로네시스
2010-08-03 / 253쪽 / 12,0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
‘칼국수 같은 면류에 공업용 에탄올을 넣은 식품 제조업자가 구속됐다’는 뉴스를 보고 사람들은 한동안 면류 사먹기를 꺼린다. 이에 대해 저자는 술의 주성분이기도 한 에탄올이 식용과 공업용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공업용 에탄올에 불순물이 더 들어있다는 주장도 잘못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주세를 내지 않은 에탄올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첨가물(마실 수 없을 정도로 쓴맛을 내는 물질이나 인체에 독성이 강한 첨가제)을 넣은 변성알코올을 설명한다. 즉 국수 사건의 핵심은 주세를 낸 술 대신 변성 알코올을 사용한 탈세 행위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이웃과 소통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과학적 인성을 길러 주는 것이 과학교육의 목표이며 이러한 과학적 인성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소재가 바로 뉴스라고 말한다. ‘숨 쉬는 그릇 옹기의 진실, 비행기를 많이 탈수록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다, 홍시 숙성시키는 카바이드의 정체, 천연치클 껌이 더 좋을까, 화산재가 항공대란 일으킨 이유, 천안함 인양의 어려움을 설명한 표면장력은 오류, 이천 냉동고 화재 속 폴리우레탄의 정체, 광우병 논란 속 프리온과 변형 프리온, 유가 인상에 대한 정부 대처의 문제점, 세포 관찰하는 해파리의 형광단백질’ 등 다양한 뉴스 속에 등장하는 과학적 개념과 오류를 집어낸다. 지난 6년간 디지털 타임즈에 연재됐던 원고를 묶은 탓에 제한된 매수 때문인지 과학적 설명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이것도 모르냐’며 훈계하는 듯한 어투가 읽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점은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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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김순배
출판사 : 갤리온
2010-08-30 / 285쪽 / 15,0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
언젠가 음악사를 전공하는 분을 초청하여 열정이 넘치는 음악 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강의 후 저녁식사 장소로 옮기기 위해 그 분의 차를 탔는데, 시동을 거는 순간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 역시 음악을 전공하시는 분답다’ 하고 생각한 것은 아주 찰나였다. 그 분은 음악을 툭,하고 꺼버렸고, 곧 차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아, 듣고 계셨다면 미안해요. 저도 오전엔 이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하게 집을 나섰죠. 하지만 하루 종일 음악에 시달린 후에는 별로 듣고 싶지가 않아서요.” 그 때 처음으로 음악에 시달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보았었다. 오래도록 열정을 다 바쳐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피로와 회의 같은 기분이라고 하면 알맞을까. 하지만 그 심정은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또다시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떤 운명과도 같은 삶을 매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이 책에는 음악에 대한 그녀의 애증이 듬뿍 담겨있다. 애증의 감정은 음악을 피상적으로 맛본 사람이 아닌, 실제로 음악과 함께 살아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샅샅이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듯이, 음악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도 반드시 공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굳이 억지스럽게 교감을 끌어내고자 애쓰지 않아도 음악은 얼마든지 ‘설득력’ 있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주변의 삶과 연관시켜 선별한, 음악 감상을 위한 무겁지 않은 안내서로서 지나치게 지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센티멘탈한 감성에 치우치지도 않은 읽어봄직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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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오세정 조현우
출판사 : 이숲
2010-08-20 / 322쪽 / 14,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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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있다. 골치 아픈 문제까지 나아가지 않고 우리의 고전과 지금의 대중문화 사이를 오가면서 우리의 지평을 넓혀준다. 예를 들어보자. 선과 악의 문제는 아주 오래된 것이다. 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하는가? 이런 문제는 철학적 문제이거나 종교적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은 악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에 과거의 영웅소설의 독자들이나 현재의 우리가 왜 영웅이 악의 화신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이야기를 만들고 즐기는가를 묻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대중문화의 종류가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아주 넓을 뿐 아니라 한나 아렌트가 등장할 정도로 깊이도 있기 때문이다. 폭과 깊이를 적절히 갖추고 있고 주제도 다양하다. 글은 편하고 친절하여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시각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홍길동을 두고 성공한 정복자인가, 실패한 혁명가인가를 날카롭게 따지고 있다. 춘향전의 변학도에 대한 변명도 흥미롭다. 한 마디로 고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는 시도인데 성공적으로 보인다. 문제의식과 함께 풍부한 학식이 없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편집도 독자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우선 고전 요약이 나오고 고전에 대해 하나씩 따지면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해석이 지금 여기의 대중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준다. 이 점에서 저자들은 눈을 반짝인다. 그리고 중간중간 주제와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소개한다. 마지막에는 더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함으로써 완결감을 준다. 읽으면 교양도 늘어나고 재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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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서명숙
출판사 : 북하우스
2010-08-26 / 386쪽 / 15,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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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저자를 잘 모른다. 나이가 비슷하고 언론계에 몸담은 시기도 많이 겹치지만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취재현장에서고, 술집에서고. 그렇다고 영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기사와 책을 읽었고, 지인을 통해 듣기도 했다. 이런 어정쩡한 입장인데도 남들은 내가 서명숙과 엄청 가까운 줄 안다. 사석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골자는 “서명숙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뚜렷한 공적도 없는 상을 받는 서방 정치인들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마이크로 크레디트로 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를 떠올리면 서명숙도 자격이 충분하지 않나 여겨지는 것이다.
이 책의 서평은 서명숙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와 일치한다. 올레는 걷기의 소중함을 일깨운 위업이다. 걷기는 산책이나 행군과 다른 인문적 동작이다. 걷는 가운데 자기를 발견하고 대화한다. 걷기를 마무리하면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체득한다. 속도전의 문법에 익숙한 현대인,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사회에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점에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드높였다. 그 가치에는 자유와 평화, 사랑이 들어있다. 좀 더 거친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1954년에 출간된 정비석의 『자유부인』에 대해 당시 황산덕 서울법대 교수가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적”이라고 지적했다면, 서명숙의 책은 “세계인 50억을 치유하는 친구”에 해당한다. 하나의 길이 또 다른 길을 낳고, 그 길은 지역이나 나라의 울타리를 넘어 끝없이 이어지니 50억의 숫자가 결코 과하지 않다. 이미 제주를 넘어 대구에 올레가 생겼고 스위스 알프스에도 수출했다고 하지 않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서는 한국인이 많지만, 여행의 깨달음을 실천으로 옮긴 이는 드물다. 책갈피 속에는 길을 생각하고 내는 과정의 어려움과 기쁨, 식구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올레 10 코스에 담겨 있는 정난주 마리아의 거룩한 사연은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다. 서평을 위해 책을 너무 빨리 읽은 것이 올레 정신에 어긋나지 않은지 돌아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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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김일광 글, 강신광 그림
출판사 : 봄봄
2010-08-30 / 85쪽 / 9,000원
추천자 : 오은영, 서정숙(동시 동화작가, 그림책 편론가) |
이 책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우리나라를 일본에 빼앗겼던 1905년부터 8년간, 일본 어업회사는 독도바다에 살던 바다사자-독도 강치 1만 4천여 마리를 무참히 죽였다. 고기와 기름, 가죽을 얻으려 저지른 일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 독도 강치 ‘아라’다. 우리는 왜 독도를 꼭 지켜야 할까? 독도를 못 지키면 어떻게 될까? 작가는 그 답을 ‘아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알려준다.
어느 날 아라네 가족이 평화롭게 살던 독도 바다가 빨간 피로 물든다. 일본 어부들이 무더기로 강치들을 잡아 가죽을 벗겨낸 것이다. 아라 아빠 강치대왕은 무자비한 일본 어부들에게서 강치들을 지키려고 저항한다. 하지만 힘이 달려 새끼 강치들만 겨우 구하고 다른 어른 강치들과 함께 죽음을 맞는다. ‘아라’를 향해 우리 바다를, 강치가 사는 독도를 지켜달라고 울부짖으면서. 만약 우리가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일본 어부들이 독도까지 왔을까? 그럼 지금 우리는 독도 강치를 독도 바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안 생기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한번쯤 생각할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도 재미가 없으면 어린이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그런데 작가는 바다 동물을 의인화하여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게 써내려갔다. 독도 강치라는 소재도 새로웠다. 바닷가 마을이 삶터인 작가의 생생한 바다 속 묘사도 돋보였다. 저학년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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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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