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윤리 간행물 위원 회에서는 전국민 책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만한 책을 선정 발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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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6월의 읽을 만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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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롱잉타이/ 도희진
출판사 : 사피엔스21
2010-05-14 / 347쪽 / 12,000원
추천자 : 신경숙(작가) |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별에 관한 책이다. 타인과의 작별이 아니라 가족과의 작별,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헤어짐을 두고 그 작별인사로 읽어도 되는 책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성찰에 대한 책이야 많이 있지만 그 관계를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 로 시점을 두고 쓰여진 이 책은 보편적인 우리의 자화상들을 거울을 들여다보듯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룽잉타이는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만 중화권 최고의 사회문화 비평가이며 작가로 알려져 있다. 타이완에서 태어나 그곳 청궁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85년에 타이완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평론집인 『야화집』으로 그 곳 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줄곧 사회문제에 대한 격렬한 비판의식이 담긴 글을 써온 룽잉타이의 이 책 『눈으로 하는 작별』은 냉철한 비평가의 눈으로가 아니라 두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 또한 엄마이기 이전에 딸의 입장에서 이미 세상을 뜬 아버지 그리고 이제 다시 작별해야 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쓰여진 그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마음이 담긴 인생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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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백범흠
출판사 : 늘품
2010-04-19 / 438쪽 / 17,800원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고대부터 ‘숙명적’이었다. 사마천은 『사기』의 시작을 현 중국 한족(漢族)의 뿌리인 하화족(夏華族)과 한족(韓族)의 뿌리인 동이족 사이의 전쟁으로 시작했다. 황제(黃帝)와 치우의 싸움이 그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의 일부 유학자들이 중화 사대주의 사관에 빠져 독자적 시각을 잃게 되면서 한국과 중국 민족 사이의 사실관계가 크게 왜곡되었고, 이런 경향은 현재도 상당 부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관의 눈으로 보다』는 시종 독특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책이다. 중국사는 한족(漢族)의 왕조보다 북방 기마민족이 통치한 정복왕조 시기가 훨씬 더 장구하다. 조선유학자들은 한족(漢族)의 시각으로 중국사를 바라보면서 북방 기마민족을 오랑캐로 비하했지만 이 책에는 이런 편견이 없다. 또한 고대 상(商:은)나라와 고구려의 건국사화를 비교하는 등 고대 동이족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게 천착한다. 그렇다고 중원을 점령한 북방민족들의 승리의 역사로 중국사를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저자는 아무리 많은 북방 민족이, 아무리 오랫동안 중원을 정복했어도 최후의 승자는 중국역사, 중국문화 자체라는 관점을 시종 유지한다. 중국 역사, 중국 문화는 거대한 용광로이기 때문에 이민족의 정복 역사도 모두 용해시켜 종국에는 중국 역사·문화로 재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 세계적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조만간 주저앉거나 분열할 것이라는 서구 학자들의 전망과 계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중국학자들의 전망이 부딪치고 있다. 저자도 중국이 일시적으로 주저앉거나 분열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 부분들조차도 모두 용해시켜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 온 것이 중국사라고 보는 점에서 서구 학자들과도 다르다. 중국과 숙명적 관계인 한국은 이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의 한중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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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이진우
출판사 : 책세상
2010-04-28 / 284쪽 / 16,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
니체보다 더 역설적 표현을 잘 쓴 철학자가 또 있을까? 죽음을 늘 가까이 하면서 삶을 찬미하고, 병을 달고 살면서 강한 초인을 찬양하는 철학자가 바로 니체다. 미친 사람의 소리라고 외면하기에는 지나치리만큼 도전적인 그의 목소리는 이성과 감성이 한데 엉켜서 조화없이 마구 튀어나온다. 정신이 어지럽다. 니체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정신적 구토현상을 보이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광기를 가득 품고 써 내려간 글이기에 정상인이 읽으면 착란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니체를 포기할 수가 없다. 반쯤 같이 미쳐가면서 읽어보면 말되는 부분들이 여기저기 곳곳에서 드러날 뿐만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참신하고 용기 있는 도전은 우리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니체는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서 떠돌아다니는 정신적 육체적 방랑아였다. 뢰켄, 베를린, 라이프치히, 나움부르크, 루체른, 질스마리아, 로마, 밀라노, 사크로몬테, 오르타 호수, 제노바, 토리노.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럽에 있다는 것, 그 중에서도 독일, 스위스, 이태리에 있다는 것 외에 니체의 삶의 흔적이 뭍어 있는 곳이다. 이진우는 이 발자취를 직접 온 몸으로 2년여에 걸쳐서 추적해나갔다. 직접 차를 몰고 네비게이션의 도움도 없이 찾아 나서기도 했다. 유럽에서 미아가 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약간의 모험을 즐기면서 글을 써나간다. 극단적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니체를 박사학위논문으로 쓴 저자다운 자세다. 때로는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하려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패하면 과감히 그냥 나서기도 했다. 역사가 일정한 방향으로 진행되어간다는 헤겔의 이성적 역사법칙을 부정하면서, 방향없이 그때 그때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아다니는 니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길이 없었을 것이다. 니체의 원전을 직접 인용해가면서 니체가 머무른 곳에서 최대한 니체의 속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이진우의 노력은 차라리 눈물겹기도 하다. 니체의 사상에 대하여 해박하고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필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난해한 니체를 평이한 기행문체로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초인사상, 신의 죽음, 영원회귀, 운명애, 르상티망 개념을 니체의 삶의 자취와 더불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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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안동일
출판사 : 예지
2010-04-19 / 344쪽 / 15,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 책은 1960년 4·19 혁명에 참가했던 지은이가 4·19 혁명의 시발점인 2월 28일 대구 학생 데모로부터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부록>에서 ‘4·19 관련 글 모음’, ‘서평’, ‘4·19 혁명 관계 문헌’을 정리하여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우리의 헌법정신을 3·1정신과 4·19정신에서 찾는다. 3·1정신은 대외적으로 자주독립의 정신을, 4·19정신은 대내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지칭한다. 지은이는 3·1 정신은 한 번도 훼손된 바 없이 모든 국민이 받들고 계승하고 있지만 4·19정신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4·19 이듬해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에 혁명의 이름을 빼앗기고 32년간 군사문화가 이 땅을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점점 잊혀져 가는 4·19를 후대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지은이는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소망을 밝히고 있는데, 그 소망으로 이 책의 추천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과거의 역사를 잊는 자는 미래를 잃을 수 있다. 4·19혁명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가치 있는 것처럼 오늘의 젊은이들이 4·19 정신을 이어받아 21세기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 책을 엮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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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이재규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2010-04-30 / 269쪽 / 13,000원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만큼 다재다능한 지식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가 대학에서 강의했던 과목의 리스트만 보아도 경영학뿐 아니라, 철학, 신학, 역사학, 경제학, 통계학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편저자는 그 동안 드러커가 펴낸 수많은 책들과 직접 만나 행한 인터뷰에 기초해 그의 사상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편저자는 드러커가 뛰어난 작가이며, 교사, 그리고 사색가였다고 정리한다. 그가 쓴 많은 영향력 있는 책들, 그리고 나이 90에 이르기까지 강단에 선 불타는 정열이 그를 보기 드문 작가이자 교사로 만들었다. 또한 남들이 및 인식하지 못한 ‘이미 일어난 미래’를 꿰뚫어보고 그것의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력이 그로 하여금 훌륭한 사색가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드러커는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는 것이 편저자의 설명이다.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질문하는 접근방식을 사람들을 가르쳤다는 말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도록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연상하게 된다. 이 책의 부제 ‘삶을 걸작으로 만드는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질문’은 바로 그런 뜻에서 선택된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 책 전반에 걸쳐 드러커에 대한 편저자의 짙은 애정과 존경을 느낄 수 있다. 드러커의 책을 여러 권 번역하고, 면답하는 과정에서 시쳇말로 그의 ‘광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드러커의 사상세계를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의 수준을 넘지 않는 평이한 서술이 독자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공연히 어려운 서술로 독자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책이 너무나 많은 현실에서 이런 책을 보면 반갑기까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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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크리스틴 라센/윤혜영
출판사 : 이상
2010-05-04 / 294쪽 / 13,000원
추천자 : 최영주(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
이 책은 뉴튼과 아이슈타인의 뒤를 잇는 천재 물리학자로 꼽히는 캠브리지 대학교수 호킹의 인생과 그의 업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학생 때 호킹 박사의 강의를 자주 접했고, 현재 천체물리학자가 된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로서의 호킹 박사의 업적뿐 아니라 그의 경이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인간 호킹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하였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조정 팀원이었을 정도로 건장하였던 21세 청년이 운동신경 세포가 점차 파괴되어 전신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진단받게 되는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 속에서도 호킹은 사랑과 의욕적인 연구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휠체어 위에서 그는 우주를 바라보고 연주할 수 있었고 200여 편이 훌쩍 넘는 왕성한 그의 연구 에너지에 감동하게 한다. 저자는 또한 호킹 박사의 최대 업적 중의 하나인 블랙홀을 비롯 우주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가능한 쉽게 일반 독자가 이해하도록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중간 중간 삽입된 호킹 자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감동적인 글들이 호킹 박사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돋보이게 한다. “나는 일생동한 내 앞에 놓인 커다란 문제에 매료 되어 있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물리학에 대한 나의 책이 섹스를 다룬 마돈나 책보다 많이 팔렸을 것입니다.” 엄청난 장애를 이끌고 깊고 어려운 과학자도의 길을 꿋꿋이 가는 현존하는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우리를 그가 연구한 우주로 함께 이끌 뿐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축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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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전용복
출판사 : 시공사
2010-05-06 / 318쪽 / 13,800원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한국인 전용복”. 책의 제목을 보면서 얼른 떠오르는 것은 옛날 어머니가 매일 알뜰하게 닦아 얹어 놓으시던, 길이 잘든 단아한 밥상이었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시절이 순간 행복으로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전용복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부산 피난시절 복천동 골목으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는 너무나도 기가 막힌 한 편의 드라마였다.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저녁에 읽기 시작한 책을 덮고 잠에 들면서 빨리 일어나 마저 읽어야지 하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그의 흥미진진한 입담이 그대로 전달되는 이 책은 참으로 많은 이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나는 조선의 칠쟁이다”를 자랑스럽게 세계에 알리고, “목숨을 건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는 이 분은 2008년 9월 6일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옷칠 시계를 만들어 8억 4천만 원에 팔았고, 일본의 자존심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해낸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살아온 흔적을 읽으니 정말 목숨을 걸고 진정으로 일을 열심히 해냈다. 전용복이 있어서 나도 한국인이라는 데 다시 한번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어린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생존을 위해 해야 했던 많은 일들을 항상 자신을 더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았던 전용복은 그 자체로 훌륭한 근본을 가진 인간이다. 메구로가조엔은 1931년 메구로 지역에 건립된 대규모 연회장이다. 연건평 8천여 평에 객실을 200여 호 갖춰 바닥 길이만도 2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연회장은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이로의 모험>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4천 점에 이르는 당대의 미술작품들로 장식된 이 역사적인 건물에 일본으로 끌려와 작업을 해야 했던 한국의 장인들이 무수히 많았다. 전용복씨가 일본인의 큼지막한 이름 밑에 깨알만한 글씨로 남긴 무명의 조선 장인 이름을 본 순간, 이들을 살려내겠다고 결심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이 땅에서 가꾸어온 삶의 흔적들은 이제 우리가 더 보물로 챙겨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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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이종근 외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10-04-05 / 336쪽 / 20,000원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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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한옥의 아름다움을 설명한 책들은 붐을 이뤘다. 기능적인 탁월성,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건 우리가 그런 전통과 너무나도 단절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언론사 기자로 오랫동안 지역문화에 관한 저술을 발표해온 저자의 이 책은 단연 눈길을 끈다. 우선 우리 옛집의 담과 굴뚝 등 한옥 중에서도 사람들이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던 부분에 시선을 가져간다. 서울에서는 창덕궁 대조전, 운현궁과 석파랑, 한규설가 등을 살핀다. 지방에서는 전라도의 김성수 생가와 별장, 소쇄원, 경상도의 도동서원, 범어사 등의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글이 예사롭지 않다. 여행기를 조금 넘어선 문화유산 답사기가 아니다. 옛집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이야기의 향연을 펼친다. 운현궁에서 짧게나마 흥선대원군의 인생역정을 그려내는데 압권이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은 스승 조광조의 죽음에 좌절한 소쇄공 양산보 선생이 낙향해 지은 산림 속 별장이다. 양산보의 삶을 짚어보지 않으면 소쇄원은 그저 잘 지은 옛 별장일 뿐이다. 저자는 상상한다. ‘소쇄공, 나는 과연 선비처럼 살았는가? 앞으로 당당한 선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아마도 시시각각 내려앉는 눈꺼풀을 차마 이길 수 없으면 세수를 한 후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을 것이다. 잠시 후에 이어지는 순서는 소리 내어 문장읽기.’ 소쇄원을 찾아 양산보 선생이 경서를 읽는 소리 정도는 들어야 제대로 소쇄원을 보았다 말할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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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허시명
출판사 : 예담
2010-04-30 / 334쪽 / 13,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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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없기 바란다. 이 책은 권주가를 부르지 않는다. 알코올을 칭송하는 내용은 더욱 아니다. 막걸리에 대한 인문적 민속적 접근이다. 파란으로 점철된 막걸리의 빛과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요즘 말로 ‘올 댓 막걸리’라고나 할까. 술을 잘 못하는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의 이력을 처음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보증을 섰다. 그렇다고 막걸리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발걸음에 맞춰 집필된 것 같지 않다. 최근의 막걸리 붐에 편승한 상업주의도 아니지 싶다. 오래 전부터 홀로 막걸리의 가치를 탐구해온 저자의 열정어린 탐구의 소산에 가깝다. 수많은 양조 현장을 찾으며 우리 술의 영욕을 기록해온 저자의 땀이 묻어난다. 책이 제시하는 자료는 흥미롭고 값지다. 1974년의 막걸리 생산량이 168만㎘인데 비해 열풍이라는 지금 생산량은 20만㎘에 그친다. 열풍이 호들갑이라는 이야기다. 막걸리와 탁주와 동동주의 차이, 막걸리가 6도가 된 사연, 시금털털에서 달보드레하게 변한 맛의 변천사, 좋은 누룩의 조건 등을 박물지를 엮듯 망라하고 있다. 지역 양조장 순례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우동 여행을 보는 듯 즐겁다. 이런 책을 한 권 갖는 것은 문화재를 소장하는 기쁨과 비슷하다. 제대로 알지도 모르면서 전통주를 천대해온 현대사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와인에 관한 상식은 교양으로 대접받으면서 막걸리는 생각없이 막 마셔대는 경박한 문화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양조장을 배경으로 TV 드라마가 만들어질 만큼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온 막걸리. 이 책은 오랫동안 일상에서 멀어졌다가 돌아온 우리 술을 문화사적으로 복권시키고 있다. 음주의 폐해나 술에 대한 예절은 이 책의 논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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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선안나 글, 김영만 그림
출판사 : 샘터
2010-04-25 / 43쪽 / 12,000원
추천자 : 서정숙, 이금이(그림책 평론가, 아동문학가) |
이 그림책은 60년 전 한국 전쟁 당시 있었던 흥남 철수를 소재로 하고 있다. 흥남 철수는 북으로 진격하던 국군과 미군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흥남에 있던 군인과 무기, 물자를 모두 남쪽으로 철수한 일이다. 세계 전쟁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상 철수 작전으로 알려진 흥남 철수는 1950년 12월 15일부터 12월 24일까지 열흘간 감행되었다. 이 그림책은 마지막 피난선인 온양호에 몸을 실은 명호네 식구 이야기다. 명호는 비록 아홉 살 어린 아이지만 할아버지로부터 만삭인 어머니와 동생을 부탁받고 피난길에 오른다. 동생을 업고 눈보라 속을 헤치며 나흘간 걸어서 흥남 부두에 닿은 명호는 거기서 다친 사람, 가족을 잃고 미쳐 버린 사람, 꽁꽁 언 시체, 배가 고파 우는 고아 등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목격한다. 명호네 세 식구는 천신만고 끝에 결국 온양호에 타게 되었고, 어머니는 온양호에서 명호의 여동생을 낳는다. 선체에 함께 탄 한 할아버지는 여동생에게 다시는 그런 모진 추위 겪지 말고 따뜻하고 환하게 살라는 뜻에서 배의 이름과 같은 ‘온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피난민들은 전쟁 중에 태어난 생명에 모두 감격해한다. 전쟁은 그것으로 인한 처참함과 비인간적 행태들 때문에 어린이에게 들려주기를 꺼려하는 이야기 주제다. 그러나 이 그림책의 글 작가인 선안나는 말한다. “어린이에게 두려움을 씌우는 것은 반대하지만, 한국 전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서 활발히 나눌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기억일수록 묻어두기보다 자꾸 밝히고 이야기할 때,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더 환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한국 전쟁 60주년을 맞는다. 이 시점에서, 앞선 세대가 겪은 전쟁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들려주되 발전적인 내일을 기약하는 어조로 들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그림책을 추천한다. 오래 전 빛바랜 사진첩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한편, 생생한 표정과 동작 묘사로 인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 또한 어린이에게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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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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