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윤리 간행물 위원 회에서는 전국민 책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만한 책을 선정 발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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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5월의 읽을 만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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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헤르타 뭘러/박경희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4-02 / 352쪽 / 12,000원
추천자 : 신경숙(작가) |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성장한 헤르타 뮐러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헤르타 뮐러는 우리에게 무명이었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되었을 때 헤르타 뮐러의 책을 읽고 싶어한 독자들도 좀 놀랐을 것이다. 왜냐면 그녀의 책이 단 한권도 번역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노벨문학상 덕분으로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와 『숨그네』가 출간되었다. 『저지대』'는 이 작가의 데뷔작이며 단편 모음집이다. 루마니아에서 강도 높은 검열 때문에 몇 편을 빼고 출간 한 후에 베를린에서 원본으로 재출간 되면서 유럽에 헤르타 뮐러라는 이름을 알리게 되지만 루마니아에서는 금서조치가 되고 헤르타 뮐러도 독일로 망명한다. 『숨그네』 는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듯 한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저지대』와 『숨그네』중 어느 책을 선택할까? 망설이다가 『숨그네』 쪽으로 기운 것은 작품의 우열이 아니라 『숨그네』 가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숨그네』는 자유가 박탈당한 한계 상황속의 인간 군상들이 응축된 시적 언어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처절한 배고픔 앞에서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처참한 상황을 헤르타 밀러는 침묵에 가까운 숨죽이는 언어들로 복원해나간다. “모국어란 피부와 같아서 누군가한테 폄하되거나 심지어 사용을 금지당했을 때 피부에 상처를 입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끼게 된다.” 고 한 헤르타 뮐러가 어디로도 나아갈 길 없는 극단의 공포로만 이루어진 상황을 어떻게 언어로 극복해나가는지 『숨그네』는 강렬하게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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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나가사와 카즈토시/민병훈
출판사 : 사계절
2010-04-05 / 327쪽 / 25,000원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실크로드의 천산북로(天山北路)와 천산남로가 갈라지는 교통의 요지에 있는 도시가 돈황(敦煌)이다. 예부터 동서 문명의 교류지였던 돈황 근교에 막고굴(莫高窟)이 있다. 천불동(千佛洞)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석굴들이 있는데 현재는 812개가 남아 있다. 1900년 왕원록(王圓籙)이라는 도사가 막고굴 17굴에서 오호십육국 시대부터 북송 시대에 이르는 문서와 그림 등 5만여 점에 달하는 유물을 발견했다. 당시 구미열강의 침탈에 시달리던 청 조정이 이 유물들의 가치에 주목하지 못하는 사이에 영국의 오럴 스타인과 프랑스의 폴 펠리오같은 인물들이 이를 헐값에 사들여 자국으로 가져갔다. 이는 일종의 문화약탈이지만 그 바람에 세계에는 돈황학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학문 분야가 형성되었다.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 나가사와 카즈토시(長澤和俊)가 쓴 『돈황의 역사와 문화』는 이런 사연을 지니고 있는 돈황의 역사에 대해 수준 높으면서도 일반인도 볼 수 있게 평이하게 서술한 책이다. 폴 펠리오가 왕원록에게 사간 문서 중에 현재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는 신라 승려 혜초의『왕오천축국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돈황학은 우리와 관계가 없을 수 없다. 돈황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의 여러 인종들이 어울리는 사막의 국제도시인데 몇 년 전 필자가 방문했을 때도 막고굴은 물론 명사산이나 옥문관 등에서 수많은 서양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녁이면 돈황의 야시장에서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속에 동서양인들의 교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돈황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근래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중국 서안이나 소주, 항주 등이 아니라 신라의 경주였음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크로도의 동쪽 끝 경주를 생각하면서 읽는 돈황의 역사는 남다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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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학 |
정치와 윤리 - 정치권력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탐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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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이종은
출판사 : 책세상
2010-03-30 / 375쪽 / 20,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
"인간은 정치적동물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직관은 영원한 진리의 반열에 있다.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살아가는데서 오는 이익은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고립된 은둔자가 누리는 자유를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자유가 구속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정치적 삶을 갈구한다. 가치를 창출하는데 투입된 노력과 비용이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으면 인간은 분노한다. 그 분노가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비로소 모두가 만족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은 통치자가 피치자의 동의를 구해서 지배한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힘에 의한 지배에서 동의에 의한 지배로 넘어가는 민주주의의 공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을 위하여 피치자들은 동의하는가? 과거 통치자들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무분별하게 거짓말하고 폭행한 것을 금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권력의 도덕적 정당성은 사회전체의 영속적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 책은 칸트를 위시한 의무론자, 밀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자, 홉스, 로크, 루소로 대표되는 사회계약론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권력에 대한 도덕적 정당화를 시도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의무론자는 행위의 동기와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공리주의자에게는 행위결과의 극대화가 중요하다. 홉스는 절대군주, 로크는 작은 정부, 루소는 일반의지에 기초한 정부를 옹호한다. 각 이론의 논의의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적 정치권력 견제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오늘날 어지러운 정치현실을 보면 마키아벨리가 왜 영악한 여우와 용맹한 사자의 덕목을 군주에게 요구하는 지가 잘 설명된다. 동시에 사회발전의 단계에서 우리에게 양심과 이성에 기초한 도덕정부의 출현을 기대하는 우리의 마음 또한 절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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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김애화 외
출판사 : 시대의 창
2010-03-17 / 334쪽 / 15,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 책의 지은이들은 미국 패권의 급속한 하강을 진단한다. 2000년대 들어 뉴욕에서 분출하여 세계를 뒤흔든 9.11 테러와 최근의 금융위기를 미국 외교정책과 미국식 경체제체가 붕괴되는 서곡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세계 경제에서 미국 국내총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의 급속한 하락,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수렁에 빠진 미국의 패권, 유럽연합과 유로화의 등장, 남미 좌파정권 국가들 간의 연대 움직임, 미국의 최대 채권국가로 부상한 중국,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추락하는 위상과 국제 무역에서 탈 달러 흐름의 부상 등을 미국 패권이 하락하는 심상치 않은 징조로 파악한다. 이로 인해, EU, 중국, 인도, 러시아가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의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다극화세계가 개막되면서 세계사가 다시 한 번 공생공영의 다극화와 약육강식의 신제국주의 사이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본다. 지은이들은 새로운 세계가 지역간의 협동과 연대의 기회가 현실화되기를 희망하면서 21세기 세계 체제의 재편을 세 가지 서로 다른 지정학적 분열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것은 ① 자본축적의 중심축이 되려고 하는 미국, 유럽연합 및 동아시아, ② 세계체제의 양극화로 말미암은 세계 경제의 중심과 주변 사이의 갈등, ③ 새로운 세계체제를 추구하는 다보스포럼과 세계사회포럼 정신 간의 집단적 투쟁이다. 평이한 문체로 쉽게 씌어져서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편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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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최용석
출판사 : 아라크네
2010-04-05 / 236쪽 / 15,000원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애플사의 야심작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이 변화의 바람은 IT 산업뿐 아니라 전체 사회, 전체 경제에 휘몰아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지각변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 책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확산과 함께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여러 각도에서 심도 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우선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일대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관과 음식점을 찾아가고, 책을 사서 읽고, 쇼핑을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보통신혁명은 우리 삶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이 혁명의 선두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흥미진진하게 설명되어 있다. 요즈음처럼 세상이 빨리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만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주도하는 디지털 혁명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양을 쌓는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 많은 전문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일반인도 읽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바라고 싶은 점은 좀 더 체계를 갖춰 설명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명확한 체계가 없이 여러 개념들을 평면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점만 개선된다면 훨씬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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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마르쿠스 베네만/유영미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2010-03-26 / 344쪽 / 14,800원
추천자 : 최영주(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
우리는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익숙한 “동물의 왕국”이란 다큐멘터리를 기억한다. 인위적으로 마련한 화려한 무대나 수식어가 없이도 대자연의 위대함과 생태계의 신비가 절로 느껴지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본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그런 대자연속에서 주인공인 동물들이 튀어나와 옆에서 함께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펩시스말벌의 독이 거미를 어떻게 서서히 죽여 가는지를 설명할 때는 내가 그 말벌에 쏘이면 어떻게 할까하는 걱정을 절로하게 만들고, 몸집이 큰 침팬지가 발 빠른 나무 원숭이의 새끼를 사냥하는 책략과 함께 살아있는 단백질 공급원이 바닥나지 않도록 그 어미를 살려 후손을 배출하게 하는지 그 섬뜩한 계략을 설명하고 있다. 힘이 세며 흰 상어보다 더 영리하다는 몸집 큰 범고래가 뭍에 있는 바다사자를 사냥하기 위해 육지까지 올라오는 용감함에 저자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의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오징어의 바닷속 최면술에 대하여, “계획은 심플하게, 결정은 단호하게, 공격을 재빠르게”, 카멜레온의 필사적 살생기를, 공격의 정석 정공법을 갈매기류의 북방가넷의 청어 사냥법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생물학을 전공한 기자의 눈으로 면밀히 관찰한 동물들의 약육의 세계를 과학적인 근거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인간상식을 뛰어 넘는 동물들의 생존법은 책의 제목처럼 매혹적이고, 지적이고, 교묘할 정도이다. 책의 머리말처럼 “생존이라는 절실한 목적이 있기에 그들의 전략은 더욱 치밀하고 치명적이다. 동물의 세계가 그렇듯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 라는 대목을 공감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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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유예진
출판사 : 현암사
2010-03-15 / 349쪽 / 16,500원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1922년 뽈 엘르가 그린 마르셀 프루스트를 본 적이 있다. 임종 직후 침상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이 담겨있는 스케치를 보며 그렇게 여리고 화려한 감수성의 소유자가 비로소 편안하고 긴 잠을 잘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다 읽은 기억이 없다. 대강의 줄거리를 익힌 후, 7권의 각 권을 마치 그의 손을 잡고 걷듯이 들락날락했었다.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프루스트의 머릿속은 너무 많은 비유와 상상력으로 차있어서 어차피 그 비유와 서술을 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08년 에릭 카펠리스가 펴낸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형식 역으로 편찬되었다. 젊은 시절 이해 못했던 마르셀 프루스트를 뒤늦게 다시 만나는 계기를 이 책이 마련해 주었다. 프루스트가 보고 있던 주변과 그림들이 고스란히 아름답게 편집되어 너무나도 행복한 독서를 맛보게 해주었던 것이다. 2008년의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매우 훌륭한 책이었는데 너무 잘 만들어서 책이 두껍고 비싸지는 바람에 추천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유예진이 펴낸 『프루스트의 화가들』은 프루스트를 처음 만나도 낯설지 않게 안내를 잘 하면서 프루스트의 소설 내용과 필연적 관계에 있는 그림들 역시 엄선해서 넣었다. 아름다운 5월에 걸맞는 책이다. 혹시 여력이 있으신 독자는 2008년의 책과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지막 부분의 글귀가 문득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오직 행복감만이 육체에 이로운데, 영혼의 힘을 증대시키는 것은 고통이다.” 프루스트는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을 남긴 베토벤과 늙은 램브란트의 황폐한 얼굴과 그들의 예술이 전하는 행복의 아이러니가 삶이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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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폴 브뢰머/신금석
출판사 : 한국국방연구원
2010-02-01 / 606쪽 / 20,000원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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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교양이란 말이 가능할까? 얼핏 보면 서로 상극인 듯하다. 안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서 교양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고 역으로 교양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안보문제로 토론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표적인 교양고전들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명구(名句)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리 독서풍토의 잘못 때문이 아닐까? 천안함 사건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안보문제는 절실한 삶의 문제로 여기기 시작한 듯하다. 나와 국가의 관계는 무엇이고 또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개념으로서의 국가가 아니라 나와 관련된 국가의 부분은 무엇인가? 플라톤이 『국가론』을 쓰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다시 『국가론』을 쓴 이유도 거기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 책은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후 미국식 민주정부 수립의 임무를 맡고서 2003년 4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주이라크 미국대사 겸 연합임시행정기구 총독으로 활동했던 폴 브뢰머의 생생한 보고서다. 현지 사정뿐만 아니라 미국내 다양한 입장들과 충돌하고 설득하며 다른 나라에서의 국가건설이라는 과제를 추진해가는 브뢰머의 임무를 마치 화면으로 보듯 생생하게 살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기회다.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이후 이라크의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고 미국이라는 사회가 대외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가는 지를 아는데도 많은 정보를 준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 한국인들이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1945년 8월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광복으로부터 대한민국 건국까지 3년이 곧장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리멸렬 각자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 수많은 정파들을 어렵사리 화합시켜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리더십. 이런 주제들이야말로 교양인을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이런 식으로 경청의 전통, 가족식탁의 전통, 자녀평등의 전통, 독립적 사고의 전통, 애국의 전통, 시민생활의 전통 등 부모와 자연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익힌 17개의 자랑스러운 덕목을 마치 곁에서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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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서영남
출판사 : 휴
2010-03-31 / 275쪽 / 12,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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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에는 ‘환대의 집’이 있었다. 도로시 데이가 경제공황 와중에 뉴욕 동남부 지역에 문을 연 무료급식소이자 가난하고 병든 이의 안식처였다. 노숙인이나 실업자가 언제든 들러 밥 먹고 차 마시고 옷을 빨고 잠잘 수 있었다. 도로시는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감옥에 갇힌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었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농경공동체를 만들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2000년대 한국에는 ‘민들레 국수집’이 있다. 지하철 동인천역 근처 화도고개 마루에는 곤궁에 처하거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문을 드리는 곳이다. 하느님이 보내주신 고귀한 분에게 식사와 쉼터를 제공한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자유롭다. 떠나거나, 머물거나, 떠났다가 다시 오거나. 그들이 홀로서기 할 때까지 기다려 준다. 사람은 아주 서서히 변하고 사랑은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서영남은 이 책을 통해 ‘민들레 국수집’을 열게 된 사연과 민들레 가족의 우정을 담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이 독특한 운영 방침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에 공모하거나 후원회를 조직하지 않으며, 부자들의 생색내기 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오직 우리 이웃들의 자발적 나눔과 정성으로 식탁을 차려내고 민들레 가족을 보살핀다. 곤경한 사람을 돕는 데 이유는 없다. 봄이 되면 노랗게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정부나 부자, 후원회에 대한 독선적인 시각이 거슬리긴 하지만 이게 나눔의 본령인 게 어쩌겠나. 저자는 참사랑은 조건이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신앙을 강요하거나 일하라고 잔소리 하지 않는다. 봉사에 조건을 달면 봉사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봉사는 동정이 아니라 사랑이다. 동정 받는 사람은 시들고, 사랑 받는 사람은 생기를 머금는다. 사랑의 민들레는 선한 이웃들의 도움으로 쑥쑥 자라났다. 2008년 4월 1일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민들레 꿈’을 열었고, 2009년 7월에는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차려 노숙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 2월에 세운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는 배곯고 소외된 어린이에게 무상 급식을 시작했다. 책의 또 다른 덕목은 낮은 목소리다. 가톨릭 수사(修士) 출신이라는 이력이 말해주듯 세상을 향한 저자의 겸손한 자세와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사람들은 그에게서 이타행을 실천하는 성자의 모습을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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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자 : 찰스 키핑/서애경
출판사 : 사계절
2010-03-31 / 31쪽 / 9,800원
추천자 : 서정숙, 이금이(그림책 평론가, 아동문학가) |
최근 메타픽션 형식의 그림책이 늘고 있다. 메타픽션이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 허구의 세계와 이야기 밖 실제 세계의 관련성에 의문을 품도록 하는 글쓰기 양식으로, 보통의 그림책에는 허구가 완성된 상태로 담기지만, 메타픽션 그림책에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도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겨있다. 주인공 여자 아이는 다른 식구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자기만 이야기가 없다면서 이야기를 찾으러 다닌다. 이 과정에서 여자 아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의 등장인물과 모티브를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추리 소설이나 역사 소설, 과학 소설 등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여자 아이는 이것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종류가 아니라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쓰겠다고 한다. 책을 내려다보는 독자의 시점을 취한 그림과, 등장인물들이 독자 쪽을 바라보며 독자를 의식해서 한 말, “얼굴처럼 보이는 저 빵빵한 덩어리는 뭐죠?”(여자 아이의 말), “저게 바로 독자란다.”(거위의 말)는 그림책 속의 세계와 그림책 밖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독자의 존재를 이야기 안으로 분명하게 끌어들인다. 어린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고, 이야기란 또는 그림책이란 ‘누군가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만드는 것’이고, 나도 주인공 여자 아이처럼 작가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 만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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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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