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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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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 9월의 읽을 만한 책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박민규

○ 출판사 : 예담

박민규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작가다. 마이너리티들이 우상으로 삼을 만한 거의 모든 요소를 박민규의 작품은 지니고 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이라는 작품으로 일약 세상의 모든 꼴찌들에게서 인생의 비의와 유머와 블랙홀을 동시에 발견하게 한 작가답게 『죽은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는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와의 사랑을 발명해내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는 이 시대에 던지는 화두 같기도 한 이 소설은 80년대를 배경으로 박민규식 입담이 어느 장을 보나 질펀하게 펼쳐진다.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세 청춘들이 겪는 연애와 성장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소설은 자본주의가 인간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는가 하는 관찰이 곳곳에서 성찰된다. 사랑은 상상력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나의 결말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결말로 치달을 때까지 작가 박민규가 펼쳐놓은 입담은 놀랍다. 꽤 두꺼운 소설이 금방 읽히는 이유도 그 입담 때문이다. 박민규의 입담은 그동안 우리가 들어왔던 것들이 아니다. 세련되고 우아하며 때론 담론적이다. 그 입담에 공감하고 튕기고 무시하고 새로 알게 되고 하는 사이에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하나의 문화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과연 이들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은 사실 이 소설에서 그닥 중요한 일도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는 외모까지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놓은 이 시대의 자화상을 통해 비틀린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질문하게 만든다. 화려한 입담을 펼쳐놓은 작가의 대답은 의외로 소탈하다. 작가는 “사랑의 힘”을 답으로 내놓는다.

추천자 : 신경숙(작가)

우리 역사 독도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호사카 유지

○ 출판사 : 책문

한국인들은 일본이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속내를 이해하지 못한다. 식민지 시대의 경험까지 가세해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전과자의 욕심으로 치부해 그 주장의 진위를 차분하게 되짚어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독도는 이미 국제 문제로 변해 2008년 미국 지명위원회에서 독도 영유권을 ‘한국’에서 ‘미지정’으로 바꾸려다 막판에 중지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한국의 생각과는 달리 일본의 주장이 국제적으로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반영함과 동시에 한국의 독도문제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 오랜 기간, 그토록 잦은 분쟁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그간 ‘독도는 우리 것’이라는 주장만 반복했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인식하게 할 이론 개발과 홍보가 미흡했다. 독도영유권에 관한 한국의 주장을 질적으로 몇 단계 끌어올린 『우리 역사 독도』는 저자가 기획하는 일련의 독도 관련 저술의 첫 번째 책이다. 일본인으로 태어나 한국 체류 15년만에 한국인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인이 약한 일본의 논리에 강하다. 현재 일본에서 침묵하고 있는 과거 에도 막부에서 독도를 조선 영토로 인정한 사료를 발굴 제시한 것이 이런 경우이다. 저자는 이론 개발과 국제적 홍보의 필요성과 함께 일본 국민들도 독도 영유권에 대한 한국의 주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 교육 필요성도 제기한다. 아직도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은커녕 ‘아시아 해방 전쟁’이란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일본의 보수 우익 세력이 한일 두 나라 양심 세력에 의해 포위될 때 독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논지가 전반에 깔려 있다.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해체와 파괴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미하일 리클린/ 최진석

○ 출판사 : 그린비

철학자들과 나눈 11편의 대담을 묶은 책이다. 데리다, 가타리, 로티, 보드리야르, 비릴리오, 지젝 등과 같이 현대 사상사의 지형도를 크게 바꾸어놓은 유명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대담자는 러시아의 해체주의자 미하일 리클린. 저자는 현대 철학사의 가장 큰 봉우리를 데리다의 해체론적 패러다임과 들뢰즈의 분열분석으로 간주한다. 책 제목 ‘해체와 파괴’는 그 두 봉우리에 대한 이름이다. 이런 명칭은 비관적 허무주의나 무책임한 파괴주의를 연상시킬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데리다와 들뢰즈가 왜 부정의 철학자가 아니라 긍정의 철학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서양의 새로운 미래와 희망을, 서양 역사의 새로운 가능성과 출구를 가리킨다. 그렇다고 그 출구가 인류 전체의 나아갈 길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가령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희망은 다른 형태의 사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문화적 전통과 역사적 조건이 다른 곳마다 철학하는 태도와 문제를 설정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현실의 문맥을 떠난 개념은 물을 떠난 물고기와 같다. 철학은 역사적 현실의 요구에 부응할 때만 사자후(獅子吼)를 토할 수 있다. 리클린의 대담집을 읽으면 망각의 늪 속에 빠져있던 이 자명한 사실이 다시 번쩍 떠오른다. 공산혁명과 소비에트, 스탈린과 전체주의를 경험한 러시아의 특수한 역사적 문맥 속에서 서양 첨단 철학의 보편성과 한계를 묻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 때문이다. 사소한 대화부터 도발적인 질문까지 여러 수준의 공방이 오고가면서 구수한 커피 향을 빚어내는 대담집이다.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 정당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김윤철

○ 출판사 : 책세상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신을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것은 당연히 정치인들이다. 따라서 정치의 중심 조직인 정당 역시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된지 오래이다. 우리만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정당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당원수가 급감하는 등 정당 쇠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정치와 민주주의는 결국 정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정당이 없는 현대정치와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 없다. 정당정치를 가까이서 직접 목격하며 정당정치를 연구해온 한 소장 정치학자가 쓴 이 책은 이 같은 현실과 관련해, 정당에 대해 일반국민들이 알아야 할 상식들을 알기 쉽게 풀어쓴 국민교양서이다. 이 책은 일반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적인 사회과학적 주제들을 엄선해 교양서로 만들어온 ‘비타 액티바: 개념사’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출간되었다. 따라서 시리즈의 특징처럼 150쪽의 얄팍한 분량 속에 왜 우리가 정당을 공부해야 하는가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정당의 기원, 정당의 역사, 정당의 종류 등 우리가 정당에 대해 알아야 할 핵심적인 문제들을 엑기스처럼 뽑아 전달해주고 있는 효과적인 책이다. 특히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계속 필요한 것인지, 정당의 민주화는 불가능한 것인지, 정당은 쇠락하고 있는 것인지와 같은 정당에 관한 첨예한 논쟁들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일반론을 넘어서 한국의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 정당정치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처방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추천자: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 도시 읽는 CEO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김진애

○ 출판사 : 21세기북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도시들은 모두 저마다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 특성은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취향, 열망,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도시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삶의 냄새를 찾아다니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 점에서 볼 때 유서 깊은 건축물이나 거대한 빌딩보다 허름한 뒷골목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특별히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세계의 유명 도시들을 모두 돌아볼 기회가 없다. 일생 동안 자기 나라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라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뛰어난 안목의 전문가가 공들여 쓴 책이라면 더욱 좋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세련된 안목이 빛을 발하고 있다. 연신 “그래, 맞아.”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 동안 무심코 지나친 대목을 지적한 것을 읽고 나면 새로운 안목을 얻게 된 것을 느낀다. 깨끗한 화질과 멋진 앵글을 자랑하는 사진들은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 도시에 직접 가보지 않고서도 마치 가본 것과 같은 느낌을 얻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정말로 대중을 위해서 쓴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지만 읽기 어렵게 만드는 전문적인 표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계획이나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아무런 내용도 없으면서 눈속임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들이 판치는 이 세태에서 이 책은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청량감을 준다.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브뤼노 라투르/ 홍철기

○ 출판사 : 갈무리

브뤼노 라투르는 일반인들에게 과학사회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미셸 칼롱과 더불어 가리비, 박테리아, 학술회의 등과 같은 비(非)인간이 인간 행위자와 마찬가지로 연결망를 구성하는 행위소로 참여한다는 행위자연결망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을 창시한 인물인 동시에, 스티브 울가와의 공저작 『실험실 생활』을 통해 “과학적 사실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라는 구성주의 과학지식론을 선도해 온 학자인 까닭이다. 그러나 하나의 해설만을 전적으로 선호하는 대신 복수적 해설들 간의 내적 관계성을 강조한 과학철학자 미셸 세르의 사상적 영향 하에 인류학자로 학계에 입문한 라투르는 후기 저작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지난 수세기 간 “근대”의 이름으로 인류사회에 풍미해 온 지적 편견을 독창적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주체와 객체의 관계성에 천착해 온 근대적 세계관은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의 증식으로 이원론적 해석이 타당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양자를 통합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비(非)근대적 접근”으로 종전의 근대성이 이루지 못한 근대적 기획을 완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그러한 사고는 기존의 근대성 이론이나 그 대안에 해당하는 탈(脫)근대이론 모두에 대한 실망에서 발원한 것으로, 칸트, 헤겔, 훗설, 하버마스 등 기라성 같은 대가들의 사상체계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안목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난해하기 짝이 없는 이 책이 숙독할 가치를 지닌 세기적 명저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추천자 : 김문조(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우주 엘리베이터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아닐리르 세르칸/ 홍성민

○ 출판사 : 월북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0일간 머물며 18가지 과학 실험을 하고 돌아온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땅에서 우리 로켓에 우리 위성을 실어 우주로 보내는 일이 가능하게 됐다. 이제 우리도 우리 기술로 가능한 우주여행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소연 씨를 봐도 그렇고 세계 각국 우주인들의 공통된 특성은 긍정적이고 호기심이 많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터키의 우주비행사 후보인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범주의 사람이다. 저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와 정지궤도를 잇는 우주엘리베이터를 개발하려고 할 때 시작점까지 셔틀을 쏘아 올려 승무원이 승객들을 우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는 구조를 제안했다. 하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는 그의 호기심을 보여주는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는 건축과 물리를 공부한 저자가 남들과 다른 생각을 즐겨온 여행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인간이 만든 물건엔 관심이 없어 우주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이야기,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주에서 모은 에너지를 축구경기장 조명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 우승한 사연, 산타클로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 상황에 의심을 품고 차원 여행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진 경험, 결국 열다섯 살 때 친구들과 타임머신 제작에 도전한 이야기, 수메르의 점토판을 분석하며 고대인들이 남긴 지식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은 저자의 호기심 깊이를 보여준다. 독자들이 책장을 덮으며 주변 사물과 현상에 가질 수 있는 ‘왜’와 ‘어떻게’라는 물음이 얼마나 큰 깨달음의 기쁨을 안겨주는지 느껴보기를 바란다.

추천자: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위원)

○ 착한 그림, 선한 화가 박수근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공주형

○ 출판사 : 예경

얼마 전 박수근의 그림 <빨래터>가 위작 논란에 휘말려 그림을 판 경매사측, 잡지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서울대 정전가속기연구센터, 도쿄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 스무 명의 감정위원 등등 모두가 엉켜 세상이 떠들썩했었다. 이유인즉슨 생전에는 제대로 인정도 못 받고 평생 가난하고 무능한 인간으로 낙인 찍혀 살다가 세상을 뜬 박수근의 그림이 2007년 45억2천만 원이라는 낙찰가를 기록하면서 그림의 진위 여부에 전문가들이 더욱 열을 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박수근은 그림을 시작하면서 캔버스에 석고가루로 만든 ‘제소(gesso)’를 바르고 그것이 끝나면 전체에 바탕색을 칠하고, 다음은 나이프를 이용해 밝은색 물감과 어두운색 물감을 번갈아 결대로 바르고 정리하면서 우둘두둘한 질감을 만들어간다. 그만의 독특한 수법이었다. 투박한 황토색이 주를 이루는 결절된 화폭 안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그저 가난하고 헐벗은 모습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빨래터의 여인들, 시장의 사람들, 과일 파는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 아기 보는 소녀, 기름 장수, 맷돌질하는 여인, 절구질하는 여인, 노인들, 행인, 노상의 사람들, 아이 젖을 먹이는 어머니, 그들은 모두 허름한 바지 저고리와 치마 저고리를 입고 고무신을 신은 모습으로 눈, 코, 입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고개를 아래로 하고 시간 속에 인내하는 형상들을 하고 있다. 그들 곁에 있는 나무들 역시 앙상하고 가난하다. 당대의 유학파들이 현란한 기술과 현대적인 유파로 잘 나가던 시절 그는 매일 똑같은 소재만 반복해서 그린다는 지탄을 받았다. 그는 우리의 생활이 그런데 왜 그걸 모두 외면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외길을 걸었다. 필자 공주형은 박수근의 정직하고 착한 청혼 편지에 끌려 박수근 연구로 박사까지 받게 된 사람이다. 그림과 그림 사이 당대의 역사와 사회상이 펼쳐지고 그 안에 있는 박수근을 잘 보여주는 그의 글은 박수근의 그림을 닮았다.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나는 여자다, 나는 역사다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허문명

○ 출판사 : 푸르메

이 책에 언급된 12명 여성의 공통점은 스스로 여성임을 한계로 여기지 않고, 설사 한계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는데 있다. 언론인인 저자는 현대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 여성 거물 12인의 삶을 아주 집약해서 정리하고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오바마의 부인이기보다는 독립적인 여성을 꿈꾸었던 미셸은 그러나 남편의 삶과 자신의 삶을 유연하게 조정할 줄 아는 지혜도 갖고 있었다. 어렵지만 자신감을 갖도록 키워준 부모님 덕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험하기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낸 오프란 윈프리는 솔직한 자기고백을 통해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감정을 추스르는 법도 제대로 몰랐지만 그것이 오히려 강점이 돼 출연자의 마음을 진솔하게 받아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밖에도 이 책에는 이스라엘 첫 여성총리 골다 메이어,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휴렛패커드의 전 최고경영자 칼리 피오리나,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여성화가 조지아 오키프, 미국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독일 첫 여성총리 앙겔라 메르켈,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빈자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그리고 영원한 국모 육영수 여사의 삶의 집약적으로 소개된다. 저자가 페미니즘의 지도자 단 한 명도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고 12명의 인물을 고른 이유는 서문에 나와 있다. “그들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에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았고 남자를 적대시하며 반드시 그 위에 서야 한다는 오만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설픈 페미니즘으로 집단의 힘에 기대는 대신 혼자서 묵묵히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 여기자인 저자 자신의 다짐임과 동시에 동시대 여성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메시지로 읽힌다.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 아빠는 어디에

○ 추천월 : 2009년 09월

○ 저/역자 : 홍성찬 글, 그림

○ 출판사 : 재미마주

이 책은 재미마주 옛이야기 선집의 세 번째 작품으로 홍성찬이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다. 홍성찬은 1929년생으로 그림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1950년대부터 잡지와 교과서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그림을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철저한 고증에 입각한 사실적인 화풍으로 독보적인 작가인데, 『단군신화』, 『땅속나라 도둑괴물』, 『집짓기』, 『여우난골족』 등의 대표작이 있다. 책의 내용을 보면, ‘나’의 엄마는 아름다운 모습의 조랑말인데, 늘 ‘나’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한다. 그러다가도 ‘내’가 “우리 아빠는 어디 계세요?”하고 물으면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나’와 엄마가 가끔 길에서 당나귀 아저씨를 만나곤 하는데, 힘은 세지만 생김새가 볼품이 없어 ‘나’는 당나귀 아저씨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산에서 산토끼와 놀다가 승냥이를 만나 도망치는데, 이때 당나귀 아저씨가 나타나 승냥이를 물리쳐 준다. 당나귀 아저씨와 나란히 걸어오는데, 웅덩이 물에 비친 ‘나’의 얼굴이 당나귀 아저씨하고 꼭 닮은 것이 아닌가. 이 책은 노새가 말을 어미로 하고 당나귀를 아비로 한다는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어린 노새인 ‘나’를 화자로 하여 정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는 식구끼리 어떤 점이 닮았는가가 중요한 관심사인데, 이 점을 잘 포착하고 있다. 갈색을 주조로 한 그림이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어 내용과 잘 어울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의 옷차림이며 나무나 꽃을 비롯한 주위 풍경, 산토끼나 승냥이의 생김새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작품은 과학적 사실을 중심으로 하되 이에 그치지 않고 부모자식 간의 사랑과 이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 모습이 당나귀에, 잔소리를 해도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모습이 조랑말에 담겨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추천자 : 이상교(아동문학가), 엄혜숙(아동도서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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