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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의 읽은 만한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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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 ‘7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고산자』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 7월의 읽을 만한 책

○ 늑대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박범신

○ 출판사 : 문학동에

이 소설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우리 민족에게 우리 땅의 지형을 처음으로 선사한 고산자 김정호의 삶을 추적해간 소설이다. 고산자의 삶은 그동안 아우트라인으로만 남아 있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며 고산자 김정호는 ‘역사가 유기한 인물’인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고산자 김정호라고 하면 대동여지도만 떠오를 뿐 그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어떤 이유로 지도 그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던 것 같다. 『고산자』는 시대 고증은 물론이고 고산자의 내면이 섬세하게 들여다 보인다. 어느 때는 고산자 당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 밀착감으로 인해 고산자의 일생은 역사소설 안에 갇히지 않고 현재 우리 곁에 살아있는 사람처럼 복원되었다. 역사가 유기한 인물인 만큼 부족한 고산자의 연대기에 불어넣은 작가의 상상력이 이루어낸 진경이며 더불어 당시 민초들의 삶도 감칠맛 나게 펼쳐진다. 『고산자』는 우리 산하가 품고 있는 사연이 손끝으로 하나하나 점을 찍어가며 이루어낸 지도처럼 장엄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한 소설이다. 대동여지도를 그릴 때 왜 독도를 빠뜨렸는가에 대해서 김삿갓과 벌이는 토론이나 당시의 보부상들이 고산자로 하여금 지도를 완성시키게 하기 위해서 벌이는 수고로움 앞에서 숙연해지기도 하는데 그들의 치열한 삶이 개인을 넘어서 역사와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지점에서 희망을 엿보기 때문일 것이다.

추천자 : 신경숙(작가)

라이벌의 역사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조셉 커민스/ 송설희 외

○ 출판사 : 말글빛샘

『삼국지연의』는 촉(蜀)의 제갈량에게 패한 오(吳)의 주유가 “하늘은 왜 나를 낳고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既生瑜,何生亮)?”라고 한탄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촉의 유방을 정통으로 삼으려고 했던 나관중의 창작으로서 진수의 『삼국지』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역사상의 라이벌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해주는 유명한 문구이다. 『라이벌의 역사』는 라이벌들의 갈등과 대결을 통해 그 시대를 생생하게 보게 한다. 장개석과 모택동, 그리고 프랑스의 드 카스트리 장군과 싸운 베트남의 보 구옌 지압 장군을 제외하면 모두 서양인들이지만 한 시대를 주도한 라이벌의 대결은 양의 동서를 뛰어넘는 흥미를 준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라이벌이 동시대를 끌고 가기 위해 경쟁했다는 자체가 흥미롭다. 미국에서는 재벌 집안 출신의 존 F. 케네디가 민주당을 대표하고 채소가게 집안 출신의 닉슨이 공화당을 대표한 것처럼 모순되어 보이는 현상도 적지 않다. 가난한 소금 장수 출신의 장개석이 재벌들을 대변하고 중농 지주 출신의 모택동이 가난한 농민들 대변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때로 출신 계급과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사람들이 주도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인들에게 흥미로운 라이벌은 6·25전쟁의 두 주역이었던 해리 S. 트루먼과 더글라스 맥아더일 것이다. 1951년 4월 11일 새벽 트루먼이 중국과 전면전을 주장하던 맥아더를 극동사령관직에서 해임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운명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 책은 한니발과 스키피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처럼 유명한 인물들도 다수 등장하지만 멕시코 혁명의 주역인 프란시스코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처럼 잘 모르는 인물들도 적지 않다.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처럼 여왕 라이벌도 등장한다. 한 마디로 라이벌의 대결이 만든 세계사 산책이다.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니체와 악순환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피에르 클로소프스키/조성천

○ 출판사 : 그린비

니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징이었다. 그런 니체의 위상은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식의 철학’을 걷어치우고 ‘지혜의 철학’을 세우려한 데 있을 것이다. 니체는 근대적 의미의 철학자라기보다 고대의 현자에 가깝다. 수없이 많은 지식을 쌓는다고 해서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느 한 분야의 전문적 소양을 쌓는다 해도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지식은 넘치고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지지만 지혜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밀스런 단순함이 사라질 때 지혜도 사라진다. 니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알게 되어 어리석고 병약해지는 시점에 등장했다. 니체가 가르친 것은 서양이 추구한 앎의 의미이자 서양이 받들던 가치의 가치였다. 그런 가르침은 새로운 미래, 새로운 역사에 대한 약속으로 이어진다. 이제까지의 앎, 이제까지의 가치, 이제까지의 습관을 모두 버리고 전혀 새로운 삶을 계획하자, 이것이 니체의 외침이다. 이런 니체의 외침이 20세기 후반기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이데거의 니체 강의, 들뢰즈의 니체론 등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니체 사상을 현대 사상사 안에 폭발시킨 또 하나의 도화선이 있는데, 그것이 이번에 번역된 클로소프스키의 니체론이다. 철학자가 아닌 소설가, 평론가, 번역가, 영화감독, 화가인 클로소프스키. 그는 바타유, 푸코, 들뢰즈 등과 같은 프랑스 니체주의자들의 구심점이었다. 이 책은 두통과 광기에 시달리는 니체의 인간적인 모습과 영원회귀라는 숭고한 계시 아래 현자의 길을 가는 니체의 모습을 짜임새 있게 엮어가고 있다.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 자유전쟁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조지 레이코프/나익주

○ 출판사 : 개마고원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개념 내지 가치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지 않다. 왜냐하면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이 같은 자유라는 단어를 통해 전혀 다른 것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시장과 자유무역협정을 이야기하고 이라크 전쟁처럼 적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한 언론 통제를 이야기한다. 언어학과 인지과학을 결합시킨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서 우리의 사고는 대부분 무의식적이며 우리는 모두 ‘프레임’이라는 일종의 틀을 통해 사고를 한다는 프레임론을 통해 현대정치를 분석,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과 프레임론을 통해 자유라는 개념을 둘러싼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개념전쟁을 분석해 또 한 번 현대정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높여주고 있다. 그는 미국정치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자유라는 이념은 진보적이었으나 보수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자유라는 개념을 보수적 의미로 사용하고 보급하기 시작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자유라는 개념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49번이나 사용했는데 진보주의자들은 이를 위선이라고 일축할 것이 아니라 보수주의자들의 자유에 대한 프레임을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라고 충고한다.

추천자: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 불황의 경제학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폴 크루그먼/안진환

○ 출판사 : 세종서적

경제이론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고용과 물가를 어느 정도 안정된 수준에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 변동’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빼버려도 될 정도는 아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어느 경제든 때때로 찾아오는 고용과 물가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공황은 경기변동을 통제하는 우리 능력이 완벽하지 못함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경제위기의 발생 원인과 전개 과정을 유려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 크루그먼은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로 학문적 업적이 뛰어날 뿐 아니라, 경제평론가로도 그 명성이 높다. 그의 뉴욕타임즈 칼럼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날카로운 혜안과 치밀한 논리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책에서도 이와 같은 그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세계의 경제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불과 몇 년 전의 일이 오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2009년 대폭 개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이 책은 바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현실감을 보인다. 아직도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위기의 본질에 대해 이처럼 명확하게 분석해 놓은 경우를 다른 데서 보기 힘들다. 대중을 위해서 쓴 책인 만큼, 경제학 전문서적에서 일반 독자들이 느낄지 모르는 절망감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심심풀이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경제논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노력 없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력한 만큼 얻을 것도 많은 책이라는 믿음을 갖고 정독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샌드라 하딩 / 조주현

○ 출판사 : 나남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론이 등장한 이래 과학적 진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근자에 이르기까지 인류사회에 풍미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과학적 진리는 여럿이요, 그 우열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과학관이 영향력을 배가하고 있다. 지식의 불확실성을 강조한 임레 라카토스나 토마스 쿤과 같은 과학철학자와 과학사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이러한 과학관을 페미니즘과 연관시켜 ‘입장론적 과학이론(standpoint theory of science)’을 발전시킨 공로자의 한 사람이 샌드라 하딩이다. 최근의 페미니스트 과학론은 크게 인식주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 세계관을 전제로 하는 경험론과 과학지식을 성, 인종, 계급과 같은 사회적 변인에 의해 매개되는 지적 산물로 간주하는 입장론, 그리고 과학지식을 포함한 세상 모든 지식의 편파성·임의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던 과학론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과학지식의 사회적 근원을 따지는 입장론을 지향하되, 그것이 지배집단의 통제권을 벗어나 본연의 힘을 발휘할 때 그 해방적 잠재력이 극대화한다는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저자 하딩은 1, 2부에서 ‘강한 객관성’이라는 개념틀에 입각해 페미니스트 입장론의 핵심적 쟁점과 내용을 상술한 후, 3부 ‘타자들’에서는 성적 쟁점을 넘어선 입장론의 다문화주의적 확장을 시도한다. 날씨가 서늘해지는 9, 10월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일과가 바삐 돌아가는 요즈음은 휴가철을 전후한 한 여름이 오히려 깊이 있는 책을 벗할 수 있는 심적 여유가 많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되어, 여성시대이자 과학시대로 규정되는 현대 사회의 과학 논쟁에 관심을 지닌 진지한 독자들께 이 책을 7월의 도서로 적극 권장한다.

추천자 : 김문조(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위르겐 타우츠 / 유영미

○ 출판사 : 이치 사이언스

‘잉잉’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곤충 꿀벌. 그런데 저자는 꿀벌을 포유동물이라고 주장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꿀벌 각각은 개별 생명체이지만 군락 전체가 하나의 개체처럼 행동한다는 초개체 개념(꿀벌 군락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이뤄진 거대한 생명체)을 도입하면서 말이다. 꿀벌 초개체를 포유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낮은 번식률, 젖과 유사한 왕유 로열제리, 유충을 안전하게 양육하는 벌집이라는 사회적 자궁, 유충의 체온을 섭씨 35도로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점, 포유동물의 인지능력에 비견되는 꿀벌의 집단 지성이다. 이 책에서는 초개체 꿀벌의 탄생 배경, 여왕벌을 중심으로 한 꿀벌의 생태학, 꿀벌의 시각, 후각, 공간지각, 의사소통 능력,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짝짓기, 벌집의 구조와 기능, 유충의 미래 결정하는 부화의 지혜 등 꿀벌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수집벌, 유모벌, 난방벌, 장례벌, 정찰벌, 여왕벌, 시녀벌이 꿀벌 군락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보면 책 제목처럼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꿀벌이 자외선을 보게 된 진화적 배경, 여왕벌이 짝짓기 비행에서 받아들인 정자를 몇 년 동안 신선하게 유지하는 현상, 꿀벌 유충 성장 프로그램을 좌우하는 육탄당 함유량 등 연구 결과도 신선하고 풍부한 사진자료도 흥미롭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깨끗한 환경의 지표인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 시점에 꿀벌의 은밀한 생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다. 책장을 덮으면서 꿀벌을 돕는 길이 우리 스스로를 돕는 길이란 저자의 에필로그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 20세기 패션 아이콘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제르다 북스바옴 외 / 금기숙 외

○ 출판사 : 미술문화

2000년을 10년 앞에 놓고 전 세계의 출판사들이 앞 다투어 20세기를 정리하는 담론들을 쏟아냈던 때가 있다. 여러 각도에서 20세기를 정리한 책들이 재미있기도 하여 한동안 책을 사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2000년하고도 10년이 코앞인 시점에 20세기를 정리한 책이 하나 더 나왔다. 바로 패션의 시각에서 20세기를 정리한 책이다. 옷은 뭐 목욕할 때 빼고는, 남에게 부담을 안주는 선에서, 적당히 몸을 가리는 덮개 정도로 생각하고 큰 신경 안 쓰고 사는 생활인들이 주변에는 많은 편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소박한 의생활이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 때에 따라 특별한 경사가 있을 때나 어딘가 앞에 나서서 이야기해야 하는 때, 혹은 명절 때 등등 좀 색깔이나 모양에 신경을 써서 입는 정도를 빼고 우리는 내 몸에 맞는 기성복을 편안하게 그냥 사 입고 잊어버린다. 그런데 『20세기 패션 아이콘』이라는 책을 보니 우리가 생각 없이 입고 있는 옷들이 그냥 기분 나는 대로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모두 시대와 공간 그리고 철학을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의복의 생활사를 다루는 그 동안의 저작들이 대부분 19세기까지의 역사를 다룬 것들이기 때문에 20세기에 우리가 입는 옷들은 그저 당대의 생활복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옷을 통해 20세기를 아주 재미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20세기 초 식민지에 의존한 유럽 경제가 그 마지막 화려함을 극대화된 오리엔탈리즘의 의상들로 표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서 사람들은 허름하고 싼 원단이지만 옛날의 편안함을 향수하고자 속에 부풀린 망사 페티코트를 입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다른 예술계의 경향과 같이 의상도 아방가르드한 기하학적 형태를 추구했고, 여성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에는 남성의 의복을 변형시킨 남성적 여성복이 유행하기도 했다. 미니스커트의 출현은 물론 PVC 재료의 옷, 하이테크를 이용한 미래지향적 의복, 그리고 오늘날 하나가 된 지구촌 문화를 드러내는 옷 등등 많은 화보들이 포함된 이 책과 더불어 20세기를 한번 조망해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추천자: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백승선, 변혜정

○ 출판사 : 가치창조

유럽 구석구석을 참 많이 다녀보았지만 크로아티아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저 크로아티아는 옛 유고 연방의 한 나라였고 축구를 잘하는 작은 나라 정도가 솔직히 내가 가진 정보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최근 여행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크로아티아 가 보았느냐?”는 질문을 듣는 일이 조금씩 잦아지고 있었다. 이 책, 참으로 잘 만들었다. 한 마디로 크로아티아 같은 책이다. 일반 단행본보다는 작고 문고본보다는 조금 커서 어른 남자의 한 손에 쏙 들어온다. 표지의 스케치풍 일러스트는 아드리아 해 남빛 바다와 크로아티아 특유의 주황색 지붕을 은은하게 잘 담았다. 작지만 보석 같은 나라 크로아티아를 쏙 빼닮은 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고 그런 여행가이드였다면 교양서 추천 목록에 애당초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여행서보다는 교양서로 분류케 해준 가장 큰 원동력은 교만하지 않은 시선으로 찍어낸 사진들이다. 저자들은 남쪽의 두브로브니크에서 출발해 플리트비체, 스플리트를 거쳐 수도인 자그레브를 소개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친다. 그만큼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네 도시의 구석구석을 마치 눈앞에서 보듯 펼쳐낸다. 사진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한 사람은 찍고 한 사람은 썼다. 사진이 나오고 그것을 재생한 일러스트가 나오고 듬성듬성 글이 나온다. 때로는 에세이, 때로는 기행문, 때로는 시다. 사진이 글을 누르지 않고 글이 사진을 더럽히지 않는다.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책의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준 책이다. 아름다움도 더위를 쫓아준다. 아름다움에 빠지면 더위를 잊기 때문일까? 이 여름,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 용구 삼촌

○ 추천월 : 2009년 07월

○ 저/역자 : 권정생 글, 허구 그림

○ 출판사 : 산하

용구 삼촌은 서른 살이 훌쩍 넘었지만 지능이 많이 모자란다. 자신의 이름조차 똑바로 알지 못한다. 모든 일에 서툴고 마냥 어린애 같은 그런 용구 삼촌이 어느 날부터 집의 누렁소에게 풀을 뜯기려 못골 산엘 오르내리게 된다. 엄마 아빠는 물론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그 일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그런 어느 날, 용구 삼촌은 누렁소에게 풀을 뜯기려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곧 오겠지 기다리는데 누렁소가 혼자 돌아오자 애가 탄 엄마 아빠는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온 산을 뒤진다. 못골 산자락의 저수지 물이 푸르게 번득이는 것을 보며 나는 소름이 오싹 끼치는 두려움을 떨어내지 못하는데 마을 사람들의 찾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와 내가 달려갔을 때 용구 삼촌은 회갈색 산토끼 한 마리를 가슴에 품고 산비탈에 누워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으로 잠이 들어 있다. 삼촌을 찾은 나는 안도감과 함께 까닭 모를 슬픔으로 흐느껴 운다. 사람들 기척에 놀란 회갈색 작은 토끼는 공이 굴러 나오듯 삼촌의 품을 벗어나는데 삼촌은 여전히 곤한 잠에 빠져 있다. 새처럼 깨끗하고 착한 마음씨의 용구 삼촌은 지능이 떨어진 바보의 모습이 아닌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몇 번을 되풀이 읽고 싶게 하는 진하고도 아름다운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추천자 : 이상교(아동문학가), 엄혜숙(아동도서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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