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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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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9.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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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 ‘4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오래된 일기』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 4월의 읽을 만한 책 ○ 오래된 일기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이승우 ○ 출판사 : 창비 한국문학에서 이승우의 위치는 매우 귀하다. 그의 작품 세계의 한 축엔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 있고 또 다른 축엔 인간이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존재론적인 질문이 있다. 그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관념적인 주제를 지적인 문체로 일관되게 작품 속에 승화시켜 왔다. 그의 데뷔작인 “에리직톤의 초상”이 한국 문학에 강렬하게 풍긴 인상을 아직도 어제 겪은 일처럼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승우의 『오래된 일기』 에는 8편의 중, 단편이 실려 있다. 어느 편을 읽어도 작가의 탄탄한 기량이 물씬 스며들어 있다. 대체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면에 빛보다는 어둠을 감금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순간 모두 나를 어둡게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근원을 찾아간다. 표제작인 “오래된 일기” 처럼 자신도 모르게 한 순간의 고난을 회피하기 위해 누군가 죽었으면 하고 마음으로 바란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그 당사자가 죽어버리는 일이 현실에서 이루어졌을 때 한순간 기원을 했던 그는 어떻게 될까. 더구나 그 존재가 다름 아닌 아버지였을 때, 이후 남겨진 그 아들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이만큼 존재론적으로 파고들면서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결부시키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이승우뿐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일기』속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쉽게 빨리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주제가 묵직할 뿐 아니라 끌어나가는 문장 또한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께가 두터운 오래된 거울을 닦아내고 자기 얼굴을 비춰볼 때처럼 이 책 속에 담긴 8편의 소설들을 천천히 읽고 난 다음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한 겹 두터워진 느낌을 가질 것이다. 나의 시간은 비단 나만의 시간은 아니라는 것, 나의 삶은 곧 다른 사람의 시간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할 것이다.○ 히틀러의 아이들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수전 캠벨 바톨레티/손정숙 ○ 출판사 : 지식의풍경 1932년 10월 히틀러가 청소년단(유겐트) 단원들에게 “젊은이가 위대한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나라의 국민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라고 물었을 때만 해도 그 말의 의미를 아무도 몰랐다. 『히틀러의 아이들』은 그 후 독일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대다수 독일 청소년들은 나치에 동조했다.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위병과 히틀러 청소년단의 공통점은 여럿이다. 극도의 증오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런 증오의 표출이 정의인 줄 알았다. 전체주의 집단의 주관적 정의가 실현되는 곳은 객관적 지옥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자신들의 지도자를 무오류의 신(神)처럼 여겼던 점과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책들을 불살랐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독일이 낳은 위대한 유대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작품도 불탔는데, 100여 년 전 하이네는 “책을 불사른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태워죽일 것이다”라는 경고했다. 유대인들만 대량학살(홀로코스트)을 당한 것으로 알지만 나치는 독일인 심신장애자들도 브란덴부르크 등 여섯 곳의 위장된 특별 병원에서 집단 학살했다. 아이들은 히틀러 청소년단의 멋진 단복과 모험에 가득 찬 야외생활에 매력을 느껴 청소년단에 가입해 전체주의의 부속품이 되고 도구가 되었다. 발터 헤스는 히틀러를 비판하는 아버지를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로 보낸 대가로 청소년단에서 직위가 올라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뮌헨 대학의 한스 숄과 소피 숄은 백장미단을 조직해 나치에 맞섰다가 처형당함으로써 인간의 영혼은 자유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80년대 대학가에서 애독했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이들의 누이인 잉게 숄의 저작이다. 독일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나치에 동조하게 된 데는 기근과 실업으로 신음하던 사회 분위기가 중요한 몫을 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저자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또다시 아이들의 어깨에 편승해 권력을 잡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면서 “그런 그림자가 청소년들과 다른 사람들을 뒤덮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신정근 ○ 출판사 : 사계절 논어』의 정신은 “극기복례(克己復禮)”나 “위기지학(爲己之學)” 같은 말 속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인간의 최고 완전성을 향한 열망, 자기 상승과 도야의 이념을 대대손손 내면화해 온 까닭에 동아시아는 혼란 속에서도 다시 중심을 잡고 수모 속에서도 자긍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동아시아의 문화가 누려온 긴 수명, 긴 수염의 전통은 공자님 말씀에 항복한 덕분이다. 특히 우리는 이 말 앞에 무조건 고개 숙였다. 공부해서 남 주냐? 동아시아 윤리학의 핵심, 그 정언 명령은 “공부해라”이다. 우리나라에 『논어』와 관련된 책이 이미 수백 종이 넘는 것은 이 고전이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중요성에 비추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된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는 여러 가지 점에서 그 수많은 책들과 뚜렷이 구별된다. 먼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해설에 이어 발랄하고 경쾌한 일상어로 원문을 번역, 해석했다. 저자는 오래된 문장을 신선한 감각 속에 되살리는 글쟁이, 현실과 호흡하면서 고전을 파헤치는 젊은 정신이다. 두 번째로 독자가 원문을 자유롭게 편집, 정돈, 이동할 수 있도록 하이퍼 텍스트의 체제를 갖추었다. 이 책은 고전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었고, 기억력이 나쁜 사람도 어느 대목이든 금방 다시 찾을 수 있는 사전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원문을 동서고금의 문헌들과 겹쳐 읽을 수 있는 오픈 텍스트의 형식을 취했다. 이것은 저자의 왕성하고 폭넓은 독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저자가 가장 많이 읽고 썼던 것은 『논어』이다. 저자는 이미 공자에 대해서만 4권의 저서와 1권의 역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그 동안의 연구를 결산하고 있는 셈이다.
○ 스마트 파워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스마트파워위원회 / 홍순식 ○ 출판사 : 삼인 최근 부시의 오만한 일방주의 등으로 훼손된 미국의 외교 정책을 오바마 행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수선하여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시켜 나갈 것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워싱턴의 권위 있는 국제전략연구소(CSIS)가 부시퇴임을 앞두고 초당파적으로 조직한 스마트파워 위원회가 1년간 연구한 정책보고서 ‘스마트파워’를 읽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스마트 파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즉 미국이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시처럼 군사력 등 하드 파워를 일방적으로 휘두르지 말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문화, 가치 등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 같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통합하고 조율하여 미국의 이익과 세계의 이익을 일치하도록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파워라는 것이다. 얇은 두께에 쉽게 쓰인 이 보고서는 미국이 이 같은 스마트 파워가 되기 위해 해야 할 것으로 다른 나라 정부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공공외교로서의 교육교류 투자 등 5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21세기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하기 위해, 나아가 올바른 정책수립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하드 파워, 소프트 파워, 스마트 파워)를 알기 위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 버핏톨로지의 비밀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바한 잔지지언 / 김기준 ○ 출판사 : 비즈니스맵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투자 천재 워렌 버핏(Warren Buffet)은 전 재산의 85%를 자선재단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부시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 시도를 앞장서서 반대한 사람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맨손으로 출발해 미국 제2위의 부자로 발돋움한 그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는 돈만 잘 버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사회문제의 해결에 발 벗고 나서는 모범시민이다. 그동안 버핏에 관해 적지 않은 수의 책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그 책들은 거의 모두 그의 소박한 인간성과 천재적 자질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버핏의 좋은 점뿐 아니라 문제가 될 수 있는 점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결코 버핏에 대한 러브레터는 아니라고 말한다. 투자의 천재로 알려진 그도 때때로 실수를 저지른 바 있으며,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 중 적절치 못한 것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이 책 역시 거의 대부분이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성공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워싱턴포스트 사 주식을 사들여 20여년 만에 11,609%의 수익을 올린 그의 천재성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도대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에 큰돈을 벌게 해줄 투자대상을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는지 경탄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노라면 마치 우리 자신이 그런 큰 성공을 거둔 것 같은 흥분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버핏이 감세정책을 반대한 것과 기업이 예상실적을 발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에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의 보수적 성향으로 인해 약간 부풀려진 느낌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두 이슈에 대한 버핏의 입장이 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독자는 이 점에 주의하면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은 경제학의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학교를 칭찬하라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요아힘 바우어 / 이미옥 ○ 출판사 : 궁리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소신을 갖고 한 마디씩 거들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엄청난 사회적 불만이나 원성을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꺼리로 꼽히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교육이 시작된다”는 말은 결코 어긋난 표현은 아니나, 오늘날 교육 문제에 대한 비판의 일차적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공교육을 대표하는 학교교육이다. 한국 학교교육의 위기는 각종 사교육의 창궐에서 그 증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설학원이 우리처럼 성행하지도 않을 뿐더러, 교육정책의 성공사례로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 독일이라는 점에서 독일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한 『학교를 칭찬하라』는 각별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당사자들이 힘을 모아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뇌 연구에 주력해 온 신경생물학자요 정신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인간의 학습이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라는 공명현상(resonance)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독창적 가설과 함께 학생-교사-학부모의 공조적 관계 형성이 학교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임을 역설한다. 2007년 4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소책자는 아직도 독일에서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OECD가 실시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폐단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동기에서 출원한 이 책은 학교교육의 목표가 지표적 성과가 아닌 인간 양성에 있음을 환기시킴으로써, 교육의 질적 향상을 열망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 세계의과학자 12인, 과학과 세상을 말하다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제레미 스탱룸 / 김미선 ○ 출판사 : 지호 만약 당신이 과학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당신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가?” “연구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현재 남은 목표는 무엇인가?” 등 평소에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물어보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진화하는 진화론’의 저자 스티브 존스, 인간의 뇌와 의식을 연구하는 수전 그린필드, 자신의 팔에 실리콘 칩 송수신기를 이식한 인공두뇌학자 케빈 워릭, 인류를 궁지로 몰지도 모르는 바이러스를 사랑하는 도로시 크로포드, 암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마이크 스크래튼, 현대 과학의 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수학자 노먼 레빗 등 12명의 과학자들과 직접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 “인간이 미생물 병원체로부터 받고 있는 위협은 어느 정도인가?” “어떤 전염병이 오더라도 감염되어서 앓게 되는 사람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인간이 미생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전적으로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도로시 크로포드의 설명이다. 이처럼 책에서는 대중들이 과학자들에게 궁금해 할만한 질문과 함께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답변이 쉽게 서술돼 있다. 진화심리학, 인공두뇌학, 정신의학과 관련된 두꺼운 책을 읽는 것보다 현대 과학의 진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나아가 쟁점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 어째서 중요하며 과학자들의 노력이 어째서 지지를 받을 만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저자의 취지는 성공인 듯하다.
○ 언제나 재즈처럼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국립민속박물관 ○ 출판사 : 민속원 1990년대에 『그림엽서의 인류학』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림엽서는 직접 그린 그림을 담거나, 사진을 담기도 하고, 그림을 사진에 담아 여러 가지 처리를 하여 내놓기도 한다. 서구에서는 다종다양한 엽서에 대한 수집과 연구가 활발하고 학문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엽서의 가치를 아직 그 정도까지는 쳐주지 않는 분위기다. 엽서의 역사를 볼 때 엽서 그림의 종류나 용도, 대상 등등, 그 분류 코드는 대략 600종 정도 된다고 한다. 본인도 그동안 받은 엽서를 넣어두는 상자가 하나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그 편지를 간직하려고 넣어둔 것이지 엽서의 그림을 수집하기 위해 넣어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그림엽서는 일상적이고 지나치기 쉬운 것인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생활을 담아내고, 생활 속에 거하면서 때로는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발하는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이번에 내놓은 『엽서 속의 기생읽기』는 그런 맥락에서 하나의 주제, ‘기생’이라는 대상으로 묶을 수 있는 그림엽서들을 모아 제작한 중요하고도 재미있는 책이다. 총 265점의 자료를 수록해 놓은 이 책은 각 그림엽서의 제목과 그림의 설명, 추측이 가능한 경우 연도 등이 밝혀져 있다. 그리고 단락별로는 필요한 역사적 지식과 문화, 예술적 배경의 장을 함께 싣고 있어 다각도로 당대를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필자의 눈에는 기생 이옥란이 쏙 들어온다. 그 빼어난 미모도 미모지만 그녀는 콜럼비아 레코드사에서 제작한 조선후기 12잡가 중 하나였던 ‘유산가’를 불러 대중의 스타가 되었던 역사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생들은 하나 같이 예인이자 모던 걸의 지적 면모를 뽐내던 인물들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연인이었던 왕수복의 면모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생의 이미지는 많이 왜곡되어 왔다. 이 책은 ‘기생’이라는 집단을 다시 건강하고 역사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돕고 있다.
○ 유혹의 역사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잉겔로레 에버펠트 / 강희진 ○ 출판사 : 미래의 창 이 책은 남자와 여자에 관한 적나라한 보고서다. 아마도 저자가 남자였다면 상당히 논란이 됐을 만큼 여자의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는 본능’을 확 까발리고 있다. 독일의 성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여자들의 세계를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경쟁의 세계로 파악한다. 그 경쟁은 너무나도 치열하다. 진짜건 가짜건 예쁘기만 하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본능이 그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 제목은 ‘유혹의 역사’이지만 내용은 ‘유혹의 기술의 역사’라고 하는 게 정확할 듯하다. 그 기술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이브 이후 여성들은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온갖 종류의 기술을 발달시켜 왔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남성들은 거기에 관심이 없다. “남자들은 아름다움에 관한 지식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먼저 남자와 여자의 시각 차이를 분명히 밝힌 저자는 이어 몸 가슴 허리 엉덩이 다리를 어떻게 꾸밈으로써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는지를 소상하게 밝힌다. 아마도 페미니스트들이 이 책을 본다면 절반도 읽지 못하고 집어던질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내용이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페미니즘에 담긴 위선적 요소를 제거하고 있는 그대로 남성의 남성다움, 여성의 여성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출발점으로서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 책이다.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의 말대로 남성들은 여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 우리는 무적 남매, 골치와 대장 ○ 추천월 : 2009년 04월 ○ 저/역자 : 주디 블룸 글, 제임스 스티븐슨 그림 / 이주희 ○ 출판사 : 시공주니어 지은이인 주디 블룸은 미국 뉴 저지 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1970년 『하느님? 저 마거릿이예요』로 미국 최우수 어린이 도서상을 받았다. 『우리는 무적 남매 골치와 대장』을 쓴 주디 블룸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비밀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로 표현해 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포함한 『골치와 대장』 시리즈는 그지없이 평범한 남매의 이야기를 특별하거나 대단한 사건이 없이 재미와 감동으로 끌어나가고 있다. 작가가 실제 자신의 아이들을 모델삼아 펼쳐내는 이야기로서 1학년 동생 ‘골치’와 3학년 누나 ‘대장’이 의 밀고 당기는 남매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생 제이컵은 잘난 척 쟁이 누나를 ‘대장’ 이라 비꼬아 부르며, 누나 애비게일은 사고뭉치인 동생인 제이컵을 ‘골치’ 라고 부른다. 모두 일곱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골치 제이컵이 이발소 아저씨가 실수로 귀를 자를 것이 걱정되어 두려워하는 마음,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친 생일 파티와 축구 포지션에 대한 골치의 실망, 자전거를 못 타는 것을 감추고 싶은 대장 애비게일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 등등 어린이들이라면 쉽게 공감할만한 일상을 유머와 재치로 살려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매가 걱정하는 것은 한결같아서 ‘엄마 아빠가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아닐까?’, ‘엄마 아빠가 나보다 누나를 더 사랑하는 것 아닐까?’ 에 집중되어 있다. 그처럼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우면서도 마지막에는 극적인 화해와 함께 서로의 존재에 대해 더없이 고마워하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주디 블룸의 다른 작품으로 『골치야, 학교 가자』, 『주근깨 쥬스』, 『별 볼일 없는 4학년』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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