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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의 읽을 만한 책'선정-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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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나는 여기가 좋다』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 3월의 읽을 만한 책

○ 나는 여기가 좋다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한창훈

○ 출판사 : 문학동네

소설가 한창훈은 바다와, 바다를 생존의 터로 여기고 사는 사람들의 대변인처럼 소설을 쓴다. 오랫동안 그래왔다. 무슨 얘기를 써도 한창훈의 글에서는 바다 냄새가 펄펄 난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의 제목 ‘나는 여기가 좋다’ 란 곧 ‘나는 바다가 좋다’ 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소설가 한창훈, 하면 저절로 그 이름 뒤로 바다가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바닷가 사람들이 어떤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려면 사실적인 어떤 기록을 뒤져보는 것보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일이 더 실감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어느 장을 펼쳐도 바닷가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환하게 드러나 보이는 이 소설집엔 8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그들은 바다에 친구를 잃고 그 상실과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평생을 뱃일만 하고 살고 있거나, 병이 들어 죽어버린 양식어들을 온 종일 퍼내고 있거나, 생존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배를 팔려고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농부가 자식에겐 농사일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자식들을 교육시켜 도시로 내보내듯이 여기 어부들도 고달픈 뱃일을 대물림하기 싫어 후손들을 육지로 떠나보낸 존재들이다. 어느덧 그들 곁에 남아 있는 건 바다뿐이다. 결국 그들마저 바다를 떠나야할 상황에 처하지만 떠날 수 없거나 어디로도 갈 곳이 없어 다시 섬으로 돌아온 사람들 얘기가 이 소설 속엔 진실을 담고 펼쳐지고 있다. 그들의 삶은 한밤중에 방파제에서 내다보는 등대 불빛처럼 거친 파도 속에서도 반짝인다. 어찌 되었든 살아가는 힘을 바다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펼쳐놓는 생생하고 걸쭉한 입담을 듣다보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새벽빛처럼 몰려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가의 바다를 향한 일관되고 고집스러운 의지가 없었으면 이즈음 한국소설에서 바닷가 사람들의 삶이 어떤 형태인지 독자인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작품들이 든든한 이유이기도 하다.

○ 화염 조선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박재광

○ 출판사 : 글항아리

우리는 흔히 임진왜란 초반의 패전을 일본의 조총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임란 3년 전인 선조 22년(1589) 7월 대마도주 소오 요시토시(宗義智)가 진상했던 조총을 군기시에 사장시킨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다네가시마(種子島)의 도주 아들 도키타가는 1543년 조총 1정을 영락전(永樂錢) 200필(疋)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사들였는데, 현재로 환산하면 1억 엔에 상당할 정도의 거금이란다. 이런 노력들이 임란 때 조선 육군을 무력화시켰던 일본 조총 부대의 탄생을 뒷받침했던 것이다. 이때 조총에 주목하지 않은 것은 실수지만 조선이 무기제조의 후진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은 세종 때 이미 길이 14cm로 권총의 원조격인 세총통을 만들었던 화기제조 선진국이었다. 육군은 조총을 앞세운 일본군에게 패했지만 수군이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이순신의 탁월한 전략전술과 함께 조선 수군의 우수한 대형 화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염조선』에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화기들이 여럿 등장한다. 비차(飛車)라고도 불렸던 비거(飛車)도 그중 하나인데 나는 차, 즉 비행기를 뜻한다. 일본측 기록인 『왜사기(倭史記)』에는 전라도 김제의 정평구(鄭平九)란 인물이 진주성 전투 때 비거를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종 4년(1867)에는 한강 노량진에서는 강 한가운데서 수뢰포(水雷砲)의 폭발시험을 했는데 수뢰포란 바로 시한폭탄형 기뢰(機雷)였다. 얼마 전 영화로 개봉되었던 신기전에 대한 서술도 자세하다. 고려 말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이처럼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례들로 풍부하다. 비단 무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조선사의 이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유동하는 공포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지그문트 바우만 / 황규진

○ 출판사 : 산책자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속담은 어떤 지각이론을 담고 있다. 그것은 시각이 청각보다 우월하다는 이론이다. 조금 더 비튼다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백 가지 말, 백 가지 설명이 하나의 이미지만 못하다. 백 가지 이야기도 어떤 시각적 이미지로 수렴되지 못하면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근대성을 물의 이미지에 담아 설명했다. 이것은 우리가 통상 근대성에 대해 가져왔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계몽, 이성의 빛 등과 같이 근대성을 표현하는 말들은 오히려 밝은 불의 이미지를 중심에 두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바우만은 말한다. 계몽의 계획은 잠정적인 성공 뒤에 스스로 예측할 수 없는 공포 속에 빠져들었다. 근대적 이성은 온갖 재해와 위험의 공포에서 벗어난 유토피아를 꿈꾸었지만, 오히려 돌아온 것은 더욱 대처하기 곤란한 불확실성이다. 계몽의 계획에 의해 추방된 위험은 계산과 관리의 대상이 되자마자 계산 불가능한 위험의 모태가 되었다. 근대적 이성은 자로 재고 방정식을 세우면서 위험을 배설하는 수로(水路)를 건설하지만, 계몽의 도시 도처에서 어떤 습기나 액체처럼 공포가 엄습하게 되었다. 벽이든 마당이든 아무 곳이나 침투해 들어오는 유동적 액체성, 그 액체적 악마성 앞에서 현대인은 어떤 식으로 조롱당하고 있는가. 세계화와 더불어 더욱 광역화되고 있는 예측불허의 유동성 앞에서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기대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은 이런 주제를 크고 작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펼치고 있는데,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미국 발 금융위기는 이런 이야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 폭력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공진성

○ 출판사 : 책세상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법안들을 놓고 벌어졌던 연말 국회의 폭력사태, 나아가 용산 철거민 농성현장에서 벌어진 참사와 관련해 폭력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해, 책세상이 ‘비타 악티바’ 개념사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아야 할 중요한 교양서이다. 이 시리즈는 인권, 시민, 계급, 공화주의 등 현대 세계의 중요한 개념 내지 화두들을 소장 연구자들이 알기 쉽게 1백 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으로 만든 새로운 형식의 교양서로서 주목할 만한데 특히 『폭력』의 경우 그 시의성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폭력이란 무엇이며, 폭력과 비폭력은 어떻게 구별하고 누가 이 같은 기준을 정하는지, 나아가 폭력과 법과는 어떠한 관계에 있으며 민주주의에서 폭력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며, 미래 사회에서 폭력은 어떠한 양상을 띨 것인지 등 폭력에 대해 우리가 궁금해 하고 있으며 알아야 할 의문들에 쉽게 답을 해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성찰을 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모든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도덕주의적 시각이나, 국가를 유일한 정당한 폭력의 독점자로 보고 그를 기준으로 국가의 폭력은 정당한 합법적 폭력, 그렇지 않은 폭력은 정당하지 않은 불법적 폭력이라고 보는 국가주의적 시각을 모두 비판하면서 폭력에 대한 균형 잡힌 성찰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 녹색 희망, 농업의 미래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임상규

○ 출판사 : 매일경제신문사

참여정부의 마지막 농림부 장관이었던 저자는 농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는 그의 왕성한 탐구열은 학자로서 잔뼈가 굵은 사람을 쉽게 능가한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자칫 사양산업으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질 뻔했던 농업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혀줄 횃불로 다시 타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 농업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으로부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이르는 광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오랜 공직자 생활로부터 우러난 날카로운 정책 감각이 책 전반에 걸쳐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농업이 미래의 우리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선명한 비전이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가 모아놓은 풍부한 농업관련 자료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서는 농업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없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수록된 다양한 농업관련 자료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정도의 자료 수집을 하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우리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점은 미리 말해둘 필요가 있다. 일반 독자들을 위해 흥미 위주로 쉽게 풀어쓴 책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좀더 많은 식견을 쌓기 위해 어느 정도의 참을성을 발휘할 용의가 있는 사람만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정직한 법조인 링컨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마크 E. 타이너/ 임동진

○ 출판사 : 소화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등장과 함께 링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는 노예 해방을 위한 내전을 불사하고, 종전 후 남부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결단과 관용의 지도자에 대한 흠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 H. 카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 바 있듯, 최근의 링컨 열풍에는 사실상 ‘포스트 아메리칸 시대’의 난관 극복을 위한 열망이 보다 크게 개재되어 있으리라 본다. 링컨의 변호사 시절을 중점적으로 다룬 이 책은 짓밟힌 민중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쓰다가 흉탄에 의해 사거한 ‘국민적 영웅’ 링컨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동기에서 집필된 것이다. 옮긴이 역시 감상주의로 일관된 ‘링컨 신화’의 거품을 걷어내는 데 진력해 온 흔치 않은 링컨 전문가이다. 변호사 링컨을 정치적 영웅에 필적하는 법적 영웅으로 묘사한 문건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고통받는 약자를 대변한 정의파 변호사라는 전설적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링컨의 또 다른 모습들이 판례나 후속적 저작들을 통해 속출하고 있다. 흑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노예 소유주를 옹호하는 사건을 대리하기도 했고,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잔재주를 부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상충하는 다양한 자료들을 섭렵해 링컨의 25년 변호사 생활이 사회질서를 중시하는 휘그적 법률사상이 사회발전을 지향하는 휘그적 정치사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좁게는 법과 정치, 넓게는 법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일깨워 줌으로써, 준법, 악법, 편법, 떼법 등이 판치는 우리의 법률문화를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미토콘드리아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닉 레인/ 김정은

○ 출판사 : 뿌리와이파리

기계론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근대사회에서는 물리학이 과학의 꽃이었다. 그러나 유기체적 세계관의 융성과 함께 생물학이 과학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올 해 200주년을 맞이하는 진화론은 복잡성, 가변성, 예외성이 높아 정식화하기 힘든 생물학 분야를 대표하는 일반 원리로서,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 진화를 선도하는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세균은 20억 년 간 지구상에 존재하며 생존 능력을 강화해 왔다. 그러면서도 세균은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하지 못했다. 성장과 변신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없기 때문이다. 한 동안 과학자들은 세포핵을 생명체의 중심으로 간주한 채 미토콘드리아를 주변적 존재로 홀대했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가 다세포 생명체를 창출하는 진화의 실세임이 밝혀지면서, 생명계의 역동성을 미토콘드리아의 작동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미토콘드리안 패러다임’이 풍미하고 있다. 총 5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에서 저자는 생명체의 탄생, 성장, 분화 노화, 및 죽음과 같은 현상들을 ‘생체 에너지 발전소’에 비견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역능을 중심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사고와 발견은 과학의 본령에 해당한다. 그러나 다양한 가설이나 이설을 동반한 과학지식의 경우에는 소통이 그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통을 통해 새로운 사고나 발견을 촉구하는 착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생소한 개념과 이론들을 소통 가능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는 점에서 저자와 역자 모두에게 찬사를 보낸다.

○ 언제나 재즈처럼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정우식 글, 이승열 그림

○ 출판사 : 고려원북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든 아니면 별로 관심이 없는 일반 생활인이든 간에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하나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음반 한 장을 권하고 싶다는 말이 더 맞을 듯싶다. 우리나라에서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CBS FM의 <올 댓 재즈>라는 프로가 있고 이 프로그램 뒤에는 프로를 제작하고 있는 정우식 PD가 있다. 프로를 진행하고 있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은 정우식을 영원한 ‘jazz kid'라 일컫는다. 이 책은 100여 년 이어져 내려온 재즈의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33인을 추려, 아주 쉽고 간명하게, 그 인물들의 역사성, 음악적 특징, 대표작, 대표적 음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직접 청취자들과 소통한 경험을 살려 지식 공급자의 입장보다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알고 싶어 할 필수적인 정보를 알차게 정리해 책에 수록했다. 읽고 나니 재즈의 큰 줄기가 쉽게 들어온다. 그런데 이 책의 진가는 책에 첩부된 CD를 듣는 순간 더욱 빛난다. 오랜만에 전설적인 베니 굿맨 재즈오케스트라의 “sing sing sing”을 듣고 나니 ‘와우’ 소리가 절로 난다. 내친 김에 CD에 수록된 주옥같은 17곡을 앉은 자리에서 다 들어버렸다.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에 이르면 모르는 사이 절로 음악에 ‘푸욱’ 빠지게 된다. 음악에 푸욱 빠짐과 동시에 젊은 날에 대한 향수도 길어 올리게 되고, 생활에 매몰되어 바싹 말라버린 영혼의 주름들이 물을 먹은 듯 부풀어 올라 편편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책도 읽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만든 것에 비해 값이 싸다는 생각이 든다. 재즈 듣기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입문서이고, 이미 재즈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세기의 재즈 베스트를 다시 들을 기회가 되니 좋다. 재즈는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음악이다. 언젠가 음악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하면서 사실 미래에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되고 싶다고 했던 옛 친구가 생각난다.

○ 어루만지다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고정석

○ 출판사 : 마음산책

그는 내가 아는 최고의 우리말 목동(牧童)이다. 그는 스스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이자 언어학자라고 부르는데 나는 무엇보다 ‘언어학자’로서 고종석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정치적 입장 차이로 그의 칼럼은 때론 부담스럽고 소설은 나 자신이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인데 그가 말, 그 중에서도 우리말을 다루는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고종석은 아주 일찍부터 사람보다는 말에 주목해왔다. 그가 주목했던 말은 그저 뭔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으로서의 말이 아니다. 하나하나 삶을 오롯이 담아내는 말이다. 삶이 말이 되고 다시 말이 삶이 되는 과정에 주목했다는 뜻이다. 그가 모국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곧 모국에 그만큼 애착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10여 년 전에 이미 고종석은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이라는 책을 통해 이번 책과 비슷한 작업을 했다. 우리말만 가지고 거기에 진하게 늘어붙어 있는 한국인의 삶을 읽어낸 작품이었다. 이번 책도 연장선에 있지만 중복되지는 않는다. 입술, 감추다, 메아리, 미끈하다, 혀놀림, 가냘프다, 발가락, 손톱, 잇바디, 꽃값, 모름지기, 바람벽, 그네, 무지개, 미리내, 누이, 엇갈리다, 궂기다, 어둑새벽, 켤레, 간지럼, 밴대질, 눈물, 딸내미, 속삭임, 스스럼, 술, 한숨, 보름, 그믐, 거품, 춤, 그대, 구슬, 어루만지다, 서랍, 버금, 비탈, 엿보다, 주름. 모두 40개의 우리말을 단서로 고종석이 준비한 향연은 때로는 외설적이다가도 어느새 순정적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함을 즐기는 것 또한 고종석만이 줄 수 있는 뜻밖의 즐거움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 것만으로 ‘언어학자’ 고종석에게 참 고맙다.

○ 알록달록 공화국 1,2

○ 추천월 : 2009년 03월

○ 저/역자 : 알렉상드르 자르뎅 글, 잉그리드 몽쉬 그림/ 정미애

○ 출판사 : 파랑새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끼리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빈틈없이 짜여진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 1, 2부로 나뉘어져 있는 『알록달록 공화국』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의문점에 대해 기발하고도 명쾌한 대답을 들려준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리 샹스는 1980년에 어른의 지배에서 어린이들을 해방시킨 영웅이다. 아리의 엄마는 마치 욕지거리를 퍼부을 때가 가장 행복한 듯 보이는 인물이며, 담임인 따귀선생님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부모에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윽박지른다. 학생이라면 선생님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어느 날 폭풍으로 쑥대밭이 된 이웃 섬 주민들을 돕기 위해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게 된다. 그러자 아리는 친구들과 함께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어른인 따귀 선생님을 꼼짝 못하게 만든 뒤, 어린이들만의 나라인 ‘알록달록 공화국’을 세운다. 그렇게 만들어진 알록달록 공화국의 어린이들은 하루하루를 방학처럼 즐기면서 알록달록한 환상으로 가득한 자유인의 삶을 누린다. 카오리 나무 위에 오두막집을 짓고 지내며 바람이 들려주는 환상의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도 있다. 화산 물로 달궈진 욕조에 들어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린이들 특유의 상상력으로 알록달록한 얼룩말에서부터 기상천외한 발명품들을 만들어내는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리는 알록달록 아이들이야. 유년기가 바로 우리의 국적이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꿈을 배반하지 말아야 해!’ 『알록달록 공화국』의 어린이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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