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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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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의 가족

○ 추천월 : 2008년 10월

○ 저/역자 : 아모스 오즈/ 박미영

○ 출판사 : 창비

아모스 오즈는 이스라엘 출신의 지식인이며 세계적으로는 명망 있는 작가이다. 여기에 소개하려는 『숲의 가족』 이외에도 많은 저서를 가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에서 영향력이 크고 존경을 받는 작가이다. 『숲의 가족』은 겨우 138쪽밖에 되지 않은 짧은 소설이지만 다 읽고 나면 그 울림이 큰 소설이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이스라엘 출신이면서 팔레스타인분쟁 해결에 있어 두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고, 반전단체에 오래 몸을 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삶을 유추해 이 소설을 독해해보면 작가의 세계관이 어떤 경로를 통하더라도 평화와 맞닿아 있다는 것, 전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세계와의 소통을 위함이라는 것이 짐작이 간다.

『숲의 가족』은 어느 날 마을에서 동물들이 모두 사라져버려 곰이나 물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화소설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그 사라진 동물들을 찾아나서는 아이들의 모험을 통해서 독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거짓과 허물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들인지를 알게 된다. 어느덧 통찰하게 되는 것이지 명분을 앞세워 읽는 이를 설득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이 작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문장이 뒤를 향해 한껏 열려있고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이루어가는 글씨가 사랑스러워질 정도이다. 그만큼 원본과 번역 사이에 이물감이 전혀 없다. 탐험에 나선 이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사라진 동물들을 찾아내 어떤 교류를 하며 어떤 평화를 찾아낼 것인지 끊임없이 뒤가 궁금하면서도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이 짧은 소설도 다 읽는 것이란 생각에 아주 천천히 평화롭게 독서하게 하는 책이다.

역자는 후기에 이렇게 썼다. “언제나 지혜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살아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이 벽을 헐고 컨테이너를 치우고 마음을 열어 소통하는 세상,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 주춤거리던 이들 모두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의한다. 이 작은 소설 한 권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메시지가 물처럼 흘러다니고 있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 저/역자 : 역사비평」편집위원회 엮음

○ 출판사 : 역사비평사

최근 한 일간지의 창간 기념 설문조사에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응답은 55%로 작년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통일을 원하는 국민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두 사회의 이질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유장한 한국사 전체의 시각으로 볼 때 통일은 선택사항일 수 없다. 또한 어떤 형태로든 통일은 이루어질 것인데, 이 경우 두 사회의 이질성이 과연 극복 가능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이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이다.

박정희와 김일성(정치), 염상섭과 한설야(문학), 유진오와 최용달(법학), 이태규와 리승기(과학), 윤봉춘과 문예봉(영화)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남북 각 분야의 흐름과 현재의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경제 관료가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각 분야의 대표적인 두 사람의 삶을 통해 때로는 남북의 이질성을, 때로는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 주시경의 제자였던 최현배와 김두봉이 두 사회의 언어정책을 주도하면서 두 사회의 언어가 유사하게 된 것이 동질성이라면, 이병도와 김석형이 역사학을 주도하면서 식민사관의 유산인 실증주의와 개인우상화로 귀결된 주체사관이 남북의 주류 역사관이 된 것은 이질성이자 비극이다. 처지는 달랐지만 자신이 선택한 사회의 모순을 고민했던 염상섭과 한설야는 이질성 속의 동질성 추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묘한 것은 박정희와 김일성의 관계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쪽은 박정희였는데, 막상 막다른 골목에 처했던 박정희를 결과적으로 살려준 인물이 김일성이라는 지적은 남북관계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는 서문은 남북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잘 보여준다.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서로는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하루 10분 일주일 딸과 함께 문화논 쟁

○ 저/역자 : 제롬 클레망/ 안수연

○ 출판사 : 에코리브르

이 책은 문화를 놓고 펼치는 부녀간의 대화이다. 아버지는 저명한 문화 행정가이고 딸은 열일곱의 발랄한 학생이다. 이야기는 일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쉽고 짧게 이어진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말은 없고 엄숙한 이론도 없다. 있는 것은 일단 커다란 세대차이다. 세대차이가 커다랗게 벌어지다가 다시 좁혀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대화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볍게 풀어가고 있다. 인종, 종교, 언어, 전쟁, 예술, 문학, 영화, 철학, 유행, 독서, 인터넷, 게임, 드라마, 햄버거, 청바지 등등이 그런 것이다. 이 주고받는 말 속에서 세대차는 기억과 습관의 차이 이상이다. 그것은 고도의 차이, 속도의 차이, 압력의 차이 등과도 같다. 아버지와 딸은 그 차이와 간격을 활공하면서 경쾌한 노래를 뱉어내는 종달새와 같다.

세계화 시대라 해서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계가 끊임없이 다시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지역의 차이, 계급의 차이, 인종의 차이, 이념의 차이, 언어의 차이, 종교의 차이, 장르의 차이 등등은 비빔밥 속의 나물처럼 계속 비벼대야 할 의무와 권리를 나타낼 뿐이다. 가령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차이가 그렇다. 오늘날 고급문화는 대중문화 속에서, 대중문화는 고급문화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런 상호 피드백 없이 현대의 자본과 기술이 설정해놓은 생존조건을 이겨낼 수 없다. 이 시대의 정신은 그 모든 차이를 고도의 차이처럼 이용하는 새, 활공하는 새가 되어야 한다. 가속화되는 시간의 리듬에 따라 세대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대화하는 두 부녀는 노래한다. 날자. 날자. 날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 세상을 향해 어퍼컷

○ 저/역자 : 육성철

○ 출판사 : 샨티

왜 키가 0.2㎝ 모자란다는 이유로 경찰이 되지 못하는가? 북파공작원으로 나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했는데 왜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가? 왜 국영수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우열반으로 나누어 열반에 가라고 하는가? 왜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교가 나의 머리길이까지 단속하는 것인가? 왜 광고 CF에는 남자는 근육질, 여자는 S라인이 나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인가? 구조조정에 있어서 왜 업무능력이 아니라 나이를 기준으로 나이 많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해고하는 것인가?

우리는 일상 속에 수많은 작은 차별이나 부조리와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현실과 관련해, 『세상을 향해 어퍼컷』은 위에 소개한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에 부딪히는 부조리와 인권침해에 대해 굴종하지 않고 싸운 38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연 중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사건들을 소개한 이 책은, 인권문제를 거창하고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들의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깨우치게 해 주는 뛰어난 인권교과서이다.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상식 밖의 경제학

○ 저/역자 : 댄 애리얼리/ 장석훈

○ 출판사 : 청림출판

최근 한 일간지의 창간 기념 설문조사에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응답은 55%로 작년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통일을 원하는 국민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두 사회의 이질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유장한 한국사 전체의 시각으로 볼 때 통일은 선택사항일 수 없다. 또한 어떤 형태로든 통일은 이루어질 것인데, 이 경우 두 사회의 이질성이 과연 극복 가능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이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이다.

박정희와 김일성(정치), 염상섭과 한설야(문학), 유진오와 최용달(법학), 이태규와 리승기(과학), 윤봉춘과 문예봉(영화)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남북 각 분야의 흐름과 현재의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경제 관료가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각 분야의 대표적인 두 사람의 삶을 통해 때로는 남북의 이질성을, 때로는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 주시경의 제자였던 최현배와 김두봉이 두 사회의 언어정책을 주도하면서 두 사회의 언어가 유사하게 된 것이 동질성이라면, 이병도와 김석형이 역사학을 주도하면서 식민사관의 유산인 실증주의와 개인우상화로 귀결된 주체사관이 남북의 주류 역사관이 된 것은 이질성이자 비극이다. 처지는 달랐지만 자신이 선택한 사회의 모순을 고민했던 염상섭과 한설야는 이질성 속의 동질성 추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묘한 것은 박정희와 김일성의 관계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쪽은 박정희였는데, 막상 막다른 골목에 처했던 박정희를 결과적으로 살려준 인물이 김일성이라는 지적은 남북관계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는 서문은 남북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잘 보여준다.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서로는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마오를 이긴 중국 간디를 넘은 인도

○ 저/역자 : 로빈 메레디스/ 오혜경 외

○ 출판사 : 이솔

30년 전 개방 정책을 채택한 중국은 그간 무섭게 변했다. 영국은 1780년 이래 1인당 GDP를 두 배로 늘이는 데 58년이 걸렸고, 미국이 47년, 일본은 34년을 기록하였으나, 중국은 1978년 이후 7년 만에 1인당 GDP를 배가했고, 1996년 이후 또 다시 2배로 늘여 불과 한 세대 만에 경제 후진국에서 4대 경제 대국으로 탈바꿈했다.

질주를 거듭해 온 중국과 달리 한동안 “힌두적 저성장”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인도 역시 1991년 이후 라오 수상의 과감한 개혁정책에 힘입어 성장궤도에 진입,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또 하나의 잠재적 경제대국으로 꼽히게 되었다.

이 책은 67억 세계인구의 약 37%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국가경제의 틀을 어떻게 혁신함으로써 세계인이 주시하는 고성장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는가를 저자 특유의 통찰과 풍부한 예증으로 알기 쉽게 풀이한 시사성 교양서이다.

기나 긴 동면 끝에 세계경제의 중심권에 진입하게 된 중국과 인도의 성장 전략이나 과정은 판이하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제조업 육성 전략을 중시해왔다면, “전 세계의 백 오피스”라고 칭해지는 인도는 두뇌 인력에 의존한 지식산업 개발 전략을 추구해왔다. 따라서 국가경제의 도약을 꾀하기 위해서는 고유한 경제 전략이 필수적임을 저자는 양국 간 비교를 통해 은연중 강조한다.

더구나 이 책은 조립라인assembly line을 대신한 분해라인dissembly line의 지구적 형성이라든가 부정부패, 사회 양극화, 과소비, 금융부실, 인권침해,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들까지 폭넓게 거론하고 있어, 최근 침체 국면에 처한 국가경제를 우려하는 독자들께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반려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 0.1그램의 희망

○ 저/역자 : 이상묵, 강인식

○ 출판사 : 랜덤하우스

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을 때 당신은 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물이 반밖에 없다고 여기는가,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이 책을 읽은 경우라면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고 여길 뿐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도 생길 것이다.

저자인 이상묵 교수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극해를 누비며 신나게 연구활동을 하던 해양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야외지질조사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로 목 아랫부분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가 됐다. 지구를 무대로 종횡무진 하던 그가 휠체어에 갇혀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고 이전보다 세상을 더 넓게 만나고 있다. 사고 6개월 만에 강단에 복귀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와 강연도 하고 있다. 현장탐사만 하지 못할 뿐 전 세계 동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최신 논문을 읽으며 의견을 주고받는 일은 이제 자연스럽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가 감내한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척추손상 환자가 감내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서술한 글에선 절로 가슴이 아린다. 하지만 그는 횡경막만을 이용해서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매순간을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여기며 살고 있다.

그의 삶에 대한 의지도 놀랍지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배려는 감동 그 자체다. 선배라는 이유로 그의 가족을 돌봐준 후배, 얼굴도 모르는 그를 위해 수상금을 내놓은 같은 대학 과학자, 그보다 더 심하게 다쳤으면서 자신을 위로하지 말라며 유머 있게 충고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지닌 희망의 무게를 느껴볼 시간을 선사한다.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 저/역자 : 유지나 외

○ 출판사 : 작가

“올 한 해 동안 몇 편의 영화를 보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지난 한 해 동안 보았던 영화를 상기하느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한다. 물론 일 년에 영화 한 편 안 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최소한 한 두 편의 화제작은 보는 것 같다. 2008년에 국내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두 편의 영화는 국내의 <밀양>과 국외의 <색, 계>였다.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는 이 두 작품을 포함한 총 20편의 영화를 ‘2008년의 영화’로 뽑았다. 그리고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설과 평, 그 영화의 독특한 작품성 등을 재미있게 실었다. 예술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신화, 벽화, 소리’로부터 시작된 역사가 이제는 ‘영화의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영화의 기법도 하루하루 달라져 컴퓨터가 무슨 화판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이 흥미를 주는 것은 감독의 얼굴이 각각의 영화이야기로 넘어가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이야기는 또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지만 감독이 이야기의 간판이 되어주는 책은 흔치 않다. 여러 가지 기획의 섬세함도 돋보이고, 역대의 이름난 배우들과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추천위원회도 구성하여 함께 책을 만든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나 그것도 좋다, 겉으로 보아 책이 촌스러운 구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왠지 가난한 영화글쟁이들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밀양>, <기담>, <숨>, , <오래된 정원> 등에서부터 <바벨>, <색, 계>, <원스>, <타인의 삶> 등등 20편의 영화 중 본 것이 있다면,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해피...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 저/역자 : 최철주

○ 출판사 : 궁리

우선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얼마 전 중앙일간지 편집국장을 지내신 분이다. 통상 언론인들이, 특히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내가 알고 있는 그 분인지부터 확인했다. 그분이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자궁암으로 딸을 잃은 불행이 자신으로 하여금 죽음을 되돌아보게, 아니 직면하게 만들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상심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죽음을 정면에서 바로 보기로 결심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곧바로 2005년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호스피스 아카데미 고위과정을 이수하고 오랫동안 죽음과 삶을 관찰해 이번에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죽음의 철학이 아니라 죽음에 관한 심층취재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크게 보면 1부에서는 미국인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 2부에서는 일본인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다룬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어려서부터 죽음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도록 교육하고 있다. 웰다잉well-dying의 문제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사회는 여전히 웰다잉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는 게 3부의 주제다. 사실 웰빙이 가능하려면 웰다잉과 깊이 결부되어야 한다. 하루하루의 삶에 만족하며 늘 언제가 다가올 죽음을 예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웰빙이다. 배터지게 먹고 비만에 허덕이다가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게 웰빙일 수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들 때마다 우리는 무슨 벽에 막힌 듯한 좌절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럴 때 자신의 죽음을 미리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큼 행복하고 위대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사회 일각에서나마 웰다잉에 관해 관심이 조금씩 높아가는 시점에서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존엄사의 문제를 제기한 이 책은 너무 소중하다.

- 이한우 (조선일보 기자)

○ 일하는 아이들이 그린 봄 여름 가을 겨울

○ 저/역자 : 이오덕 엮음

○ 출판사 : 보리

교육에서는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이와 함께 아이마다 자기의 개성과 감성을 드러내며 자기답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60년대만 하더라도 초등학생이 자기 눈으로 사물을 보고, 자기 방식대로 표현한다는 것이 그다지 쉽지가 않았다. 지식을 전달하고 습득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무엇을 하면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지 깨닫는 것이야말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 책은 40년 넘도록 농촌의 여러 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했던 이오덕의 그림 그리기 교육을 보여주는 책이다. 자신의 생활에서 글감을 가져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었다면, ‘삶을 가꾸는 그림 그리기’ 교육은 이러한 교육관을 그림 그리기까지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는 주로 60년대의 농촌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실려 있는데, 아이들의 생활이 그림의 소재가 되고 있어 그 시절 농촌 아이들의 생활과 감정을 잘 엿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농촌의 일과 놀이, 아이들 주변의 나무들과 풀꽃들, 동물들의 모습이 그림 속에 아기자기하게 담겨 있는 것이다.

같은 소재를 놓고 그린 그림도 있다. ‘해바라기’와 ‘얼굴’이 그것인데, 비슷한 해바라기를 보고 그렸어도 똑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다.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씩 그림 옆에 아이들이 쓴 글이 나오는데, 짧지만 참 재미있다.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어요. 어둠 속에서 나와 살아서 꽃이 피니 얼마나 기쁘겠어요.” 3학년 아이가 쓴 글인데, 이 아이는 모든 해바라기 씨가 자라서 꽃을 피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관찰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니 꽃을 피운 해바라기가 기쁠 것이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쓴 글이 써 있는 그림도 있는데, 더러는 맞춤법이 틀려 있기도 하고, 더러는 사투리로 쓰여 있는데, 삐뚤빼뚤한 글자들이 저마다 개성이 다른 아이들의 모습 같아 참 정겹다. 또 ‘얼굴’ 그림들을 보다보면, 이름을 보면 같은 아이를 그렸는데 그린 사람에 따라 제각기 표현이 달라 흥미롭다. 대상에 대한 느낌, 표현 방식이 저마다 달라서일 것이다. 색깔이 몇 가지밖에 없는 크레파스로 그리고 있지만, 대담하고 자유로운 선과 색, 발랄한 구도와 형태가 보는 이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그림 그리기는 바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행위라는 것을, 이 책의 그림들은 잘 보여준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겠다.

- 엄혜숙/ 이상교 (아동도서 연구사/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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