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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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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8년도‘7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행복한 만찬』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2008년‘7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소설가 공선옥의 음식 산문집인『행복한 만찬』(공선옥, 달)을 비롯해, 시인이자 한학자, 승려였던 저자의 불교 이야기들을 엮은 『쉽고 뜻깊은 불교 이야기』(김달진, 문학동네), 인간이 겪는 삶의 고단함을 사랑, 관계, 자아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치유를 시도하고 있는『그림에, 마음을 놓다』(이주은, 앨리스), 호메로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성경, 마키아벨리, 로크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위대한 책들에 대해 밀도 있는 접근을 시도한『위대한 책들과의 만남(1-2)』(데이비드 덴비/ 김번 등, 씨앗을 뿌리는 사람) 등이 선정되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아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행복한 만찬

○ 저/역자 : 공선옥

○출판사 : 달

행복한 만찬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은 요리책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딱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스물여섯가지의 먹거리들을 두고 요리라고 말하기는 좀 뭐하고 그야말로 생존의 냄새가 훨씬 더 가미된 음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 책에서 공선옥이 소개하는 음식 만드는 법을 그대로 따라하기란 매우 쉬운 것 같은데도 사실은 “정서” 라는 노하우가 거의 80% 들어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다. 대신 공선옥이라는 작가가 성장한 시기의 우리나라 농촌 먹거리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우리는 마치 인문학 공부하듯 따라가 볼 수 있다.

고구마, 쑥, 감자를 비롯해 나열되는 스물여섯가지의 음식들은 단지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전언이 행복한 만찬 속엔 깔려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의 저마다 제 나름의 생장 이력들은 한 작가의 성장시기의 몸속에 그대로 쌓여 마치 스물여섯편의 짧은 단편소설들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지금 세대들은 이랬었어? 놀라면서 흔하게 먹는 고구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고, 작가와 동세대들은 까마득히 잊어버린 음식의 향이나 생김새들 그것들을 먹고 자랐던 때의 한 시절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찔레꽃 향기도 나지 않고 뻐꾸기 소리도 나지 않는 쌀밥이나 솔(부추) 김치를 먹는 일은” 허기를 메꾸는 일일뿐 먹는 행복이 없다. 작가가 이 책 속에 펼쳐놓은 음식에 대한 지난한 추억을 읽는 일은 그래서 먹는 행복의 원재료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히드라

○저/역자 : 피터 라인보루·마커스 레디커/ 정남영·손지태

○출판사 : 갈무리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의 아홉 개의 목을 가진 괴물로서 헤라클레스와 싸웠다. 여덟 개 목은 죽였지만 불사(不死)인 가운데 목을 죽일 수 없었던 헤라클레스는 거대한 바위로 깔아뭉갰다. ‘제국과 다중의 역사적 기원’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헤라클레스는 자본을 상징하는 반면 히드라는 ‘자본주의와 근대적 세계경제의 발생에 필수적이었던’ 다중(多衆)을 상징한다. 『제국』의 저자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다중(Multitude)』에서 간파했듯이 다중은 대중(Mass)과 다르다. 대중의 본질은 무차별성이지만 다중은 서로 간에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히드라』는 자본주의 발달사를 민족사로 바라봤던 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밑의 관점, 즉 다중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서 ‘잊혀진 역사의 일부를 복원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히드라』의 저자인 피터 라인보우와 마커스 레디커는 자본주의 발달사를 ‘헤라클레스적인 세계화 과정에 여러 머리를 가진 히드라가 저항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저자들에게 프롤레타리아트는 이중적 모습으로 나타난다. 체제에 순응적이고 노예적일 때는 장작 패고 물 긷는 온순한 사람들이지만, 반란적이고 자기 활동적일 때는 여러 머리를 가진 히드라로서 묘사되는 것이다. 저자들은 선상 반란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히드라의 저항을 서술하면서 특별히 자본주의 역사의 숨겨진 두 이야기에 주목한다. 하나는 ‘단일한 노동계급’이며, 다른 하나는 ‘흑인의 힘’이라는 내러티브이다. 좋든 싫든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된 지금 ‘감히 불을 잡으려는’ 히드라라는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세계상이 나타난다.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쉽고 뜻깊은 불교 이야기

○저/역자 : 김달진

○ 출판사 : 문학동네

여래장(如來藏), 유심조(唯心造), 제행무상(諸行無常) 같은 불교의 가르침은 심오한 철학적 진리를 담고 있다. 이런 진리에 대해 수많은 학문적 논구가 있어 왔고 앞으로도 많은 저서가 쏟아질 것이다. 최근에는 데리다, 들뢰즈, 라캉 등과 같은 첨단의 서양 철학도 결국 이런 불교의 진리로 회귀하는 듯하여 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런 학술적 논구나 이론들은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적 지식을 쌓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지만, 부처는 결코 어렵게 말하지 않았다. 도둑, 창녀, 거지, 과부 등과 같이 무지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쉽게 가르쳤다. 김달진 전집의 일부로 재출간된 『쉽고 뜻 깊은 불교 이야기』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불교의 기본 교리, 부처의 행적과 설법을 47개의 우화에 담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면 부처가 눈높이 교육의 천재였고 이 눈높이 교육의 핵심은 사례를 드는 능력과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자 걷지 못하는 아이나 노인이 앞으로 나아고자 할 때는 보행기(步行器)가 필요하다. 공자나 예수도 그렇지만, 부처도 역시 이런저런 사례를 보행기처럼 내주어 홀로 생각하는 능력이 모자란 사람도 높은 깨우침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야기는 구체적인 사례에 이해의 불꽃을 집히고 또 꺼지지 않도록 보존해준다. 이야기한다는 것은 진리를 따뜻한 온기로, 숨쉴 수 있는 공기로 바꾼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종교서나 철학책이 아니라 설화집이나 우화집으로 또는 콩트 선집으로 권하고 싶다. 독자들은 여기서 이야기꾼으로서의 부처를 만나기 바란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주권혁명

○저/역자 : 손석춘

○출판사 : 시대의창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헌법 1조로서 최근 광우병 관련 시위에 많은 시민들이 들고 나오는 표어이다. 국민들이 이 같은 표어를 들고 거리로 나선 것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 간접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주권혁명』은 시의적절한, 주목할 만한 저서이다.

“국민들이 직접 정치하고 직접 경영하는 즐거운 혁명”인 주권혁명을 주장하는 이 책은 민주주의 일반과 한국 민주주의의 숨겨진 역사를 아주 쉽게 대중적으로 풀어 써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나아가 최근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우리의 경우도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되어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를 낳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진보적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다만 사회주의에 대한 설명부분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일반인이 따라가기에 문제가 있다. 또 진보적 시각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이 책의 해설은 이 같은 결점을 보상하기에 충분하다.

-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30년 흑자경영

○저/역자 : 장석주

○출판사 : Tb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경제학적 연구와 경제적 기사도가 늘 함께해야 한다.” 바로 그가 남긴 유명한 격언인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기업 경영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0년 흑자경영』은 일차적으로 경영사례집으로서 저자가 지난 30년간의 기업경영을 돌아보는 책이지만, 저자의 경영철학과 더불어 기업과 사회 전반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녹아있다.

우리 주위에 중소기업의 경영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알고 싶은 사람은 매우 많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사람들,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정부 당국자들, 그리고 기업경영에 이론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이 그러하다. 그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기업의 경영에 대해서 그 기업이 직면해 온 많은 사례를 체계적으로 모았다는 점에서 다른 사례집과 구별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한 기업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인상을 받은 부분은 바로 30년간 함께한 그리고 성공한 기업을 정리하는 장면이다. 이 책 말미에서 저자는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중소기업의 특성, 즉 기업은 사주의 혼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인 양지실업은 그 동안의 사업으로부터 귀중한 브랜드 가치를 얻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기업을 스스로 마감할 정도로 양지실업을 정말로 아끼고 사랑한 것이다. 애덤 스미스와 알프레드 마셜이 강조했던, 저자가 헤쳐 온 시장의 역동성과 더불어 도덕 감정을 지닌 시민적 특성과의 조화가 잘 나타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저/역자 : 벨 훅스/ 이경아

○출판사 : 모티브북

엄존하는 계급 격차에도 불구하고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계급사회론”으로 통칭할 수 있는 이러한 역설적 현상은 현실 인정 내지 현실 도피의 일환으로 성행하고 있는 소비 열풍에서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교묘하고 다양한 광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부추긴다. 그래서 소비를 탐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저자 벨 훅스는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사상가이자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로서, 흑인 여성 문제에 관한 많은 저작을 남긴 영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이다. 이러던 그가 『계급에 대해…』에서 젠더도 아니고 인종도 아닌 계급이 모든 사회문제의 핵심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난하면 아무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바로 계급을 본격적으로 거론해야 할 때라는 이유에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경쟁원리는 부자와 빈자 모두를 탐욕의 화신으로 인도한다. 이러한 현실에 당당히 맞설 수 있으려면 두려움과 수치심을 이겨낼 수 있는 도덕적 힘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이 책에서 계급문제는 미국 사회에 국한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당면 과제임을 우리 독자들도 뼈저리게 절감하게 될 것이다.

부제 ‘Class Matters’의 직역은 "계급이 문제다“인데 번역서 제명을 지나치게 비틀었다고 생각하며 인용된 책자의 번역에도 드문드문 생소한 대목이 발견되나, 총체적으로 유려한 번역이 진의를 잘 살려 원전의 가치를 배가시키고 있다. 대운하, 광우병 논쟁 등으로 산만해진 우리 의식을 새로이 가다듬을 수 있는 예사롭지 않은 책자로, 크고 넓게 생각하기를 원하는 독자들께 자신 있게 권한다.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가이아의 복수

○저/역자 : 제임스 러브록/ 이한음

○출판사 : 세종서적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정말 화가 난 것일까.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다 못해 이젠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며 ‘복수’(Revenge)의 징후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행성의사를 자처하는 저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1970년대 ‘가이아: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를 내놓으면서 생물들이 지구의 대기권·해양·대륙·암석 같은 무생물적 환경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자기조절 기능을 갖춘 생명체다. 하지만 이제 지구온난화로 가이아는 자기조절기능을 잃고 지구생명체를 말살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발전대신 지속가능한 후퇴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친환경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유기농법과 바이오 연료를 얻기 위한 옥수수 경작지 확대가 결국 숲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고 주장한다. 식량 증산을 위해 정글을 개간하거나 소를 대량 사육하는 것도 온실가스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극단적으로 풍력, 조력, 바이오 에너지를 안일한 에너지해법이라고 비판하며 효과적인 재생에너지가 개발될 때까지 온실가스를 만들지 않는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친환경론자의 대열에 서있던 독자에게는 저자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란 측면에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

고유가시대 새로운 에너지를 모색하는 방법보다 개개인의 에너지 절약이 가장 큰 대안이자 효과가 있듯 가이아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개개인의 삶 자체가 가이아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독자 모두 동의할 것이다. 더불어 에어컨을 켜기 전에 창문을 열고 한 정거장 거리 정도는 걷는 수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보람일 수 있다.

-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그림에, 마음을 놓다

○저/역자 : 이주은

○출판사 : 앨리스

“눈물은 참아야 한다고 배웠다.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듯 벌떡 일어나야 하고, 힘들어도 얼굴에 힘겨운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도 힘들고, 강한 사람이 되는 것도 힘들고,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도 힘들다.” 언젠가 혼자 운전을 하고 가다가 눈에 눈물이 가득 차서 시야가 흐려진 적이 있다고 쓰고 있는 필자가 삶이 결코 괜찮지 않을 때, 참느라 아팠던 자신의 마음의 갈피를 내려놓는 대목이다. 아이젠하워를 존경했던 군인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내면적 성찰을 시작한 필자는 마음의 짐을 그림 한 점에 내려놓는 지혜로운 치료의 방법을 오랜 시간 해왔고, 그것을 섬세한 필체로 나누고 있다.

‘그림’하면 주변에는 이름난 명화들에 대한 설명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마음을 내려놓는 그릇으로의 그림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에는 “언젠가 나도 이런 순간이 있었지“를 상기시키는 그림들이 담겨있다. 지극히 평범하게 함께 나누는 일상의 일들이 커다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우리들은 종종 잊어버린다. 보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자기 인생을 다 내주는 삶의 외로움. 자신이 매달렸던 일들이 자신을 버리고, 나 없이도 잘 굴러가는 세상에 놓이는 순간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 ‘지금은 헤맬 때가 아니야’를 외치면서 삶을 고단하게 만들기보다 잠시 헤매면서 남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내 일상의 행복도 가꾸는 일의 ‘위대함’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내게 쉬는 시간이 주어져 어디라도 훌쩍 떠날 때, 옆에 두고 싶은 책이다.

-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1-2)

○저/역자 : 데이비드 덴비/ 김번 등

○출판사 : 씨앗을 뿌리는 사람

아! 고전을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었구나!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따분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스스로 고전에 대한 불만과 기대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정보의 홍수를 헤매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즉 저널리즘의 무의미함에 몸서리친다. ‘내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40대 후반의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맞닥뜨린 것인지도 모른다.

특이하게도 그는 의미회복을 위해, 30년 전 대학 1학년 때 들었던 서양고전 강좌를 다시 듣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그의 모교인 컬럼비아대학에는 그 강좌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30년 후배들과 똑같이 앉아서 학생이 되어 고전의 탐험을 시작했고 이 책은 그 탐험기다. 사실 그는 30년 전에도 이 강의를 들었다. 이 점이 의미가 있다. 만일 30년 전에 잘 모르는 가운데서도 고전강좌를 듣지 않았다면 30년 후에 의미상실의 위기에 빠져 고전을 통한 회복을 꿈꾸지 않았을 테니. 서양고전 중에서 그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만 골랐다. 호메로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있고 구약 신약성서도 포함된다. 근대에 오면 단테, 보카치오, 몽테뉴, 헤겔 등으로 이어져 보봐르, 콘래드, 울프에서 끝난다. 문학과 철학을 오가는 고전들이다. 단순 요약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고전에서 핵심을 추출해내고 그에 관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평이 추가된다. 수시로 삽입된 대학 1학년 고전 강의실의 장면들로 인해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6학년 1반 구덕천

○저/역자 : 허은순 글, 곽정우 그림

○출판사 : 현암사

『6학년 1반 구덕천』이야기의 주인공인 구덕천은 자신감이 덜하고 말을 더듬는 아이로서 주명이라는 아이와 그 무리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반 아이들은 주명이가 무서워 아무도 덕천이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게 된다. 마침내는 마주치기만 하면 괴롭히는 주명이 무리를 피해 뛰어가다 오토바이에 치여 죽고 마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덕천이는 일기에서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무섭다. 나를 불쌍하다고 놀리기만 할 뿐, 아무도 선생님에게 말해 주지 않는다. 내가 맞다가 죽더라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다.’ 라고 쓰고 있다.

『6학년 1반 구덕천』은 글쓴이가 6년간에 걸쳐 집단 따돌림에 관한 실제 있는 사례들을 수집, 구성한 것으로서 ‘집단 따돌림’에만 그치지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덕천이나 덕천이를 괴롭히는 주명이, 집단 따돌림에 대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찾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기만 하는 어른들은 바로 우리들 모습일 수도 있다.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감추기에만 급급해 하며 서둘러 ‘없었던 일’ 로 묻어두고 마는 방관, 무관심이 마침내는 한 아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말았다. 집단 따돌림의 가운데에 섰던 강주명은 살아있는 동안 인생이 내내 평안할 것인가.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일독을 권하며 ‘집단 따돌림, 언어폭력, 수수방관 등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하며 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옳은지’ 묻고 싶다.

- 추천자 : 엄혜숙 / 이상교(아동도서 연구가 /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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