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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8년도 ‘5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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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8년도‘5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봄빛』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2008년‘5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일제시대에 사범학교를 나온 엘리트 아버지가 삼수를 하는 등 성에 차지 않은 아들과 절연에까지 이르게 되나 치매 진단을 받고 난 후 아들이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고 아버지의 슬하가 곧 봄빛이었음을 깨닫는 표제작 외 11편을 실은 소설집『봄빛』(정지아, 창비)을 비롯해,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유럽1,2)』(이형준 글 사진, 시공사), 일본정치의 전형인 측근정치의 실패를 다룬『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우에스기 다카시/ 남윤호·이승녕, 중앙북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의 에세이『지구는 푸른빛이었다』(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김장호 외, 갈라파고스) 등이 선정되었다.

 

5월의 읽을 만한 책

○정지아 / 창비

○2008.03.31 / 248쪽

정지아의 『봄빛』속에 담겨있는 단편소설들은 이즈음의 소설들하고는 바로 구별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까마득히 잊고 사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존재들. 지금의 우리들을 몇 겹 만 파 들어가고 나면 거기에 역사와 세월의 더께를 쓰고 한을 품은 채 그러나 그 한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묵묵히 자신들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존재들이 정지아가 골라낸 문장의 숨결을 타고 고스란히 되살아나 있다. 어찌나 구체적으로 그들의 삶을 한 자락 한 자락 펼쳐내는지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 쏟아지고 있는 소설들과는 동떨어진 채 정지아의 소설은 단연 오롯하다. 옛날이야기겠지, 생각하며 한두 장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해 있다. 매 편이 그렇다. 책을 덮으면 지리산 골짜기에서 마치 딴 세상 사람들처럼 자기네들끼리 살고 있는 것 같이 여겨지는 늙은이들이며 반벵신들이며 뭇사람들이 참 묘하게도 독자 곁에 다가와서는 “오냐오냐” 그 오래된 손으로 어깨를 다독거려주고 있는 듯한 힘을 발휘한다.

마치 “못” 속의 건우가 그 한 많은 마음으로도 사방에서 툭툭 터지는 봄빛 속에 제 몸을 맡기고 서 있듯이, 정지아 소설속의 화자들은 쓰라리고 메마른 현대인들의 마음에 땅속을 뚫고 마구마구 올라오는 새순들이나 보여줄 법 싶은 살아봐야겠다, 는 의지가 강렬하게 자리 잡게 한다. 아마도 이런 미덕은 근원을 향해 모든 문장이 열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쿨해지는 게 아니라 상처를 받아들이고 견디고 상처와 함께 나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풍경>의 마지막에 나오는 노모의 “ 내 새끼, 그래 시상에 나와봉께 재미난가?” 의 질문이 봄빛처럼 아른대는 열한 편의 소설들이 모여 있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유럽1,2)

○이형준 글, 사진 / 시공사

○2008.03.25 / 각권 212쪽 내외쪽

지금 세계는 경제전쟁뿐만 아니라 문화전쟁도 한창이다. 그 최전선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현장이다. 우리나라는 종묘와 창덕궁을 비롯해 정조와 정약용의 꿈이 담긴 수원 화성, 불국사·석굴암과 경주 역사 유적지구, 그리고 각지의 고인돌 유적 등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이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는 뜻이다. 다른 지역, 특히 유럽지역에서는 어떤 유적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까? 양자를 서로 비교하면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지위를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유럽1·2)』는 이런 점에 장점을 지닌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유적들은 대부분 귀에 익은 것들이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사르트르 대성당, 독일의 쾰른 대성당과 포츠담 상수시 궁전, 그리스의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올림피아, 이탈리아의 로마와 바티칸 시국, 베네치아, 영국의 스톤헨지와 웨스트민스터 궁전, 에스파냐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알함브라 궁전 등이 그것들이다. 또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도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유물로 등재되었다. 전문 사진작가인 저자는 수려한 사진과 함께 이런 유적들이 어떠한 역사적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현재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 등을 쉬운 문장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 여행을 다니며 글을 통해 서양사를 배우다 보면 우리 역사를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 놓고 생각하게 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천사들의 전설

○미셸 세르/ 이규현 / 그린비

○2008.03.15 / 312쪽

세르는 헤르메스의 철학자라 불린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말을 전하는 전령이고, 길을 잃은 사람을 인도하는 안내자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밖에 마술과 속임수의 화신, 기술과 발명의 신(끈과 매듭의 전문가), 평화의 신, 교육의 신이기도 하다. 세르 역시 라이프니츠주의자, 과학사상사의 대가, 백과전서학파의 계승자, 다원주의 인식론자 등 다면적인 얼굴을 지니고 있는데, 헤르메스의 이런 복합적인 측면들 하나하나를 이용하여 자신의 철학을 개진하면서 독창적인 철학자의 반열에 올랐다.(『헤르메스』 연작 5권) 그의 저작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전체에 걸친 다양한 주제와 요소들을 하나의 양탄자로 엮어간다는 점에서 남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이 점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 할『천사들의 전설』은 소설의 형식을 띤 철학책이고 글자보다 그림이 더 많은 화보이기도 하다. 무대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주인공은 공항 의료센터 의사인 피아(여성)와 항공사 보안 책임자 팡토프(남성). 이 두 이름을 합치면 유토피아의 반대말인 팡토피아이고, 천사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줄거리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노숙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숨을 거두는 새벽부터 갓난아이가 태어나는 성탄절 자정까지 두 연인이 벌이는 대화이다. 두 연인은 우편배달부, 비행기, 컴퓨터와 인터넷, 미디어, 바람과 대류 등 도처에서 천사를 본다. 기독교의 천사는 하나님의 말을 전하는 전령으로,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에 해당한다. 서로 다른 영역, 수준, 체계들을 자유롭게 통과하며 소통을 가져오는 매개자들, 소통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그들은 모두 천사이다. 세르는 도시와 자연, 과학과 신화, 첨단 기술과 예술을 오가며 생명과 평화를 선물하는 다양한 천사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철학을 누구나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장면화하고 있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

○우에스기 다카시/ 남윤호·이승녕 / 중앙북스

○2008.02.18 / 284쪽

파벌정치와 관저 정치로 대변되는 일본정치, 그 중에서도 자민당 파벌 정치가 어떤 때는 성공하고(고이즈미) 또 어떤 때는 실패하는가(아베)를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고이즈미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민당을 장악했고 아베는 그런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강한 일본 건설’을 표방했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에서 비롯된 개혁 피로감과 침체된 지역이 활성화되기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읽어내지 못했다. 1년을 견뎌낸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를 치른 후 실정을 깨달은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정권은 화려하게 출발했으나 관저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틀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외면하고 만 꼴이 되었다. 리더십에서 카리스마 같은 요소는 필수적이다. 그로 인해 뭔가 끌리는 매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지도자 개인의 자질과 능력도 남달라야 하지만 팀 역시 훌륭해야 한다. 일본정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측근정치’(팀)가 파탄난 격이 된 아베의 경우는 같은 측근정치이면서 그 팀이 외부와의 소통을 소홀히 한 결과 전혀 다른 결과를 빚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전형적 정치행태보다 국민과의 소통이 훨씬 더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어 우리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추천자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

○확률의 경제학

○고지마 히로유키/ 김경원 / 살림Biz

○2008.03.15 / 268쪽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선택의 연속이다. 길을 갈 때에도, 차를 탈 때에도, 수강신청을 할 때에도, 친구와 교제를 할 때에도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항상 선택을 한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원하는 것 가운데서 가장 절실한 것을 가려내고 그 밖의 것은 포기 또는 희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농부가 주어진 토지를 사용하여 보리 또는 야채를 생산할 수 있는데 보리 생산하기를 선택했다면 그는 야채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희생한 것이다.

선택을 하려면 주어진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은 확실히 아는 경우도 있지만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을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상황이 불확실한 것은 그것이 지금부터 일어날 미래의 시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지식의 부족 때문에 과거를 모른다는 데서 유래한다. 불확실성과 선택 간에는 가능성의 수치를 비율(率)로 확정하는(確) 확률이 따라 붙는다. 확률적 발상법은 확률을 이용하여 불확실성을 조절하기 위한 추론의 테크닉이다. 불의의 사고나 재해, 실업이나 도산 등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을 대상으로 그에 대한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이 책은 수학, 통계학, 경제학, 논리학, 사회사상 등을 폭넓게 넘나들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도박이나 보험, 자산운용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환경문제, 나이트(F.Knight)의 불확실성을 통한 인간행동의 본질, 공유지식(common knowledge)이라는 집단적 추론 형식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평등의 문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와 같은 철학적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컨버전스 컬처

○헨리 젠킨스/ 김정희원·김동신 / 비즈앤비즈

○2008.03.24 / 424쪽

“통방 융합”은 새 정부와 함께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건 숙원사업의 하나이다. 영어로는 “미디어 컨버전스”로 옮길 수 있겠는데, 아직은 우리에게 TV와 인터넷이 결합된 IPTV와 같은 통합적 기기나 채널의 개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컨버전스는 기술적 변화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그것은 공공정책, 산업 활동, 유통시장 및 각종 사회제도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개인 일상사에까지 엄청난 파장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IT 인문학부 교수이자 미디어비교연구 프로그램 주관자의 한 사람인 헨리 젠킨스는 변화하는 미디어 세계의 정경(media-scape)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이 콘텐츠의 교류를 촉진하고, 여기에 참여문화나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수용자들의 적극적 의지가 가세되어, 콘텐츠의 자유로운 교합이 이루어지는 문화적 컨버전스가 초래될 것으로. 컨버전스 문화는 도처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첨단 전송기술을 이용해 신작 영화를 세계 각지에서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신문사, 방송사, 출판사들이 복수의 채널을 위한 크로스미디어 소유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미디어 문명사의 대전환을 간파한 저자는 <서바이버 시리즈>, <아메리칸 아이돌>, <매트릭스 프랜차이즈>, <스타워즈 팬 클럽> 등의 열혈 팬 행태, 소설 <해리 포터>의 분쟁사태, 2004년도 미국 대선과정에서의 인터넷 정치 등에 대한 분석들을 통해 기술과 문화의 융합에 내재한 엄청난 잠재력을 네티즌의 눈높이에서 흥미롭게 일러준다.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

○가브리엘 워커/ 이충호 / 웅진지식하우스

○2008.03.10 / 366쪽

갈릴레이, 토리첼리, 보일, 프리스틀리, 라부아지에, 블랙, 틴들, 페렐. 이들은 모두 우리와 똑같이 공기 속에 살았지만 공기의 존재를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공기의 실존 가치를 과학적으로 드러낸 인물들이다. 공기의 무게를 측정한 갈릴레이, 대기의 힘을 증명해보인 토리첼리, 공기의 압력을 입증하고 탄성을 지닌 공기가 소리를 들을 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한 보일, 산소를 발견한 프리스틀리, ‘보통 공기’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일 원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라부아지에,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발견한 블랙, 인공하늘을 만들어 이산화탄소가 적외선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혀 온실효과가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출발점이 된 틴들, 지구 자전에 따른 대류의 관계를 밝힌 페렐. 책 속에 등장하는 과학자들과 그 주변의 역사적 상황과 실험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과학사적인 장면이 읽기 쉽게 전개된다. 더불어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 전리층을 밝히기 위한 애플턴의 노력, 오로라의 매혹에 푹 빠져든 밴 앨런이야기에서는 지구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대기층을 향한 인류의 끊임없는 지적 도전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그저 공기 속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다. 우리는 바로 공기 때문에 살 수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에필로그에서 거대한 태양 플레어로부터 지구를 구한 존재가 바로 옅은 공기라며 이야기를 맺는다.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어 내려간 독자는 저자의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갑자기 보이지 않던 공기의 존재를 실감하며 책장을 덮을 것이다.

-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다관에 담긴 한·중·일의 茶 문화사

○정동주 / 한길사

○2008.03.20 / 416쪽

다관은 차를 끓이거나 우려내는 역할을 하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그릇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백제시대 차나무를 건네받은 일본의 차 문화사 비교는 그냥 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다양한 시각과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도예가가 일생을 바쳐 일구어 놓은 다관의 아름다움도 훌륭하지만, 서민들의 일상과 습성이 배어나는 질박한 다관들이 더욱 눈을 끈다. 흙을 대충 빚어 만든 것들은 허술하여 대부분 깨지거나 잘 보존된 것이 드물지만, 그 중에 어떻게 불의 온도를 잘 만나고 점력의 상태가 좋아 오랜 세월을 버텨낸 것들을 보면 존경심이 앞선다. 그것은 더 이상 다관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지혜로운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냐에 따라 다관에는 불교적 심성이 담기기도 하고, 때로는 무사들의 정치적 관행의 일환으로 차 문화가 번성하기도 하고, 황제와 왕조의 취향을 한껏 그릇에 녹인 요염함을 드러내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필자의 45년 차 살림에서 나온다. 그는 한국의 다관이 갖는 미를 ‘따뜻함’으로 푼다. 한국인의 생활과 심성 안에 근본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따뜻함은 음식, 주거, 습속, 언어, 무속, 혼인, 장례 전반에 걸쳐 녹아 있다. 따뜻한 밥과 국물은 만족, 기쁨, 여유, 인정, 그리움의 오랜 상징이고,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는 소리는 그리운 집과 어머니와 식구들의 변치 않는 흑백 사진이다. 보듬어 함께 사는 따뜻함을 지닌 한국의 다관에 대한 인간미 넘치는 설명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이 책은 정말 한번 읽어볼만하다.

-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지구는 푸른빛이었다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김장호 외 / 갈라파고스

○2008.04.05 / 212쪽

“우주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열정, 민첩한 두뇌, 강인한 정신, 불굴의 의지, 지구력,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 체험담을 각각 2부로 나눠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설픈 리포트 같기도 하지만 당시 사회주의 체제를 고려하며 읽는다면 내용은 참으로 진솔하다.

1961년 4월12일 오전 9시7분 (현지시각) 마침내 사람을 태운 로켓 보스토크호가 지구 주위를 돌기 위해 발사됐다. 궁금한 것은 그 순간 가가린의 느낌이다. 군데군데 상투적인 사회주의 찬양이 적혀 있어 읽기에 불편한 점이 없진 않았지만 다음 구절은 가가린만이 쓸 수 있는 신비체험이다. “(발사 순간) 울림이 강해졌는데 제트기 소음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소리 가운데 귀에 새로운 선율이 섞여 있었다. 이 선율은 어떤 작곡가도 악보에 적은 적이 없다. 지금의 이 소리는 어떤 악기로도, 그 어떤 인간의 목소리로도 재현할 수 없으리라. 로켓의 강력한 엔진은 미래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과거의 어떤 위대한 작품도 빛바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그러나 최근 번역된 미국 우주인들의 달 탐사기 앤드루 스미스 지음 『문더스트』(사이언스북스)를 읽어보면 우주체험은 오히려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극한적이다. 반면 가가린은 “우주로 돌진하면서 나는 조국을 위해 일을 했다”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계속 공군에 근무했던 가가린은 7년 후인 1968년 3월27일 비행 중이던 제트기가 모스크바 근교에 추락해 삶을 마감한다. 가가린은 우주비행의 밝은 면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심청이 무슨 효녀야?

○이경혜 글,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2008.03.31 / 176쪽

이 책에는 <나무꾼과 선녀>, <콩쥐 팥쥐>, <심청전>, <우렁이 각시>, <춘향전> 다섯 가지 옛이야기가 요즘 어린이들이 시각에 맞춰 그려져 있다. 그것도 억지가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자면 <심청전>의 심청이는 눈먼 아버지를 위해 밥을 빌어 먹이면서 좀 더 자라면 제 손으로 먹는 일, 입을 일을 해결하리라는 것을 마음으로 다지며 구차스럽게 구걸을 하지 않는다. 뺑덕어미 또한 더 이상 심술궂고 못된 새 엄마로 등장하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할 노릇을 다하며, 소신껏 살아가는 당당함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섯 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그렇다.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줄거리, 형식 따위가 굳어져 버리고 만 우리 옛이야기를 작가는 억지를 쓰지 않으면서, 재창작의 묘미를 살려 요즘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게 꾸며내고 있다. 글쓴이의 의도, 주장 등을 어린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상상할 수 있는 사유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원전에 충실하려 애써 온 옛이야기가 본래의 모습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활된 새 이야기. 작가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머니 아버지들이 이 책을 읽고 마음대로 이야기를 바꿔 들려줄 수 있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작가로서 가장 기쁠 것’ 이라고 적고 있다. 구전동화라는 것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져 전해왔음을 잊지 않게 해주는 한편, 이제까지 알아온 그야말로 옛이야기를 비교해 가며 읽게 하는 묘미를 갖추고 있다.

- 추천자 : 엄혜숙 / 이상교(아동도서 연구가 /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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