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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의 읽을 만할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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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5월의 읽을 만한 책  


문 학
     보통의 독자

    저/역자 : 버지니아 울프/박인용

    출판사 : 함께읽는책

    2011-04-11 / 434쪽 / 11,8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우리에게 흔히 ‘의식의 흐름’이라는 난해한 소설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독서노트이다. ‘추천의 글’을 쓴 전은경 교수에 의하면, 이 노트는 그의 대표작인 『델러웨이 부인』과 같은 시기에 씌어졌다. “점심 전에는 소설, 오후에는 에세이”를 썼다는 것이다. 창작의 긴장을 “식히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추천자는 적고 있다.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휴식의 운동은 보통 활기차지 않다. 버지니아의 독서는 문면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작가의 글쓰기의 생애 전체를 주파한다. 마치 호기심에 가득 찬 망아지처럼. 그렇게 뛰어다니며 삶을 글과 대비시키고 사람에서 작가를 분리시킨다. 이 푸른 말의 눈은 여간 섬세한 게 아니어서, 무엇이 글 쓰는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지를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가령 이렇게 쓰고 있다. “그녀는 특별히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고 모두를 위해, 우리 시대를 위해, 그녀 자신의 시대를 위해 글을 썼다. 달리 말해 제인 오스틴은 그처럼 어린 나이에도 글을 쓰고 있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문장의 구절 하나하나를 떼어서 음미한 후 다시 연결해 보라. 그러면 “글을 쓰고 있었다”의 ‘글을 쓴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전율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세계를 몸으로 느껴 안다는 것이고, 그 체험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만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지’가 ‘박학다식함’을 능가하는 일이며, 침묵의 음절이 어떻게 불멸성을 만들어내는지를 증명하는 행위다. 그러니 그녀의 독서에는 너무나 즐거운 ‘펀’이 있고 ‘게임’이 있다. 그러니 선입견에 사로잡혀 지레 겁먹지 말고 얼른 책을 펼쳐 보시라. 앨비(Edward Albee)의 희곡 제목을 멋대로, 다시 말해, 펀과 게임을 위해, 전용하여,“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라고 속으로 소리지르며.

 


역 사
      백광나치오

    저/역자 : 안대회

    출판사 : 휴머니스트

    2011-03-07 / 487쪽 / 23,0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이제는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21세기는 분명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로 분류할 때의 소극적 의미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와도 결합되는 우리 삶의 풍요로운 활용의 총체적 표현이다. 지금의 시대는 각 분야에서 창조적인 문화 리더를 요청하고 있다. 문화 리더란 무엇인가? 남들이 뭐라 하든 눈치 보지 않고 어떤 거리낌도 없이 자기가 잘 할 수 있고 잘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여 드높은 새 경지를 개척하는 자들이다. 이 책에서는 전통시대였던 조선 18세기의 문화 리더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흔히 비아냥거림을 받았고, 그래서 벽(癖, 고질병자), 광(狂, 미치광이), 나(懶, 게으름뱅이), 치(痴, 바보), 오(傲, 오만한 자)라는 표현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때나 지금이나 처세의 달인들은 앞서 나가는 자를 보면 거꾸러뜨리고 싶어 한다. 현실의 냉혹함은 ‘벽광나치오’들에게 좌절과 시련을 안기고 그래서 그들은 승승장구하기 보다는 곧잘 무너진다. 감당하기 힘든 광기를 종종 그들은 술로 풀었다. 폭음은 오만한 그들의 끼니였고, 그런 그들은 남들 눈에 미친 놈, 오만한 자, 게다가 술꾼으로 비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균형이 아니라 불균형이, 평범함이 아니라 기이함이 삶과 사회를 역동적으로 이끄는 힘임을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집안이 반대하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낯선 길을 선택해 당당하게 걸어갔던 11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록 이 책은 5년 전에 나온 책을 수정 증보한 것이다. 그러나 전통사회는 전문가와 마니아를 양성하거나 계발할 조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새 분야를 개척한 ‘벽광나치오’의 이야기는 21세기 문화 리더를 꿈꾸는 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하여 추천한다.

 


철 학
      장자의 교양강의

    저/역자 : 푸페이롱/심의용

    출판사 : 돌베게

    2011-02-28 / 255쪽 / 12,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아침부터 등산을 갔다. 여기저기 좋은 경치를 구경하면서 산 위로 올라갔다. 올라갈 때는 힘든 길이지만 정상을 정복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야호, 외치는 것은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리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고 환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근처 나무 그늘 밑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깜빡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게 너무 좋았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사뿐사뿐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녔다. 그러다 잠이 깨고 말았다. 나무 둥치에 기대어서 침을 흘리고 있는 지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다. 조금 전에 장자인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인 내가 지금 장자가 되고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이것이 헛갈린다. 문제는 장자는 왜 이런 황당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일까? 왜 이다지도 철학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같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고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일까?
물론 장자가 이 차이를 정말 몰라서 물어 보는 것은 아니다. 벌써 물어 본다는 것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묻는 것은 그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기 위해서 물어 보는 것이다. 그래도 양자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생생함이 다르다. 전자가 약간 뿌연 상태라면, 후자는 그야말로 총 천연색이다. 시각의 차이만이 아니라 오감이 느끼는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차이가 나는 것은 장자인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장자인데 나비가 되는 꾸는 꿈을 꾸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좀 전에 나비인 내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를 물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결정적 차이다. 그리고 그것은 장자 스스로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이렇게 황당하게 들리는 호접몽 우화를 통해서 장자가 노리는 것은 객관과 주관의 차이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그 차이를 정당화해주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주관과 객관 사이의 절대적인 구분은 과연 가능한가? 저자는 장자의 꿈 이야기를 프로이드의 꿈 해석과도 연결시키면서 동서양을 넘나든다. 꿈은 현실에서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서 꾸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한 장자가 일반인들처럼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나비가 되서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것을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호접몽을 포함해서 18편의 장자 우화를 소개하면서 덧붙이는 해석은 우리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정치/사회
      패션과 권력

    저/역자 : 박종성

    출판사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0-12-30 / 430쪽 / 28,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부분의 정치학자는 정치를 권력을 통한 지배와 복종에 수반하는 현상으로 상정하고, 또 국가와 연관시켜, 곧 ‘국가중심적’으로 연구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정치를 권력현상으로 보되 국가중심적으로 보는 것은 거부하고,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발굴·확장해 온 이색적인 학자이다. 이전에도 ‘매춘’, ‘포르노’, ‘영화’, ‘성인만화’ 등을 정치학 분석의 소재로 삼아 일견 비정치적인 일상의 단면을 해부함으로써 권력 또는 지배의 적나라한 모습을 폭로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권력이 거창한 사상이나 이념, 또는 정교한 제도와 폭력을 통해서 행사된다는 통상적인 설명에 반기를 든다. 지배자는 강자의 옷과 치장을 비롯한 육체의 가림과 드러냄을 관장하는 ‘패션’에 의해 권력을 행사하고, 역으로 피지배자 역시 ‘패션’을 통해 저항하고 반발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분석 대상으로 저자는 중세 유럽의 귀족 가문이 사용했던 문장(紋章), 남녀 귀족이 사용했던 장식물인 러프와 프릴, 프랑스 혁명 이후 등장한 기성복이 가져온 평등주의적 복식혁명, 이슬람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입혀 놓은 이슬람 베일(부르카, 히잡, 차도르, 니캅, 질레바 등), 그리고 1970년대에 우리사회에 유행했던 장발과 미니스커트 그리고 그에 대한 단속과 반발을 다루고 있다. 패션에 주목하여 정치를 흥미롭게 분석함으로써 저자는 정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

 


경제/경영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저/역자 : 대니 로드릭/ 제현주

    출판사 : 북돋움

    2011-03-15 / 360쪽 / 15,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으며, 언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모두의 관심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경제성장은 개도국이 선진국이 되는 것이므로 선진국의 시스템이나 제도를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경제성장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제도와 개방이 경제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결론 맺는다. 이 책은 경제성장, 제도 및 세계화를 화두로 바로 이러한 보편적 지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저자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개도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였으며, 자신의 주요 연구 결과를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우리나라에는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그에 의하면 각국의 경제성장 과정이 결코 정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선진국의 정책을 개도국이 그대로 따랐다고 해서 선진국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정책은 그 나라의 상황에 맞게 설계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시장뿐만 아니라 비시장적 제도도 필요하며, 제도 수립에 있어서는 모범 청사진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되고 실험과 현지 지식이 중요하다. 이러한 견해는 세계화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개도국이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게 하려면 일률적으로 개방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개도국이 자기 나라에 맞는 성장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적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 경제학자는 경제성장 과정을 완전히 설명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모름지기 겸손한 마음으로 각 국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경청하기 바란다.

 


과 학
      0.1퍼센트의 차이

    저/역자 : 베르트랑 조르당/조민영

    출판사 : 알마

    2011-03-07 / 239쪽 / 13,0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나, 지하철에서 내 옆에 서 있는 한 사람과 나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다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더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지리상 같은 집단에 속한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집단에 속한 두 사람보다 훨씬 더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더 다르다고 생각하는 머릿속에는 인종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 온 인종, 민족에 대한 개념이 사회적, 과학적으로 어떻게 포장돼 왔음을 보여주고 조상 집단은 인종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인종의 경계는 모호하고 오히려 그 속에 내재한 다양성이 더 어마어마함을 강조한다. 60억 인구 가운데 아무나 선택해도 두 사람의 DNA는 99.9% 일치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가. 사람마다 30억 개 염기서열 중 0.1%인 300만 개 염기가 차이 나며, 이는 평균적으로 염기 1,000개 당 하나가 다르다는 말이다. 이것이 개인을 특징짓는 눈, 코, 질병 특수성을 만드는 SNP(단일염기다형성)다. 최근 SNP를 출발로 개인맞춤의학시대가 도래했음이 이야기되지만 저자는 이것도 과학으로 포장한 인종주의의 부활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책의 결론에 따르면 인종은 생물학적 의미를 갖지 않지만 DNA를 분석함으로써 인류의 조상 집단을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집단 사이에 특정 질병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조상집단의 생활 조건이나 당시의 상황과 연관되며 유전적 측면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유전자나 환경이 개체의 표현형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유전적 차이는 이미 인간의 역사 속에서 뿌리를 내렸으니 그 차이를 인정하고 과장하거나 부인하지 말자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예 술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

    저/역자 : 유화열

    출판사 : 한길사

    2011-03-25 / 366쪽 / 18,0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우리는 멕시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양의 전통하면 미국과 유럽적인 삶의 양식만을 으레 떠올리게 된다. 고대 아즈텍 문명 정도까지만 라틴아메리카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아마도 관광객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원시 문명지로만 광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 아즈텍 제국은 16세기에 스페인에 의해 정복당했고, 이후부터 500년이 다되는 세월동안 멕시코 지역에는 스페인에서 넘어 온 백인과 토착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들로 채워졌다. 그동안 백인 중심의 서양문화 속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문화가 비주류라고 이해되어 왔던 것은, 원주민의 것과 뒤섞인 혼종성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혼종성은 순수함을 정통으로 삼는 역사 기술에서는 분명 폄하되어 온 일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혼혈인 메스티소(Mestizo)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백인이나 원주민보다 훨씬 높다. 더욱이 이들은 이제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미술가들은 인종, 정체성, 문화에 관한 모든 생각들을 현대미술 속에 녹여내어,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양상의 모더니즘을 만들어냈다. 서로 다른 문화들이 융합된 혼합주의는 현대의 라틴아메리카를 특징짓는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예술을 생동감 있게 이끌어가는 고유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앞으로의 미래사회는 이질적인 것이 서로 얽혀 돌아가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라틴아메리카의 현대성에 대해 읽어보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교 양
      이븐바투타의 오디세이

    저/역자 : 데이비드 웨인스/이정명

    출판사 : 산처럼

    2011-03-10 / 376쪽 / 18,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이븐 바투타의 유명한 『여행기』는 이미 2001년 한국에서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축약본인가? 아니다. 축약본이라면 구태여 선정하여 추천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여행기에 대한 안내서이다. 안내서라고 해서 여행기를 읽는 쉬운 방법이라든가 사전지식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여행기에 대한 안내서이긴 하지만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기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읽을 것인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는 그 동안 두 가지 의혹을 받아왔다. 하나는 실제로 여행했는가의 여부이다. 즉 여행기에 나오는 대로 “그가 직접 보았다는 모든 장소에 그가 정말로 있었던 것일까?”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기 일부 내용의 표절 여부와 표절 정도에 대한 의문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에 대해 자신의 전문 지식을 이용해 답하고 있다. 우리가 몇 백 년 전의 여행기를 읽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시간의 개념도 지금과 달랐고 개인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뒤엉켜 편집이 될 수도 있으며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자기의 이야기로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크게 보아 사료 비판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예상과 달리 이 책에는 이븐 바투타 여행기의 원문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원문이 궁금한 독자에게는 완역본이 기다리고 있다.

 


실 용
      나무가 민중이다


    저/역자 : 고주환

    출판사 : 글항아리

    2011-04-05 / 415쪽 / 18,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또 하나의 나무 책이 나왔나 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땀 냄새가 많이 배어 있다. 제목이 좀 과격하다 싶었으나 읽어 보니 여기서 민중은 계급의 단위가 아니라 백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부제도 ‘민초의 삶에 깃든 풀과 나무 이야기’로 했다. 그러니까 풀과 나무 등의 생태를 현미경으로 들여보다가, 이런저런 예문을 들며 문화사적인 해석을 풀어놓은 뒤, 식물에 얽힌 구체적 삶의 애환을 덧붙이는 기술이다. 이 순서는 바뀌기도, 생략되기도 한다. 엄나무의 예를 들면 이렇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저자는 고려 말 문신 우탁(禹倬·1263∼1343) 선생의 시조에 등장하는 가시나무가 엄나무로 보고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이어 발음이 비슷한 음나무로도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봄철 나물로 사랑받는 두릅의 맛을 묘사한다. 다음으로 비를 잘 흡수하지 않은 엄나무의 습성을 들어 악기와 가구, 나막신의 재료로 쓰였다는 정보를 전하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덧붙인다. “아버지는 안방 앞에 집을 짓는 제비가 싫었다. 그래서 제비집의 흙을 긁어내고 엄나무 가시를 걸쳐 놓았다. 그런데도 제비들은 막무가내였다. 거친 가시에 흙을 붙이고 나섰다. 결국 아버지는 제비집 밑에 받침대를 달아주고 말았다.”
저자에 관해서는 소략하게 적어 놓아 신상을 자세하게 알 수 없고, 치악산 자락의 물려받은 집에서 오랫동안 텃밭농사를 짓는다고 하는데, 1960년생치고는 어린 시절 농촌살이에 대한 기억이 풍성하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영화와 미술, 시문에 관한 조예가 깊고 독서량도 있어 보인다. 그것들이 잘 조합해 조화롭게 어우러지니 읽는 재미가 배가되는 것이다. 고해상도의 자료적 가치가 뛰어난 도판을 많이 실은 것도 다른 책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다.

 


아 동
      뒷집 준범이

    저/역자 : 이혜란 글, 그림

    출판사 : 보림

    2011-03-28 / 38쪽 / 10,000원

    추천자 : 오은영, 서정숙(동시 동화작가, 그림책 편론가)

 준범은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아이다. 시장 골목에 있는 낮은 집의 작은 방으로 이사를 왔는데, 할머니가 일하러 나가시고 혼자 있는 동안에는 창 밖으로 보이는 세 집(강희네, 충원네, 공주네) 아이들의 놀이 광경을 자주 내다본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이 함께 놀자고 하면 할머니가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하셨던 말씀을 되새기며 자못 씩씩한 척 혼자 노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준범의 시선과 관심은 창 쪽에서 떠날 줄 모른다. 이런 준범에게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먹으려 했던 자장면을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누어 먹으며 하나가 되어 신나게 논다.
이 그림책은 내용만큼이나 그림으로도 이야기의 주제를 잘 보여 준다. 연필 스케치로 아이들의 격의 없이 발랄한 표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세밀하게 표현하고 거기에 몇 가지 색의 물감을 옅게 입혀 전체적으로 온기가 느껴진다. 또한, 컴컴했던 준범의 방은 아이들이 함께 놀자며 방문을 여는 순간 창과 방 쪽으로 한꺼번에 빛이 들어와 환해지는데, 이 장면은 준범이 앞으로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지 않고 방문을 열고 바깥세상으로도 나갈 것임을 암시해 주는 희망적인 그림이다. 마지막으로, 앞면지에는 준범의 시점에서 보이는 강희네 집 식구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강희네를 부러워하는 준범의 마음이 느껴지는 반면, 뒷면지에는 할머니한테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준범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준범이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전에 비해 한층 밝고 활발해진 것 같아 흐뭇하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원래 사회적 기준에 의한 경계가 없다. 특히 아이들의 놀이 세계에서는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아이냐 가난하게 사는 아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그림책은 이러한 아이들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주변에 혹시라도 움츠러들어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먼저 손 내밀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한다.

 

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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