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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의 읽을 만할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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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2월의 읽을 만한 책  


문 학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

    저/역자 : 최일남

    출판사 : 문학의문학

    2010-11-25 / 295쪽 / 13,000원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한국에 수많은 글쟁이가 있지만, 한국어의 풍부한 어휘 자원을 자유롭게 골라가며 생각과 마음의 결과 꼴을 섬세하게 빚고 잣고 다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일남 선생은 그 드문 이들 중의 한 분이다. 또한 한국어를 잘 다루는 이들이래도 한결같지 않고 취향이 각색이다. 어떤 분은 이쁘고 새초롬한 말들만 골라서 써서, 마치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장식품들을 보는 듯할 때가 있다. 최일남 선생의 어휘들은 모두 시정의 생활어에서 나온다. 그래서 ‘해토머리’, ‘얼금뱅이’, ‘아주까리’, ‘내남직없이’ 같은 말들도 귀한 한국어지만, ‘위의(威儀)’, ‘종용(從容)히’, ‘동몽(童蒙)’, ‘포의(布衣)’, ‘공민(교과서)’ 같은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어들도 실감을 낼뿐더러, ‘바탕화면’, ‘허걱’, ‘외짝 엄마’ 같은 21세기 신출 한국어들도 경쾌히 뛰어다닌다. 심지어, ‘아카징키’, ‘포즈’ 같은 외래어들도 선생의 책에서는 오래 묵은 한국어처럼 읽힌다.
말의 성찬을 입으로 즐기며 독자가 눈으로 발견하는 것은 한국인과 한국의 풍경, 그리고 한국의 삶 속에서 태어나고 사라졌던 온갖 물상들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그래서 저자가 김소운 선생의 글을 두고 규정했듯이, 이 책 역시, “사람의 체취로 물씬거린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현대사가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 역사는 한국인이 쇄도해오는 근대의 문물을 체화하려 애쓰면서도 기꺼이 한국인의 이름으로 그 일을 해내고자 몸부림하는 과정 속에 일어난 온갖 단련과 저항과 도전들의 집합이다. 그 노력은 생활로도, 행동으로도, 표현으로도 나타났다. 그렇다는 것은 산다는 것이 그 자체로서 세계에 대한 해석이자 동시에 기획이라는 것을, 다시 말해 삶이 곧 성찰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에 와서야, 독자는 제목에 붙은 ‘깊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물론 독자가 도처에 산포하는 저자의 해석과 판단에 무조건 동의할 까닭은 없다. 깊은 성찰은 성찰을 요구한다. 성찰은 토론을 통해서만 열린다. 그것이 공감의 진정한 뜻이고 책의 존재 이유다.

 


역 사
      다시 읽는 미국사

    저/역자 : 손영호

    출판사 : 교보문고

    2011-01-10 / 279쪽 / 13,000원

    추천자 : 김덕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오늘날의 미국은 옛 서양의 로마이며, 옛 동양의 중국과 같다. 더 나아가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로마와 중국을 합친 것처럼 막강하여, 흡사 전 세계와 미국 한 나라가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 누구라도 미국을 잘 알아야 한다. 미국의 언어 영어만이 아니라, 미국이 과연 어떤 나라인지 알아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로마나 중국에 관한 책과 비교하여 미국에 관한 책은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인 본 책의 출간은 반갑다. 이 책은 ‘통합의 역사 USA, 신화의 역사 아메리칸 드림, 정복의 역사 총, 차별의 역사 아미스타드’라는 목차에서 보듯이, ‘통합’과 ‘신화’ 그리고 ‘정복’과 ‘차별’이라는 키워드로 미국사의 진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이 주제가 미국사 전반을 포괄하지는 못할 것이며, 다시 나누어진 각각의 소주제들은 서술이 다소 짧아서 심도 있는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일반인을 위한 미국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해 줄 수 있겠다.
어느 사회나 그러하지만 특히 미국은 합리적이면서 모순이 가득 찬 사회, 평등의 대명사인 나라 같지만 도처에 엄청난 불평등이 상존하는 사회, 세계 최고의 빈부격차의 사회, 문명과 야만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불가사의로 가득한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나라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양면성을 잘 그려내고는 있지만 결코 어느 한 측면을 강조하는 편향성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철 학
      나쁜 생각

    저/역자 : 제이미 화이트 / 유지화

    출판사 : 오늘의 책

    2010-12-13 / 251쪽 / 14,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배고픈 여우가 포도를 따먹으려다 실패하자, “저건 신포도야” 하고 돌아선다.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하자 자신이 추구한 목표를 폄하함으로써 위안을 삼는 태도다. 그러나 사실 여우는 하잘것없는 목표를 추구한 더 한심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위안하려던 것이 오히려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인정할 꼴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실천적 모순을 수도 없이 저지르면서 살아간다. 심지어 논리적 오류는 말할 것도 없다.
사고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 우리는 자신의 사고가 논리적 오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슨 오류인지, 왜 그런 오류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파스칼의 내기’에서 도박사는 신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인간이 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여우처럼 “신포도야”라고 말할지, 아니면 끝까지 포도를 딸 노력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신이 존재하는데 안 믿으면 당연히 지옥에 가고, 믿으면 천당 간다. 반대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데 있다고 믿으면 살아생전에 약간 손해 보고, 안 믿으면 그냥 아무 것도 아니다. 이 계산을 해 보면, 신이 실제로 존재하든 아니든 믿는 것이 안전한 대책이라는 결론에 도착한다. 마치 사고가 나든 안나든 보험에 들어놓으면 여러 가지로 좋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러나 이 계산은 오류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이런 식으로 신을 믿는 것을 신앙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천당 갈 리가 만무하다. 둘째, 파스칼은 기독교의 신을 말하고 있지만, 이 도박사의 계산은 다른 종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의 의미가 그 의견이 잘 뒷받침되고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더 나아가서 자신의 생각이 항상 근거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논증은 오류에 기초하고 있다. 내가 권리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 제대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와 같은 전문가들도 오류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의사들에게 이 약을 사용하면 4명 중 1명은 죽는다고 말하면 대부분 사용을 꺼린다. 그러나 이 약을 사용하면 4명 중 3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 사용을 결심한다. 사실 두 명제가 동일한 현상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통계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다르게 반응한다. 좋게 표현하면 행동경제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인간은 오류에 취약한 것이다.
선을 행하기 위해서 악을 아는 것이 필요하듯이, 합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오류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12가지 오류에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사회
      비스마르크 평전

    저/역자 : 강미현

    출판사 : 에코리브르

    2011-11-30 / 767쪽 / 38,0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세기 독일 통일의 주역 비스마르크는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던질까?
1871년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소독일주의에 입각하여 마침내 독일을 통일하였고, 제국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에 의한 영광스러운 통일은 주로 무력과 전쟁에 의한 것이었고, 오스트리아를 독일연방에서 영구적으로 제외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통일 후에 비스마르크는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가톨릭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을 철저히 규제하고 탄압하는 독재정치를 구사했고, 이는 비록 그의 실각 이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의 장본인이 되고 또 쓰라린 패전과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결말로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의 주역이고 독일제국을 일약 유럽의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피에 의존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한 독재자로서의 모습으로 인해 독일역사에서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독일이 재통일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독일인들은 통일 독일의 정체성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 과거사 청산과 함께 ‘완전한 역사 새로 쓰기’라는 절실한 시대적 요구에 몰두하고 있다. 재통일과 함께 새롭게 다시 탄생한 비스마르크의 정치적 업적에 대한 온전한 평가 역시 비켜갈 수 없는 과제다.
1985년 이후 20년 이상 비스마르크를 연구해 온 저자는 한국학자로서는 드물게 이러한 과제에 동참하고 있다..

 


경제/경영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

    저/역자 : 조지 매그너스 / 홍지수

    출판사 : 부키

    2010-12-31 / 415쪽 / 18,000원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저출산 · 고령화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예로 흔히 일본을 들고 있다. 저출산 · 고령화 현상은 사실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며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선진국의 전반적 현상이다. 한편,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고령화 정도가 낮다고 하나 많은 나라들은 열악한 경제 환경으로 고출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한 자녀 정책’으로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저출산 · 고령화의 인구구조학(demography)적 문제를 결코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저자는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바로 저출산 · 고령화의 인구구조학에서 연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고령화보다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저출산 · 고령화로 전 지구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과 물가, 저축, 정부재정적자 등 거시지표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선진국들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고령화 문제를 시장에 맡겨서 해결해야 할까 아니면 정부가 개입해야 할까? 저출산의 원인을 종교적 신념의 약화와 세속적 자본주의에서 찾을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일의적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다. 저자는 UBS 투자은행에서 오래 근무한 선임 경제 고문답게 ‘두 손을 가진’ 경제학자가 되고 있다. 경제학의 양비론적 논의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이 점을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과 학
      씨앗의 자연사

    저/역자 : 조나단 실버타운 / 진선미

    출판사 : 양문

    2010-12-20 / 253쪽 / 15,000원

    추천자 : 정경애(과학동아 경영기획실장)


 
“씨앗에는 생명의 거울이 숨어 있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일상적으로 보아 온 완두콩, 옥수수, 도토리, 과일 속 씨앗, 호밀, 커피콩 등이 새롭게 다가온다. 식량이 되기도 하고 음식의 맛을 내기도 하고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기도 하는 씨앗들이 식물로 자라서는 맛있는 과일이나 꽃이 되기도 하고 약물이나 독물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씨앗의 세계에 숨겨진 과학적 지식을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낸다. 아주까리 씨앗에 함유된 리신은 세포의 단백질 생성과정을 방해하는 물질로 코브라 독보다 독성이 강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사과나 복숭아 씨앗에도 시안화물이라는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씨앗이 이렇듯 독성을 가지는 이유는 자손을 퍼트리기도 전에 동물들에게 먹히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면 도토리 같은 견과류들은 일종의 선불제로 자신들의 씨앗을 다람쥐 같은 설치류에게 지불하고 씨앗을 퍼트리는 매개체로 활용한다. 무엇보다 각광받는 씨앗인 커피콩. 벌레에게는 독성을 나타내지만 사람에게는 중독을 일으킬 만큼 매력적인 물질이 커피 속 카페인이다. 하지만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카페인이 없는 커피콩을 생산하는 커피나무를 발견해 품종을 보급한다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필요가 자연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는 이렇듯 씨앗의 생존방식을 비롯해 무엇이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지, 어떤 씨앗에는 기름이 많고 어떤 씨앗에는 녹말이 많은 이유, 먼지처럼 가벼운 난초의 씨앗에서 20kg에 이르는 쌍둥이코코넛 씨앗, 식물들이 힘겹게 유성생식으로 씨앗을 만드는 이유 등 씨앗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변화하는 환경에 자신을 적응해가는 진화의 힘으로 설명한다.

 


예 술
      집, 예술이 머물다

    저/역자 : 쉬레이 / 정세경

    출판사 : 시그마북스

    2011-01-10 / 219쪽 / 13,000원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우리에게 집은 무슨 의미일까? 우선 집은 아무리 늦어도 꼭 가야만 하는 곳이다. 야근이나 늦은 모임이 끝나고 나오면, 어느 새 하늘에는 진눈깨비가 날리고 뺨이 떨어져나갈 듯 바람이 찬데, 그 맹추위를 뚫고 몇 번이나 미끄러질 위기를 넘기면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집이다. 집은 험하고 추운 바깥과 대립되는 따스하고 평화로운 ‘안’이기 때문이다. 집은 가식을 벗고 휴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며 사생활 그 자체이다. 집은 소유이고, 의무이자 권리일 수도 있다. 또한 집은 가족이 의식주라는 의식을 함께 치르면서 이루어가는 가치, 즉 가정이라는 성역이기도 하다.
중국의 예술가이자 인문학자인 쉬레이가 편집한 이 책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에 깃든 일상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간으로서의 집도 그다지 단순하지는 않다. 그 공간은 그저 내가 머무는 장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들이고 고통스럽게 일한 대가로 획득한 점령지이고, 끊임없이 자신의 세력을 확대시키면서 바깥세상과 경쟁해야 하는 요새이며, 어떤 때는 자신의 취향과 소장품을 과시하는 박물관이 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중국 황제의 침실에서부터 문인들의 우아한 정취, 유럽 명문가의 장원, 이슬람식 샹그릴라 풍으로 지은 집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뒤편에는 중국의 현대미술작품 속에서 어떻게 집의 개념을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집 속의 예술뿐 아니라 예술 속의 집까지 다룬 셈이다.

 


교 양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

    저/역자 : 폴 존슨 / 이문희

    출판사 : 이마고

    2010-12-07 / 311쪽 / 15,000원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누구나 유명인사의 실제 모습을 알고 싶어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미지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더더욱 실제 모습이 궁금한 것이다. 그런데 믿을 만한 사람이 사적으로 실제로 유명 인사를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100여 명의 유명 인사를 실제로 만난 이야기를 아주 짧지만 인상적으로 전해 준다. 피카소는 자신이 만난 사람 중 가장 사악한 사람이었다거나 로널드 레이건은 유머에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이었다거나 사르트르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어서 죽을 때는 무일푼이었다는 것 등이다.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유명 인사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모두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왜 토인비가 얼마나 형편없는 역사가인지 혹은 리처드 닉슨이 얼마나 통찰력이 대단했던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지적 수준과 통찰력 덕분에 20세기의 유명 인사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교양이 공부하듯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분야는 아닐 것이다. 틈이 나는 대로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읽어도 남는 것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유명 인사가 어쩌면 사기꾼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해본다.

 


실 용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역자 : 김난도

    출판사 : 쌤앤파커스

    2010-12-24 / 319쪽 / 14,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타이틀을 보면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가 생각난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책의 내용도 전체적으로 정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와 같다. 부제 또한 그러하다. ‘인생 앞에 홀로선 젊은 그대에게’. 표지에는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글을 뽑았다. 이 정도면 알겠다. 젊은이들에게 주는 삶의 지침서다. 약간 삐딱하게 보자면 잘난 교수의 성공담 혹은 잔소리로 읽힌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남가주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의 소비자학과 교수로 입성한 자의 이력서 아닌가. 사랑 문제에는 아예 주례사 수준이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책을 보여줬더니 인상부터 찌푸린다. 이런 책 한두 권 봤냐는 표정이다. 내가 읽을 책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목적의식에 사로잡혔나? 그런 혐의를 무릅쓰고 책의 미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성세대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아니라 목소리가 조근조근 낮다. 그러면서 젊은이와 눈을 맞추며 가능성과 자신감의 중요성을 전한다. 스펙 쌓기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대학의 풍속을 두고 ‘불빛을 향해 돌진하는 부나비의 주광(走光)’이라고 걱정하며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을 권한다. 저자의 신실함은 방법론을 전하는 데서 빛난다. 이를 테면 꿈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야 하고, 정체성은 성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성찰에 이르는 길로서는 독서, 대화, 여행을 꼽는 식이다. 길을 먼저 걸어간 선험자의 내비게이션은 구체적인 지시어로 이어진다. 시간을 잘 관리하라, 신문을 제대로 읽어라, 글쓰기 능력은 힘이 세다….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선다. 저자는 한국인의 평균연령을 80세로 잡는다면 24세는 아침 7시 12분이라고 셈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재학 중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아 동
      괜찮아 3반

    저/역자 : 오토다케 히로타다 / 전경빈

    출판사 : 창해

    2011-12-10 / 310쪽 / 11,200원

    추천자 : 오은영, 서정숙(동시 동화작가, 그림책 편론가)

 우리는 누군가를 위로할 때 흔히 ‘괜찮아’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그 말에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는다. 이 책의 제목에도 ‘괜찮아’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괜찮아, 3반”은 주인공 ‘아카오’가 선생님이 되어 처음 맡은 반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3반 아이들 뿐 아니라 작가 자신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증 장애우인 ‘아카오’는 “일반적으로 이렇다”라는 세상의 판단에 반기를 든다. 자기 스스로가 일반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5학년 3반도 일반적이지 못한 일 년을 보낸다. 학년 초엔 긴장하고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지만 곧 익숙해지고, 누구에게나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물을 무서워하면 그 순간 ‘나’는 일반적이지 못한 아이라는 것을. 이런 생각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결국 친구들마다 서로 다른 좋은 점이 있으며 그래서 ‘더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로 성장한다. 대중 매체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은 ‘남과 다른’ 것에 쉽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남과 다른’ 친구에게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나와 다른 친구들을 향해 ‘괜찮아. 힘내’ 하며 자연스럽게 손 내미는 법을 가르쳐 준다. 비장애우 작가가 쓴 장애우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고민, 의지, 태도 등이 과장된 것 같아 거부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팔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우, 오토다케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괜찮아 힘내’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은 거구나’ 하며 더 큰 위로와 용기를 받게 된다.

 

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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