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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의 읽을 만할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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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윤리간행물위원회 선정

7월의 읽을 만한 책  


문 학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저/역자 :마종기

    출판사 : 비채

    2010-05-11 / 264쪽 / 11,500원

    추천자 : 신경숙(작가)


 마종기 시작(詩作)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첫 장을 열면 저자의 서문에 시선을 두게 된다. ‘내가 낳지도 않고, 평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 그러나 언제나 내 삶의 중심에서 나를 지탱해준 조국, 세상의 모든 비바람을 피해 늘 의지해온 내 조국에게 오래 다져온 사랑과 그리움으로 이 책을 삼가 바칩니다.’ 작가에게 조국은 모국어라고 했던 이는 얼마 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이다.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시인에게 조국은 더욱 더 모국어일 터이다. 이 말에 비추어 본다면 시력 50주년을 맞이해 출간된 이 책을 조국에게 바친다고 했으니 결국 이 책에 들어있는 시와 에세이들을 그는 한국어에게 바친다고 쓰고 있는 거라고 나는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1966년에 이 땅을 떠나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간절한 이정표 같은 아름다운 시들을 썼다. 그는 ‘내가 시를 안 썼으면 아직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숨긴 채 스스로 선한 50편의 시에 담담하게 시의 뒷이야기를, 혹은 시가 탄생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시가 지어지는 바로 순간의 이야기를 시 옆에 펼쳐놓았다. 격렬하고 비통하기도 한 그의 자전을 통해 우리 굴곡 많은 현대사의 형편들을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국경 너머의 세계를 접하다 보면 어찌된 셈인지 ‘외국에서 평생의 대부분을 살고, 외국어를 일상어로 쓰면서 모국어로 수백 편의 시를 써’ 온 그를 통해 오히려 한국어의 정서와 그늘과 뿌리와 소슬함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그에게 모국어는 두고 떠났던 그 모든 것들의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또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모국어로 살아가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기에, 하룻밤을 더 모으면 이슬이 고일까,/ 그 이슬의 눈을 며칠이고 보면/ 맑고 찬 시 한편 건질 수 있을까,/ 이유 없는 목마름도 해결할 수 있을까. -「이슬의 눈」 中에서-와 같이 투명한 시를 우리가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슬은 아침이 되어서야 맑은 눈’을 뜨고 ‘간밤의 낙엽을 아껴’ 준다고 쓰는 한 시인의 시력 50년을 기념해 엮은 오십 편의 시와 오십 편의 이야기가 이 여름의 더위를 누그러뜨려주기를.

 


역 사
      통아프리카사

    저/역자 : 김시혁

    출판사 : 다산북스

    2010-05-24 / 309쪽 / 13,000원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1990년대까지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존재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것은 인종문제에 관한 한 인류가 짧은 시간에 많은 진보를 이룩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비록 월드컵은 열렸지만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미지의 대륙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역사는 여러모로 한반도 역사와 닮았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일본의 침략에 짓밟혔던 것처럼 아프리카는 유럽 열강에게 유린됐다. 우리가 해방 후에도 좌우갈등의 대립을 겪었던 것처럼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들도 내전으로 인한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가난과 질병, 폭력과 테러, 무지와 억압이 연상되는 대륙. 아직도 우리는 아프리카를 노예무역, 인종차별, 민족분쟁, 에이즈, 여성의 할례의식 등으로 점철된 태양의 대륙 정도로 기억하고 있기 일쑤이다. 그러나 그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아프리카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대륙이자 인류 탄생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사를 전체적으로 개관한 『통아프리카사』는 우리가 지금껏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프리카의 생생한 속살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처음 아프리카사를 접하게 될 독자들을 위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문체는 미지의 대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정복자인 유럽의 시각도 아니고 아시아의 방관적 시야도 경계하면서 애정을 담은 객관적 시각으로 아프리카 역사를 ‘통으로’ 전해준다. 글은 물론 현장과 인물을 담은 사진, 그리고 나라별 지도를 통해 아프리카 각 나라의 역사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많은 역사와 에피소드가 살아 숨쉰다. 아프리카의 맨얼굴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서술한 『통아프리카사』는 월드컵이 끝나도 아프리카는 다시 망각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철 학
      정의란 무엇인가

    저/역자 : 마이클 샌델/이창신

    출판사 : 김영사

    2010-05-26 / 404쪽 / 15,000원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한국 사람은 한이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왜 우리는 한이 잘 맺히는가? 왜 우리는 이제껏 한을 안고 살아왔는가? 한은 힘없는 약자가 강자에 의해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것을 고치기는커녕 하소연 할 곳도 없게 되면 가슴 속 깊이깊이 맺히게 되는 것이다. 즉 응징되지 않는 부정의의 결과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갈 때 생기는 심리적 홧병이 바로 한이다. 선진국 사회와 후진국을 가르는 핵심적 구분은 사회 인프라가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화, 전기, 수도, 가스, 도로, 인터넷, 병원, 학교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는 것은 그 비효율성의 고통을 인내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정신적 인프라에 해당하는 사법질서와 도덕의식이 결여되어 있을 때이다. 한 사회의 정신적 인프라를 설계하는 정치철학자는 정의의 시스템을 상상해 내야 한다. 하버드 대학 최고의 명강의를 펼치고 있는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내용은 트렌드에 편승한 것도, 새로운 첨단 기술에 관한 것도 아니다. 2000여 년 전 소크라테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라고 항변하는 트라시마코스가 얼마나 진리에 무지한지를 『국가』 ‘대화’ 편에서 확실하게 보여준다. "정치는 현상이다"라고 주장한 마키아벨리와 정반대편에 존재하는 이상주의자들의 정치철학적 논의가 이 책에서 펼쳐지고 있다. 현실정치는 냉혹하고 잔인하다. 아니 차라리 지저분하다는 평이 더욱 맞는 것일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정의의 심판이 저 세상이 아닌 이 세상에서 실현될 것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초대형 태풍이 휩쓸고 간 지역에서 생수를 평소 가격의 10배를 받는 것은 옳은가? 자신의 병역 의무를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대신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은 정당한가? 소수 인종이라는 이유로 취업과 승진에서 유리한 혜택을 받는 것은 바람직한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가? 애국심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모든 철학적 문제가 그렇듯이, 결코 새로운 문제가 아니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이 이 책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모든 사회에 시공을 초월해서 보편적으로 적용될 정답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사회도 정의의 문제에 대한 좋은 답 없이 선진 사회에 진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의 지성인에게 필독서이다.

 


정치/사회
      온 국민 주치의 제도

    저/역자 : 고병수

    출판사 : 시대의 창

    2010-05-14 / 269쪽 / 13,500원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책은 가정의학과 의사로 동네병원을 운영해 온 저자가 ‘온 국민 주치의 제도’를 제안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저자는 작중에 ‘유별난’이라는 이름의 의사를 등장시켜 이른바 ‘3분 진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3분 진료’란 병원에 가서 의사와 다정하게 앉아서 아픈 곳에 대해 얘기하고 다른 문제는 없는지 차분히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몇 마디 물어보면서 청진기 한 번 대보고 처방을 받아 나오는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한, 그러나 실상은 매우 비인간적인 의료관행을 지칭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관행이 의사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한 이기주의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환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도 아니며,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곧 1차 의료의 허약함과 부실한 의료 전달 체계의 오랜 관행 속에서 후진적인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실상을 저자는 자신의 동네병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묘사한 후, 캐나다·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의료 선진국의 사례를 설명한다. 이어서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2015년을 가상하여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 후 우리 국민들이 경험하게 될 바람직한 의료 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일본의 예를 들어가면서 의료 서비스는 악화되면서도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도 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가 역설한다.

 


경제/경영
      새뮤얼슨 교수의 마지막 강의

    저/역자 : 폴 A. 새뮤얼슨 / YBM Sisa 편집국

    출판사 : YBM Sisa

    2010-05-31 / 328쪽 / 15,000원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 치고 새뮤얼슨(P. Samuelson)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현대 경제학계의 전설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출중한 경제학자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로부터 케인즈(J. M. Keynes)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천재 경제학자들이 등장했다. 새뮤얼슨은 이 천재 경제학자들이 들어가는 명예의 전당에 마지막으로 입장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천재의 등장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새뮤얼슨이 2009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짤막한 경제평론들을 모아서 만들었다. 아무래도 미국 경제에 관한 글들이 많지만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해 다양한 글을 썼으며, 특별히 한국 경제에 관해 쓴 글도 상당히 많다. 주로 한국에서 발행되는 영문 월간지에 기고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예상 밖으로 많은 한국 관련 글들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새뮤얼슨의 경제평론을 읽으면서 “역시 대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평생을 이론에만 몰두해온 사람답지 않게 세계 경제에 대한 이해의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깊이도 있다. 이론에 정통한 사람은 현실 경제를 보는 눈도 날카롭기 마련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크루그먼(P. Krugman)의 경제평론을 읽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노대가의 원숙함을 맛보는 데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각 글의 영어 원문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번역문과 원문을 대조해서 읽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뜻밖의 이득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여튼 이 책을 통해서 경제학계의 거인이 남긴 발자취의 편린이나마 접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 학
      거인들의 생각과 힘

    저/역자 : 빌 브라이슨/이덕환

    출판사 : 까치

    2010-05-10 / 512쪽 / 25,000원

    추천자 : 최영주(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이 책은 지난 350년간 세계의 과학을 선도하고 있는 왕립학회(Royal Society)의 정신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왕립학회는 1660년 11월말 평범한 저녁에 십여 명의 학자들이 스물여덟 살 젊은 청년의 천문학 강의를 들으러 런던의 한 대학 강의실에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왕립학회가 세계과학의 최첨단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적에 관계없이 아이디어들이 교환될 수 있는 철저한 국제화와 신분과 집안에 상관없이 과학적 성실성과 창의성만으로 회원 될 자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왕립학회 창립 350년을 기념으로 뛰어난 저술가들을 통하여 왕립학회 창립 후 회원들이 이룩한 영광된 성과와 논란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학 1학년 때 배우는 미적분학의 시조인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세기적 논쟁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다. 생물의 다양성, 비행의 새 시대, 다윈의 이야기, 철도를 만든 엔지니어들의 빛나는 업적들, 구조생물학자 이야기 등이 각각 다른 작가들에 의해서 모두 다른 스타일로 서술되어 있어 각자의 특색에 따라 지루하지 않게 세기를 선도한 왕립과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겠다. 불행히도 왕립학회는 오랫동안 여성회원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1945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왕립학회 멤버가 된 론즈테일(벤젠의 구조를 밝힘)의 과학자와 사회활동가로서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왕립학회 현 회장이며 천재물리학자인 마틴 리스는 “2060년에는 무었을 이해하고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과학은 끝이 없는 탐구라는 이야기로 향후 그의 과학의 총괄적 비전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그가 이야기하였듯이 오늘날 제기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듯이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이 어떤 문제에 참여하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에는 뉴턴의 사면상(사망 직후 얼굴에서 직접 본을 떠 만든 안면상) 사진 외 여러 과학자들의 초상화, 그리고 역사적인 문서, 그림들이 삽입되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더불어 있다.


예 술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

    저/역자 : 이태호

    출판사 : 생각의나무

    2010-05-25 / 551쪽 / 30,000원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여름에 어디 휴가라도 떠나게 되면 그 곳을 오래 전에 밟았던 우리 조상들의 발길을 문득 느낄 때가 있다. 길이 잘 든 문지방을 보거나, 깔끔하게 정성스레 쓸어 놓은 마당을 보거나. 넓은 마루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같은 자리에 앉아 지금의 나와 같은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을 옛 선인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차를 타고 광화문을 바라보며 지나다보면 왼쪽의 인왕산이 늘 감동인 것도 비슷한 연유에서이다. 정선이 그렸던 인왕산과 지금의 인왕산, 바로 그 산이 거기 여전히 그림 속에 있었던 그 산과 똑같은 자태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스스로를 겸허하게 만든다. 일반인도 이러한데 화가들이 땅을 밟고 풍경을 보면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예술성을 가미해 그려 놓은 한반도 곳곳의 비경도 있지만, 마치 실경을 보듯 그대로 그려 놓은 땅의 모습과 풍경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요즈음은 인공위성을 통해 골목 구석구석까지 그대로 화면에 담아 보여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호흡과 내음이 배어있는 땅의 모습을 담은 화폭은 역사와 인간을 깊이 느끼게 해준다. 미술사학자 이태호가 지은 이 책은 사진이 나오기 이전 먼 옛날부터 조선시대 후기와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을 그린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과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도 잘 만들었지만, 저자가 그 장소들을 일일이 다시 답사하여 사진을 찍고 그것들이 그림과 어떻게 다른가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공을 들였다. 문관 출신이 사생하여 남겨놓은 우리 땅의 모습도 정겹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외의 지도 그림들도 흥미롭다. 지도의 회화성에도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유럽의 옛 그림들을 보면 그들의 환경에서 나오는 색감이 그대로 실물과 함께 그림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그림이 우리의 환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교 양
      문자의 역사

    저/역자 : 스티븐 로저 피셔 / 박수철

    출판사 : 21세기북스

    2010-04-20 / 429쪽 / 28,000원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문자는 화폐와 같다. 사람과 사람의 물질적 교통을 화폐가 맡는다면 정신적 교통은 문자가 맡는다. 어떤 화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나라 그 공동체의 물질적 삶이 달라지듯 어떤 문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나라 그 공동체의 정신적 삶은 달라진다. 문자는 특히 역사를 전한다는 점에서 화폐의 교환기능을 뛰어넘는다. 고대문자의 경우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역사도 거뜬히 전해준다. 저자는 그런 점에서 문자를 타임머신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문자는 현실의 모든 것을 재현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문자는 불완전한 재현도구다. 이런 불완전성으로 인해 지구상 수많은 문자들 간에 우열과 차이가 생겨난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 85%가 나름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문자의 탄생과정을 간략히 조망한 후에 서양어와 동아시아어를 중심으로 문자의 힘을 살핀다. 흥미롭게도 한글은 한자, 가나와 함께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저자는 한글에 대해 “문자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고안된 가장 효율적인 체계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그 편리성에서도 알파벳을 뛰어넘는다고 단언한다. 대조적으로 일본 문자의 경우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문자”라고 말한다. 편리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복잡성도 단점만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국의 문자체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 젊은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지적 성장을 자극한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보이는 문자가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한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사실은 전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한글의 현주소를 되새겨보게 한다.

 


실 용
      축구란 무엇인가


    저/역자 :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 김태희

    출판사 : 민음인

    2010-05-17 / 635쪽 / 15,000원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지난해 2월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나왔을 때 생각했다. “야구이니까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 가능할 거야. 스포츠와 비즈니스가 결합한 최적의 경기가 야구니까. 미국 프로야구에서 알아주는 언론인 레너드 코페트가 썼고, 역시 한국 야구계에서 유명한 이종남이 번역했다니 믿을 만하군!” 그런데 이번에 축구를 다룬 똑같은 책이 나왔다. 제목도 시리즈인양 ‘축구란 무엇인가’로 달았고 책의 두께 역시 600페이지가 넘을 만큼 두툼하다. 보통 무식한 스포츠로 평가받는 축구를 두고 이토록 방대한 저술이 가능한 줄 몰랐다. 저자는 공차기를 빵만큼 사랑하는 독일의 축구전문작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이다. 이름부터 한 축구할 것 같지만 역사철학 전공자라고 한다. 1995년 초판을 낸 이후 꾸준히 증보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한 측면이 있지만 그게 무슨 흠이랴. 이 책에 대해 차범근 감독은 이런 추천사를 남겼다. “축구 이론과 현상, 역사를 방대하고도 명쾌하게 서술한다. 우리가 축구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 공 하나로 하는 경기가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가 이 책에 나와 있다.” 독일에서는 “축구에 대한 최고의 책”,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은 축구 책 저자 중 챔피언스 리그에 속한다” 등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책은 축구에 대한 인문적 관심을 가진 대중의 눈높이에 맞췄다. 한때 심리학자 뵈이텐디예크는 축구의 핵심을 ‘비열한 개싸움’으로 보았고, 좀 나은 평가라고 해봤자 ‘더럽고 프롤레타리아적이고 비지성적인 스포츠”였다가, 카뮈에 이르러 ‘축구는 인생의 학교’로 승격됐다. 이후 축구가 그라운드에서는 신체의 예술이 되고 관중석의 사람은 거대한 그림이 되는 팬덤 문화가 형성되면서 축구는 삶의 일부로 편입되기에 이르렀다. 책은 최고의 스포츠가 된 축구의 비밀을 해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제축구협회(FIFA) 회원국이 유엔 회원국을 능가한 이유, 단일 종목의 월드컵 경기의 열기가 전 종목이 출전하는 올림픽을 능가하는 이유를 탐색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저자의 광범한 자료 섭렵, 그리고 자료를 원료로 사유의 심지에 불을 붙여 주변을 밝히는 힘이다. 그 힘은 전적으로 저자의 성실성과 통찰력에 기대고 있다. 세계의 놀이인 축구는 이런 저자를 만날 수 있어 더욱 행복해 보인다.

 


아 동
      우리 동네 미자 씨

    저/역자 : 유은실 글, 장경혜 그림

    출판사 : 낮은산

    2010-06-10 / 104쪽 / 8,800원

    추천자 : 서정숙, 이금이(그림책 평론가, 아동문학가)

 어른이든 아이든, 공부를 잘 하든, 못하든, 잘 생기든, 못 생기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인간의 삶에는 비루함과 남루함, 그리고 비애가 깃들어 있게 마련이다. 전작들에서 어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단함을 포착해, 따뜻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해학으로 풀어내온 유은실의 『우리 동네 미자 씨』에는 세 편의 단편 동화가 연작 형식으로 담겨져 있다. 어린이가 주된 독자인 동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그 또래 아이들이기 마련이다. 동화의 주인공이 어른일 때는 어린이들의 귀감이 될만한 영웅이거나, 어린이보다 더 순수하고 착한 ‘바보’이거나 다시 어린이로 회귀하는 노인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무슨 연유로 마을에 흘러들어온 것인지 분명치 않은 노처녀 ‘미자 씨’다. 남에게 베풀 줄도 모르고, 아이들의 코 묻은 군것질 거리를 빼앗아 먹기 일쑤인 유은실의 ‘미자 씨’는 얼핏 보기에 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외형을 커버할 만한 내적인 매력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 빙충맞은 어른이다. 그런 미자 씨와 부모의 이혼으로 큰집에 얹혀사는 열두 살 소녀 성지에게 공통분모가 있다면 ‘외로움’이다. 그들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과 미자 씨가 행복해지는 길은 감질날 만큼 더디지만, 그렇게 주춤거리며 변화하는 게 인생임을 수긍하게 만든다. 내가 사는 곳,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알기 쉬운 어린이들에게 미자 씨와 성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고 있을 삶의 한 장면을 펼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출처: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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