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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의 읽을 만할 책 선정'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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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2010년도‘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장난감 도시』(이동하, 문학과지성사)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 02월의 읽을 만한 책

 

 

문학

○ 장난감 도시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이동하

○ 출판사 : 문학과 지성사

1982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던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를 이달의 책으로 추천한다.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명작선으로 다시 겉옷을 입고 재출간된 『장난감 도시』를 다시 만난 기쁨은 추천자인 나만의 일은 아니리라 여긴다. 『장난감 도시』는 전후가 배경이다. 1955년경 전쟁이 휩쓸고 간 황폐한 도시의 변두리로 갑자기 이주해 온 한 소년의 영혼이 치러내는 고통스런 통과제의의 성격을 띤 소설이기도 하다. ‘장난감 도시’, ‘굶주린 혼’, ‘유다의 시간’ 이란 제목으로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장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한편의 장편소설로 읽어도 무방하다. 책이 첫 출간 된 지 거의 삼십 년이 지나서 이달의 책으로 『장난감 도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 간 듯한 전후시대를 잊지 말자거나 돌이켜보는 것에만 그 의미가 있지 않다. 물론 『장난감 도시』는 전후시대의 궁핍과 빈곤이란 참담한 상황 앞에 선 인간들의 생리가 곡절 있게 펼쳐지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존재론적인 성찰이 깊이 있게 배어 있는 작품으로도 단연 빛이 나기 때문이다. 전후가 배경이라고 하면 읽기도 전에 먼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여기거나 혹은 그 무게 때문에 기가 질리는 느낌이 드는 독자들이 있었다면 각 장마다 배치된 짤막한 19개, 18개, 16개의 이야기들의 구성 방식을 눈여겨 볼만하다. 거기엔 당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현대성과 작가정신이 일구어낸 연금술이 이 아픈 이야기들을 어느 불빛 아래 품격 있게 발효시키고 있다. 재출간된 『장난감 도시』를 다시 읽는 동안 이 책의 출간년도인 1982년을 생각했다. 그때 대학 신입생이었던 내가 이 책을 읽고 수혈 받았던 내면의 그 많은 빛과 그늘 들이 2010년인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위력을 느꼈다. 세월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불멸하는 문학작품의 힘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추천자 : 신경숙(작가)

 

 

역사

잉카 최후의 날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킴 메퀴리/ 최유나

○ 출판사 : 옥당

1532년 11월 16일,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168명의 스페인 군대는 8만의 잉카대군과 맞섰다. 불과 몇 시간 후 스페인군은 7,000여명의 잉카군을 학살하고 황제 아타우알파를 생포한다. 황제는 한 방 가득한 몸값을 지불했으나 피사로는 황금만 챙긴 후 죽여 버렸다. 수수께끼의 마추픽추 문명을 건설한 인구 1천만의 잉카가 168명의 스페인군에 의해 멸망당한 것이 과연 사실인가?

인류학자이자 작가인 킴 매쿼리가 집필한 『잉카 최후의 날』은 이 수수께끼 왕조의 멸망의 날을 잉카와 스페인 양측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새롭게 조명한다. 스페인 인들이 자신들의 견지에서 기록한 잉카사의 한계를 아마존 강 유역에서 잉카 제국을 기억하고 있는 ‘요라(yora)’라는 부족을 찾아냄으로써 잉카인의 시각을 가미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저자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잉카의 어린 황제가 대규모 반란군을 이끌고 스페인 병사들과 맞서 싸웠고 그들을 거의 소탕할 뻔했었으며, 아마존 밀림 속에 비밀의 도시 빌카밤바를 세우고 36년 동안 치열한 게릴라전을 펼쳐나갔다는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해냈다. 새로운 사료 덕분에 스페인군과 잉카군의 전투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살아 꿈틀댄다.

구두 수선공, 재단사, 선원, 대장장이, 목수, 상인 등으로 구성된 스페인 인들이 목숨 걸고 남미까지 간 이유는 물론 황금 때문이었다. 황제 아타우알파가 비운의 운명을 맞게 된 이유도, 피사로 형제들과 디에고 데 알마그로가 벌인 동지들 간의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잉카 멸망의 원인에는 외부의 적보다 황위를 빼앗으려는 내부의 적을 더 두려워한 잉카의 황위 다툼도 포함된다. 역사의 수수께끼를 추적하면서 그 속에 인간의 욕망과 모험, 그리고 교훈까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작품이다.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철학

 

○ 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프랑수아 줄리앙/ 박치완 외

○ 출판사 : 한울아카데미

아르키메데스라는 철학자는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면서 벌거벗은 채 뛰쳐나온다. 왕이 황금의 정확한 양을 측정하라는 명령에 따라 부력의 원칙에 착안하여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수학 문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어떤 한 지점을 정해주면 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렛대의 원칙을 발견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서양 철학의 배경에는 원칙에 대한 끝없는 추구가 있다. 확실성에 목말라 하는 근원적 욕구가 오늘날의 서양 철학과 서양 과학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스 철학과 중국 철학을 전공한 파리 제7 대학의 줄리앙 교수는 원칙과 같은 고정관념의 유용성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동양의 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 무엇인가에 의존해서 세상을 본다는 것은 편견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하는 사물의 전체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가? 만약에 어떤 사물을 360도 방향으로 360도를 돌리면서 디카를 찍는다면, 존재자의 모든 단면을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3D 컴퓨터 그래픽스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로 모든 단면의 합을 순차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존재자의 전체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은 존재자의 전체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사실 사물을 보고 있는 자신의 눈을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도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떠한 과학기술을 동원해서도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현자는 어떤 고정관념에도 얽매이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지혜를 갖춘 사람이다.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정치/사회

 

○ 보이지 않는 사람들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박영희

○ 출판사 : 우리교육

이 책은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의 삶을 인권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경제적 인권은 정치적 인권과 달리 가시적인 박해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권이란 추상적 차원에서 교과서를 통해 가르치면, 마치 헌법조문처럼 시험답안용으로 암기되기 십상이다. 오직 살아 있는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얘기할 때 비로소 우리의 마음에 꽂힌다. 효에 대해서 세 시간 강의를 듣는 것보다는 심청전을 애절한 판소리로 감상할 때, 효의 중요성이 우리 마음속에 깊이 꽂히는 것처럼. 폭력과 달리 불평등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 앞의 노점상, 아파트의 경비원들은 우리 앞에 늘 존재하지만, 대개의 경우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 투명인간들이다. 화려한 도심의 일상적 삶으로부터 격리되어 그늘진 변두리에 밀려나 마치 가로수나 전봇대처럼 눈에 띄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을 실물과 육성으로 만나게 된다. 재개발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철거민들, 토끼몰이 식 단속을 당하며 살다가 길에서 다 늙어버린 노점상들, 마누라와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쓰레기와 전쟁을 해야 하는 개인 용역 환경미화원들, 알바와 학교 사이에서 또는 살아남은 자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자의 갈림길에서 등록금을 마련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가난한 대학생들, 입주민들로부터 온갖 모질고도 야박한 수모를 감당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원들, 빵과 자유를 열망하는 새터민들 등.

-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제/경영

 

○ 컨슈머 키드 : 소비에 탐닉하는 아이들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에드 메이오, 에그니스 네언 / 노승영

○ 출판사 : 책보세

현대 사회에 창궐하고 있는 상업주의는 천진난만해야 할 어린이들마저 물질주의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인 영국 사회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시한 전 세계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사례를 들어 그와 같은 세태를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우리로 하여금 상업주의의 확산을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을 느끼게 만든다. 첨단 정보기술로 무장한 기업은 어른이든 어린이든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선전 공세를 펴고 있다. 그 결과 심지어 패션산업에서도 어린이들이 주요 고객층으로 등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다. 식품회사의 융단폭격 식 선전에 판단력이 흐려진 어린이는 불량식품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저자들은 어린이에 대한 상업주의의 공격이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이 비관적인 어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끝 부분에서는 상업주의의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를 되찾은 어린이들의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의지만 있다면 상업주의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바로 어른들의 몫임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고 있다.

사례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 이 책을 읽는 데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각주가 시선을 어지럽힌다는 점이 일반 독자들의 읽는 즐거움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독자가 아니라면 각주들을 무시하고 읽는 즐거움을 택하는 쪽이 더 좋을 것 같다.

-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과학

 

○ 20세기 수학자들의 초상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디트마 다스 / 박승의

○ 출판사 : 궁리

아기가 태어나서 말을 하고 수를 세기 시작하면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학’을 접한다. 그러나 막상 졸업을 하고 나면 사인 코사인의 수학적 공식을 배웠던 것이 자기 삶에 어떤 도움을 주었고, 줄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은 수학이란 단지 계산하고 필요한 공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밖의 우리 일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20세기를 빛나게 하였던 선도 수학자 20명의 이야기를, 그들의 공적을, 그들의 왜 20세기를 선도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창의적 경험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것은 자서전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을 동원한 소설 형식이라 가상적인 것도 있지만 각각에 대한 중요 업적과 그들에 삶에서의 특별하였던 점등을 이야기 하려는 노력이 있다. 수학은 상상력이며 수학자는 이를 명료하고 분명하게 이해하여 표현하려는 노력자이다. 창의를 가능하게 하는 ‘변환’ 경험을 이 책에서 20세기를 선도한 최고의 수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속에 빠져 아무런 성과 없이 헤매고 있었소. 막막하기만 하였지… 중략 … 그런데 어느날 … 중략 …온갖 아이디어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몰아쳤죠. 나는 그런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서로 충돌하고, 서로 엉켜 확실하게 연결되는지를 느끼게 되었죠 … 중략 … 물론 그것이 곧바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소 … 중략 … 그 다음날 완전히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버스를 타게 되었지 … 중략 … 단번에 아주 순간적으로 그 뭔가가 내 생각의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죠. 그것은 ‘변환’이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

- 추천자 : 최영주(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예술

 

○ 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제러미 시프먼 / 임선근

○ 출판사 : 포토넷

10대 이전에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을 살펴보면 훗날 그의 작품세계를 빛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이미 다 들어 있다. 물론 다섯 살에 썼던 작품 같은 것들은 아직 악보 자체를 그릴 줄 몰라 아버지가 노래로 흥얼대는 모차르트의 선율을 받아 적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모차르트가 일찍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그대로 악보로 옮기면 작품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요즈음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다섯 살짜리들의 완벽한 음악들을 들어보면 이제 모차르트는 천재 축에도 낄 수 없는 시대가 왔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겨우 마차나 말로 인근 지역들을 여행할 수 있었던 1750년대 다섯 살인 모차르트가 자기가 직접 작곡한 피아노곡 미뉴에트를 가지고 잘츠부르크 대학교에서 데뷔공연을 한다는 소식은 세간의 볼거리가 될만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한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못지않게 음악적 신동이었던 모차르트의 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는 한 수 위 신동 볼프강이 뜨는 순간 빛을 잃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작은 모차르트에게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은 늘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가득하다. 이러한 이야기 거리가 두 개의 CD에 담긴 모차르트의 음악과 함께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봄을 기다리며 음악도 듣고 18세기 주변을 산책하듯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어느덧 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이 책의 장점은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편안하게 안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적 음악책들이 아무래도 우선은 지식을 전하는 것을 우위에 놓게 마련인데, 이 책은 음악책은 음악을 들려주는 책이라는 입장이 돋보여 좋다. 그냥 CD를 두장 산다고 해도 책값을 훌쩍 넘을 것이니, 이 책을 그냥 한 권 구입하는 것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교양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윤성근

○ 출판사 : 이매진

한 젊은이가 있다. 서울 정릉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젊은이는 초등학교 때 벌써 종로서적의 위력을 알았다. 걸어서 2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종로서적에 있는 수많은 책을 마음대로 읽기 위해 그 먼 길을 걸어서 다녔다. 그 젊은이가 커서 잘 나가는 직장에 취직했다. 10년 이상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받는 회사를 다녔다. 그러던 그 젊은이는 어느 날 우연히 책 하나를 집어 든다.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다. 혁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필’을 받은 그 젊은이는 곧바로 회사에 사표를 낸다. 2002년 무렵의 일이다. 남들은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던 그 때 혁명이라니, 그래서 보기에 따라서는 참 철없는 젊은이다. 그 젊은이는 출판사에 취직해 2년 정도 다녔고 책 만들기의 진부함에 진력이 난 그는 헌책방에서 다시 2~3년을 보낸다. 알고 보니 책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2007년 봄 헌책방을 그만둔 그는 직접 헌책방을 냈다. 자기가 읽은 책, 자기가 권하고 싶은 책만 파는 그런 헌책방이었다.

이런 젊은이가 서울 한 구석에서 열심히 자기 삶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이 반갑고 서글프다. 반가운 것은 여전히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서이고 이런 젊은이가 갈 수 있는 곳이 헌책방뿐인가 해서 서글프다. 모든 것이 돈과 권력, 명예뿐인 세상에서 이런 젊은이가 서울 한 곳에서 꼬물대고 있다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도 이젠 우리 시대의 중요한 교양이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실용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오츠 슈이치 / 황소인

○ 출판사 : 21세기 북스

책의 도입부는 이렇다. 병상에 누운 환자가 그를 보살펴주는 의사에게 조심스럽게 ‘당신도 후회를 하는가’ 하고 묻는다. 의사는 ‘늘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고 대답해 준다. ‘무엇을 후회하느냐’는 환자의 질문에 의사는 말을 끝맺지 못한다.

저자 오츠 슈이치는 말기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마지막을 배웅하는 의사다. 그는 호스피스 전문의답게 넓은 귀를 가졌다. 육신에 이어 정신의 고통을 겪는 환자들 앞에 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마주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물론 경청 자체가 어떤 심리치료보다 훌륭한 의료행위일 수도 있겠다. 대화의 풍경은 비슷하다. 환자들은 대부분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회한을 품는다. 거기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 책은 그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만난 인물은 1000여 명에 이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싶었던 첫 번째 후회부터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하는 마지막 스물다섯 번째 후회까지 인간 내면의 커튼을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있다. 사실 이런 유형의 책이 신선한 것은 아니다. 내용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한번씩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일상에서 늘 만나고 그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실천에 인색했던 항목들이다. 그러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임상경험에서 건져 올린 사례들을 담아 가슴을 파고드는 힘이 있다. 때론 통속적이고, 때론 욕망의 포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솔직하고, 메시지는 감동적이다.

이 책은 삶의 나침반이기도 하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말기 환자의 고백은 삶의 진실을 전한다. 삶을 향한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이렇다.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은 모든 일을 지금 하세요. 바로 지금!”

-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아동

 

○ 거울속으로

○ 추천월 : 2010년 02월

○ 저/역자 : 이수지

○ 출판사 : 비룡소

한 여자 아이가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외롭게 앉아 있다. 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자기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는 거울 속 아이에게 차츰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 둘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춤을 추게 되고, 한 마음이 되어 춤을 추는 절정의 순간에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거울 속 아이는 더 이상 주인공 아이의 동작을 따라 하지 않는다. 그런 거울 속 아이에게 삐친 주인공 아이는 거울을 밀어버린다. 이 때 거울의 물리적 모양이 화면에 드러나면서 이제까지 거울 속에서 하나였던 둘은 서로 다른 존재임이 명백해진다. 거울에 비친 아이는 깨진 거울과 함께 사라져 버렸고, 아이는 다시 혼자가 된다.

이 그림책은 이미 2003년에 이탈리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출판된 이수지의 그림책으로, 이 그림책에는 그 동안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작가만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글도 없고 배경 묘사도 없어서 주인공 아이의 심리에 오히려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그림, 춤을 추는 아이들의 흥겨움을 나타내기 위해 첨가된 주황색과 노란색, 하나 되어 거울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을 표현하기 위해 양쪽 펼침 면 전체를 하얀 공간으로 남겨둔 연출 방식은 모두 이야기 표현에 효과적이다. 또한, 전신 거울처럼 긴 모양의 책 판형을 비롯하여 그림책 모티브인 거울 상(象)으로 된 제목 글씨와 면지의 그림 장식 등, 그림책의 본 텍스트뿐만 아니라 주변텍스트(paratext)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한 구성이 돋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린이도 통상 부정적 정서로 불리는 화나 질투, 두려움, 슬픔 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이 그림책은 외로움이나 우울함의 정서를 느껴보았거나 느끼고 있는 어린이로 하여금 자신과 닮은 아이의 모습을 타자화(他者化)시켜 바라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더구나 이 그림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므로 어린이가 그림책 속 아이의 마음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게 해주고, 그림책 속 아이에게 말을 건넬 여지를 많이 준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그림책 속 아이에게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림책 속 아이의 첫 모습과 마지막 모습이 모두 외로워 보여 다소 침울한 느낌을 주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책을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하는 이유다.

- 추천자 : 서정숙, 이금이(그림책 평론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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