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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의 읽을 만 한 책 선정"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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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손가락이 뜨겁다』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 8월의 읽을 만한 책

○ 손가락이 뜨겁다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채호기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채호기 시인은 이미 ‘수련’ 연작들을 통해 이미 탐미적인 한 세계를 이루어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언어 자체의 의미를 추구하며 구애자처럼 시를 쓰는 시인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구애는 닿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것이어서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하지만 그럴수록 그 세계는 영원히 부재중일거라는 텅 빈 고독을 동반한다.

맑은 물 아래 또렷한 조약돌들/ 당신이 보낸 편지의 글자들 같네./ 강물의 흐름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편안히 가라앉은 조약돌들/소곤소곤 속삭이듯 가지런한 글자들의 평온함 /그러나 그중 몇 개의 조약돌은/물 밖으로 솟아올라 흐름을 거스르네./세찬 리듬을 끊으며 내뱉는 글자 몇 개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겠죠 - 「편지」 중에서 -

위에 인용한 시와 같이 시집을 열면 우리가 어느 결에 잃어버린 말과 열정과 사랑의 숨소리가 내면은 격렬하나 표면은 나직한 물살처럼 흘러가고 있다. 이 시집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강물처럼 여겨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메시지가 아니라 순수하게 언어 자체만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당신, 보이지 않는 당신, 나만 아는 당신, 속으로 깊숙이 전진해 들어가는 시편들을 따라가는 일은 사랑한다, 라는 말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사랑한다 당신을/ 당신을 껴안는다/ 당신은 없다/ 백지위에/ 당신/이 남았다./당신/을 떼어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쓰다듬었다/ 동글동글하고 말랑말랑한 당신 - 「당신」 중에서 -

이 불타오르는 여름날, 이 아름다운 시의 에로스를 수혈 받을 수 있다면 거칠고 포악한 것들을 동글동글하게 바꿔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바위덩어리처럼 견고하게 굳어진 이 세계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 아름답고 간절한 구애가 그 견고한 세계의 어느 한 귀퉁이에 이 열렬한 깊은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시편들이 뜨겁게 꿈틀거리고 있는 시집이다.

추천자 : 신경숙(작가)

중국 소수 민족 신화 기행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김선자

○ 출판사 : 안티쿠스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은 영토로는 전 중국의 63% 이상을 차지하되 인구수로는 9%가 채 되지 않는 55개 소수민족들의 신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크게 귀주성, 운남성, 티베트, 신장, 만주, 광서성 여섯 지역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오래된 노래를 통해 고대인들의 상상력이 담겨 있는 신화의 원형을 제시한다. 신화 탐구서지만 그 어느 여행서보다 흥미진진한 중국 오지 여행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저자는 2007년에 출간한 『만들어진 민족주의-황제신화』에서 중국이 ‘중화문명탐원공정’ 등으로 신화였던 황제를 실존인물로 만드는 이유가 중국 내 소수민족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의 민족까지 황제의 자손으로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은 한족(漢族)들이 만드는 이런 정치적인 지배이념에 대해 소수민족들의 오래된 신화로 대답하는 듯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수민족이지만 그들의 노래와 신화 속에는 유쾌함과 결코 좌절하지 않는 생명력이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정복하거나 대립하는 대신 자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것이 소수민족들의 철학임도 전해주고 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의 시작을 황제(黃帝)와 치우(蚩尤)의 싸움으로 서술했다. 패배한 치우족의 한 무리는 동북으로 가서 동이족이 되었고, 다른 한 무리는 남방으로 가서 묘족(苗族:마오족)이 되었다. 명나라가 자신들의 지배에 복속하는 숙묘(熟苗)와 그렇지 않은 생묘(生苗)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귀주성에 남방장성을 쌓은 것은 고대 진나라가 동이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은 목적과 같다. 명사수가 무서워서 숨어 버린 해와 달을 부르기 위해 수탉을 보냈더니 드디어 해와 달이 나왔다는 묘족의 신화는 왠지 우리와 무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생활 풍습은 달랐을지 몰라도 소수민족들의 신화와 생활모습은 인간의 원초적인 상상력과 생명력을 속삭여준다. 오래지 않아 사라질지도 모를 소수민족들의 노래와 신화에는 지금은 원형을 찾기 어려운 옛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에두아르 쉬레/진형준

○ 출판사 : 사문난적

인도의 수많은 인종을 묶어 오늘날까지 하나의 영혼 속에 살아 숨 쉬게 만든 것은 3000년 전 크리슈나가 창시한 힌두교였다. 크리슈나 이외에도 민족의 종교를 창조한 인물로는 라마, 헤르메스, 조로아스터, 모세, 오르페우스, 모하메드 등이 있다. 베다 시인들은 후대의 어떤 시인들도 넘보기 힘든 위대한 노래를 남겼다. 하지만 시와 예술만이 아니라 문명에 속하는 거의 모든 지혜와 원리가 종교의 품안에서 나왔다. 8000년 전부터 불과 몇 세기 전까지 인류의 정신적 진보는 승려와 사제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영적 선지자들의 종교적 체험을 소설적인 필체로 그려내는 대중 교양서이다. 120년 전에 처음 발표되었지만 아직도 문장들이 젊게 살아 있어 고전적인 저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종교들이 하나의 원리로 수렴하고 모든 선지자들이 서로의 가르침을 확증하는 관계에 있다는 관점에서 종교의 여명기에서 예수까지의 역사를 서술한다. 그것은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진리를 찾는 과정이고, 종교를 통해 인류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공통된 정신적 흐름을 구하는 과정이다. 인류 전체, 따라서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신비주의이다. 여기서 신비주의는 영혼이 우주의 비밀을 여는 열쇠이자 초월적인 세계의 일부라는 믿음을 말한다. 이런 믿음을 비웃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지만, 이른바 웰빙에 대한 관심은 영혼에 대한 관심으로, 영혼에 대한 관심은 영성에 대한 관심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긴 수명의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 청와대 VS 백악관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박찬수

○ 출판사 : 개마고원

한국에서 가장 권력이 센 곳은 당연히 청와대이다. 그리고 미국, 아니 세계를 움직이는 곳은 백악관이다. 1950년대 냉전과 핵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대통령의 결정이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연구하는 대통령학이 생겨나 많은 업적을 쌓아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통령의 정책결정 과정과 청와대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VS 백악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책이다. 네 차례의 한국대선과 두 차례의 미국대선을 취재했으며 2년간 청와대 출입기자로, 이후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청와대와 백악관을 현장에서 살펴본 베타랑 정치 전문기자가 쓴 이 책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청와대와 백악관에 대한 궁금증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해소해주는 유익하면서도 읽는 재미가 쏠쏠해 피서용으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 책은 항상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청와대와 치밀한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난 백악관의 차이를 대비하면서도 권력의 속성 때문에 두 권력기관에 공통점도 아주 많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즈음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올바른 사람을 쓰고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는 스마트 파워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와 세계의 최고 권력기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미래건설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추천자: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윤종록

○ 출판사 : 생각의나무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더불어 세상은 급속하게 달라지고 있다. 저자는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만 디지털 기술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라는 책 제목이 저자의 의도를 잘 말해주고 있다. ‘호모디지쿠스’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인간형을 뜻하는 말이다. 저자는 지금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는지를 찬찬히 설명해 주고 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전례 없이 급격한 변화의 흐름에 휩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추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자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호모디지쿠스로의 진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민족이 호모디지쿠스의 자질을 농후하게 갖고 있다는 저자의 견해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게임이 유달리 활발한 이유를 남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남들과 같은 울타리 안에서 안도하는 기질에서 찾고 있다. 또한 24개의 자모로 어떤 소리나 느낌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이상적인 문자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느 누구나 읽기 쉽게 평이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가끔 전문적 용어가 등장하지만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책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적절한 예들은 읽는 즐거움을 더 크게 만들어준다. 모두가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사회의 재창조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조너선 색스/서대경

○ 출판사 : 말글빛냄

사회란 무엇일까? 생존에 긴요한 것이어서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공기나 물처럼, 인류는 자신이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의 존재 가치에 너무나 무심해 왔다. 그러한 경향은 다채로움을 더해가는 현대사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날로 복잡성을 더하고 있건만, 사회에 대한 관념은 다인종, 다문화 상황을 인정하는 상식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쓴 『사회의 재창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기술발달, 도덕성 상실, 가족 붕괴, 탈국가화 등이 진행 중인 현 시대상황이 진술되어 있고, 2부에서는 새로운 사회구성을 위한 이론적 원리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3부에서는 차이와 존중을 지향하는 확장된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사회질서의 재구성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영연방 유대교단의 최고 지도자로 종교 부문의 노벨상에 해당하는 그라베마이어 상을 위시한 수많은 수상경력과 작위를 수여받은 저자 색스에 대한 소개는 더 이상 불필요하리라 본다. 랍비 서품을 받은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오늘날 사회를 잠시 들려 머물고 가는 별장이나 호텔에 비유하면서, 미래 사회는 인류가 정을 붙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고향’이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지금의 사회는 시장과 국가라는 두 가지 거대 기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고향으로서의 사회에는 공공성, 특히 그 정신적 차원에 해당하는 공공적 도덕성이 내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으로, 대통령의 재산헌납을 계기로 나눔과 존중이라는 도덕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되어가는 우리의 시대 상황과 부합된다고 생각하여 일독을 적극 권장한다.

추천자 : 김문조(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기후, 예고된 재앙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제르다 북스바옴 외 / 금기숙 외

○ 출판사 : 알마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 국(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겠다”며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동참을 강조했다. 이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구의 과제가 됐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산업화된 문명을 지탱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기후 변화의 원인임을 부정할 이는 많지 않다. 이 책은 온실효과를 현재진행형으로, 즉 기후 변화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동시에 어떤 경우엔 연구의 불확실성이나 과학적 논쟁까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저자들의 의도와 관련돼 있다. 저자들은 급변하는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의사결정이 시민적 수준에서 내려져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과학적 논쟁이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는다. 과학적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를 초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것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기초, 기후 변화가 초래할 결과의 진단, 그리고 기후 변화의 사회경제적 맥락에 집중한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지만 결과들을 수량화하는 데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사실도 솔직히 공개했다. 과학에서는 ‘사실’이 중요하다. 독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사실에 접근해 사회적 의사결정의 구도와 기후 변화 책임의 문제를 이해하는 태도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추천자: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위원)

○ 이미지 시대의 역사 기억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남수영

○ 출판사 : 새물결

그동안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는 기록물로 보통 인식되는 것이 상례였다. 어떤 지역의 삶과 사람들, 어떤 사건의 객관적 사실들, 어떤 일이나 사고, 혹은 전쟁이 일어난 현장들을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담는 다큐멘터리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지려던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거나, 가보지 않은 어느 곳의 실상을 전달하는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아왔다. 특히 2차 대전 당시를 비롯한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포탄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그 기록을 담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까를 늘 상기시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팀을 매우 존경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을 발휘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다큐멘터리의 존재 가치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망하고 있어 흥미롭다.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다큐멘터리라는 과거의 시각과 달리 필자는 다큐멘터리 역시 이미지의 한 형태로서 그것은 사건과 우리의 현재 및 미래를 잇는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무엇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1세기 초 가장 충격적이었던 세계무역센터의 붕괴 사건이 있었다. 우리가 거듭 반복해서 보게 된 그 사건 현장 다큐멘터리는 사건 배후에 있는, 폭력으로밖에 스스로를 표현할 수 없는 소외집단의 만행을 빈곤하게 반복한다. 상기해 보자면 이것이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의 박제된 이미지였다. 하지만 필자는 그 다큐멘터리 영상의 이미지는 일어난 사실을 증명하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 인식 안에서는 적어도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면서 이를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의미 창출로 연결하는 창조적 반복의 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이 태어나는 이 과정은 시간의 직선적 흐름에 순응하지 않는 우리의 창조적 상상과 연결되어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연다. 중요한 다큐멘터리 몇 편을 이런 시각에서 조망하고 있는 이 책은 한 마디로 신선하다.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앨리스 스타인바흐/ 김희진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앨리스 스타인바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신문기자 출신의 50대 미국작가다. 국내에도 『앨리스, 30년만의 휴가(Without Reservation)』라는 책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스타인바흐는 이번 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전작(前作)은 오랜 기자 생활 중에 맞이한 안식년 동안 유럽을 체험한 초보 단계의 여행기 내지는 자기 탐사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작심하고 언론사를 그만 두고서 전문 저술가로 나서 낸 첫 책이다. “그 때 나는 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저자의 이 말은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50을 넘긴 저자는 어려서 꿈꾸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 나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깊이 있는 여행체험서임과 동시에 저자가 가지 못한 길을 ‘잠시 동안이나마’ 되돌아보는 시간여행서이다. 저자는 프랑스 요리학교 리츠 에스코피에의 요리강좌에 등록하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양치기 개 조련법을 배운다.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간 앨리스는 예술 강좌를 듣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제인 오스틴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이어 일본에서는 전통 춤과 다도(茶道)를 배우고 프랑스 아비뇽에서는 정원 손질을 배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그렇다고 그가 요리사가 되려는 것도, 개 조련사가 되려는 것도, 정원사가 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앨리스는 이런 식의 여행을 시도한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나는 그보다 내가 무엇을 배우기 위해 떠났고, 또 어떤 깨달음을 갖고 돌아왔는지를 말하고 싶다.” 여행하면서 경치만 보지 말고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이 책은 사람만 만나지 말고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삶을 배우라고 말한다. 여행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 침대 밑 그림 여행

○ 추천월 : 2009년 08월

○ 저/역자 : 권재원 글, 그림

○ 출판사 : 창비

화가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화가가 색과 선으로 창조한 가상 세계에 관객이 참여하는 행위이다. 즉, 화가가 창조한 상상 세계를 관객이 만나는 일인 것이다. 비단 그림만이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 연극 할 것 없이 예술 감상 행위라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독자 또는 관객이 동참하는 행위일 것이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침대 밑 그림여행』은 예술 감상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그림이는 소방관 복장을 하고 놀고 있다. 혼자 상상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마침 빨간 불자동차가 나타나 앵앵 소리를 내며 침대 밑으로 들어가고, 불자동차를 따라 그림이는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그랬더니 침대 밑에는 그야말로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다.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이는 이들에게 불자동차를 보았느냐고 물으며 이상한 여행을 계속한다. 그런데 이때 그림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마르크 샤갈, 페르난도 보테로,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빈센트 반 고흐, 조르조 데 키리코, 오귀스트 로댕, 윤두서, 에드바르 뭉크, 호안 미로, 앙리 마티스 등의 작품 속 인물인 것이다. 그림이는 이들과 만나 묻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함께 춤도 추면서 다양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 그림이는 불자동차를 찾아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오는데, 그곳이 바로 맨 처음에 자신이 침대 밑으로 들어갔던 그 장소인 것이다. 이 책은 예술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작가와 독자, 예술가와 관객의 만남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가서 놀라운 세계를 경험했듯이 이 책의 주인공 그림이는 불자동차를 따라가서 놀랍고 새로운 미술 세계를 경험한다. 독자인 우리는 그림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 감상은 곧 꿈같이 매혹적인 상상 여행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느끼게 해준다. 만화 풍의 그림과 아주 다른 스타일의 다양한 작품들이 한 권의 책에서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본문 뒤에는 ‘그림이 신문’난을 두어 독자가 화가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게 한 것도 흥미롭다.

추천자 : 이상교(아동문학가), 엄혜숙(아동도서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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