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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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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 ‘5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자.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 5월의 읽을 만한 책

○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자.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이혜경 외

○ 출판사 : 강

문학 속에서 우리 서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외국 문학을 읽을 때 그 배경이 파리나 도쿄였을 경우 작가가 그 도시들을 어찌나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를 해놓는지 작품을 읽는 동안 엉뚱하게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곳에 가서 나도 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들처럼 그 길을 걷고 싶고, 그 어느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싶고 그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서점에 들어가 책도 사고 커피도 마시고 누군가를 사무치게 기다려 보기도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작품 속의 화자들이 그 도시를 사랑해야 한다. 서울을 배경으로 각각 한 편씩의 단편 소설을 써낸 아홉 명의 여성작가들은 제각각 독특한 개성으로 지금의 한국문학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 작가들이 그려내는 서울은 누구의 서울이 아니라 우리의 서울이다. 북촌이나 삼청동, 홍대 앞이나 혹은 강변북로 그리고 숱하게 우리의 발짝이 찍힌 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광화문이나 시청 그리고 명동이나 밤섬 등에서 제각각 자기의 한 시절을 발견할 때 얼른 두 눈을 부릅뜨고 집중해서 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아홉 명의 탁월한 작가들에게 포착된 서울은 그리 애틋하지 않다. 이 서울에서 살아내기가 얼마나 벅찬 일인가를 새삼 실감하는데서 공감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신혼집에 벌레가 나타나고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평생 거짓말을 하고 희망이 없어 자살을 생각하는 암울하고 어두운 서울. 우리 서울이 그 수많은 군상들을 품에 안고 있으면서도 일상적으로는 사랑받지 못한 도시였음을 깨달아 가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책을 읽듯이 혼자 걷고 싶고, 먼데 있는 누군가를 불러들여 보여주고 싶고, 공유한 역사나 개인의 은근한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은 공간으로서의 서울은 아직 먼 얘기일지 모르나 아홉 개의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의 서울이 생존의 터로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고독을 함께 공유해왔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추천자 : 신경숙(작가)

○ 클레오파트라의 바늘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김경임

○ 출판사 : 홍익출판사

몇 년 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의 대영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자국(自國) 유물보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서 약탈해 온 유물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전시 유물들은 과거 시장에서 팔려나갔던 노예들의 현대적 형상이었다. 수많은 아프리카·아시아인들의 피와 눈물이 약탈 유물들에 스며들어 있었다. 실크로드 돈황의 막고굴은 정반대로 약탈당한 현장이었다.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던 차에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란 부제가 붙은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 출간되었으니 기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역임하면서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한 국제적 시각을 갖게 되었고, 꾸준한 연구 결과 이 책을 펴낼 수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란 유럽인들이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에 붙였던 별칭이다. 기원전에 로마의 아우구스투스가 카이로 부근의 헬리오폴리스에 1천 년 이상 서 있던 오벨리스크를 뽑아간 데서 시작하니 오벨리스크 약탈사도 장구하다. 우리도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된 후 수많은 문화재가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약탈당했으니 이집트 못지않은 피약탈사를 갖고 있다. 이 책은 세계 유수의 문화재 약탈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약탈의 현장으로 안내하면서도 약탈당한 문화재의 사연과 현황의 서술에 그치지 않고 약탈 문화재의 반환이란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4장 ‘그들은 어떻게 문화재를 돌려받았을까’나 제5장 ‘빼앗긴 우리 문화재는 언제 돌아올까’는 저자의 이런 일관된 관점의 소산이다. 덴마크에서 아이슬란드로 돌아간 고문서와 미국에서 헝가리로 돌아간 성 스테픈 왕관 등의 반환 사례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나 몽유도원도, 이토오가 반출해 간 수많은 규장각 도서 문제 등과 맞물리면 우리의 현재 문제가 되고 바람직한 미래가 된다. 이 책의 마지막은 2002년 세계적인 박물관의 대표들이 모여서 발표한 소장 유물들을 반환할 수 없다는 성명서에 대한 비평으로 끝맺는다. 제국주의와 식민으로 얼룩졌던 19, 20세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약탈당한 문화재들이 제자리에 돌아올 때 비극의 제국주의 시대는 정신적으로도 끝나면서 공존과 평화의 21세기가 열릴 것이다. 전 지구적 약탈 문화재 반환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문화인이라면 일독해야 할 책이다.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횔덜린의 송가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마르틴 하이데거/최상욱

○ 출판사 : 서광사

“너희가 믿느냐? 시가 과학보다, 구태의연한 철학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시야말로 역사적 공간을 꼴 짓는 위대한 건축이자 미래에 내기를 거는 최고의 정치라는 것을? 너희가 정녕 믿느냐? 시인이 인간과 신 사이의 반신(半神)임을?” “믿습니다. 시인은 신의 눈빛을 인간에게 전하는 천사임을. 저 흐르는 강처럼 시인은 미래를 열면서 다시 존재의 시원으로 돌아가는 물결을 일으킵니다. 시인이여, 그대만이 민족에게 역사적 귀속감을 일깨우고 그대만이 조국을 한없는 그리움 속에 부르게 합니다. 나는 믿습니다. 시가 없다면 벅찬 역사도 희망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우리’라는 공동의 운명체부터 시 없이는 태어날 수 없지요. 시가 없다면 인간은 동물처럼 살게 될 것입니다. 시가 있기에 정신적인 모든 것이 하나로 모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용기를 얻습니다. 시인이여, 그대는 이 궁핍한 시대의 구원자입니다. 오직 그대만이 신이 인간을 다시 찾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인 횔덜린과 철학자 하이데거 사이에 오고 간 대화이다. 하이데거는 40여 년의 후반기 학문적 인생을 횔덜린과 대화하면서 보냈다. 이 대화를 통해 그는 2천년 이상의 서양 사상사 전체와 작별하고 미래 사상사를 여는 전혀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구하고자 했다. 그것은 또한 그의 존재론이 역사-정치철학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했다. 『횔덜린의 송가: 게르마니엔과 라인강』은 이 길고 긴 대화의 첫 대목이다. 이것은 철학이 시와 만나는 가장 극적인 장면에 해당한다. 이 책이 있어 20세기의 철학자들은 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국어 교실이나 창작 교실에서 이런 철학과 시 사이의 대화가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추천한다.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알리샤 C. 셰퍼드

○ 출판사 : 프레시안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일까? 여러 조건 중 제 1순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 바로 언론의 자유이다. 다시 말해, 언론의 자유, 특히 국가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고발이 없는 민주주의란 생각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1970년대 초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하마터면 단순한 절도 사건으로 끝나고 말았을 이 사건은 <워싱턴 포스트>의 젊은 두 사건 기자들의 심층취재에 의해 경쟁 상대인 민주당의 선거 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개입된 거대한 음모의 일환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급기야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알리샤 C. 셰퍼드의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은 미국 정치사와 언론사를 바꾸어 놓은 역사적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두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중심으로 추적한 의미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닉슨 행정부가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어떻게 <워싱턴 포스트>에 압력을 가하고 다른 언론들의 보도를 교묘하게 통제했으며 <워싱턴 포스트>가 이 같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어떻게 사실을 파헤쳐 나갔는가 하는 과정부터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백악관의 취재 시스템에 통합되어 있을 때 두 명의 무명 사건기자들이 어떻게 밑바닥을 훑는 심층취재를 통해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진실을 추적해 갔는가 하는 과정 등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자기보전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력의 생태와 이를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구체적인 역사를 통해 쉽게 깨우쳐 주는 현대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한 대중 교양서이다.

추천자: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 퍼센트 경제학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구정화

○ 출판사 : 해냄

이 책을 읽으면 흥미로운 통계수치를 수없이 만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결혼이 부쩍 늘고 있는데, 2007년에는 그 비율이 13%나 되었다고 한다. 또한 결혼 비용 중 신랑측과 신부측 부담액의 평균치는 각각 1억 2,850만원과 4,395만원이라고 한다. 신랑측 부담액이 더 큰 이유는 신혼집 마련에 드는 비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사실 경제는 거의 전부가 통계수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양자는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통계수치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경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계수치에 관한 지식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정도나 알고 있을 뿐 그 이외의 통계수치는 거의 깜깜한 수준이다. 이 점에서 볼 때 경제 관련 통계수치를 거의 망라하다시피 해서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통계수치의 가장 큰 약점은 재미가 없다는 데 있다. 숫자 그 자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이 점을 간파하고 풍부한 읽을거리를 함께 제공해 독자들의 무료를 달래준다. 책을 읽노라면 저자의 입담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통계수치들을 보면서도 지루함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저자가 너무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음식도 너무 많이 펼쳐 놓으면 질리는 것처럼, 통계수치의 홍수가 독자를 질리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하고 흥미로운 통계수치 위주로 좀 더 단순한 구조로 만들었다면 독자들이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즐거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아메리카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장 보드리야르/ 주은우

○ 출판사 : 산책자

사르트르, 레비-스트로스, 바르트, 데리다, 푸코에 이어 탈(脫)근대론자 장 보드리야르가 학계의 중심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마르크시즘, 정신분석학, 철학, 기호학, 정치경제학, 인류학, 사회학 등 여러 학술 분야에서 근대 지식에 원초적 도전을 제기하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많은 책과 논문들이 그의 논평을 즐겨 다루었는데, 캐나다의 한 학술지는 보드리야르 특집을 마련해, 그를 “불가사의적 존재, 즉 하나의 징후, 기호, 부적 혹은 다음 세계로 인도하는 암호(password)”로 규정하기까지 한다. 보드리야르의 후기 저작 『아메리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친 그의 미국 여행 체험에 근거한 것으로, 미국 여행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묘사는 주로 속도, 사막 그리고 미국 생활의 형이상학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의 국토와 도시 정경들을 지나치며 보드리야르는 “미국에서는 ‘현실적 삶’의 흔적이 사라지고 오직 그 잔향으로서의 박제적 이미지들만 남겨져 있다”고 말한다. 보드리야르의 ‘미국론’은 미국이 실현된 유토피아로서, 노쇠한 유럽과 비교해 완승한 근대성을 대변한다고 결론지을 때 극에 도달한다. 보드리야르의 미국에서는 자본도 정치경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은 결코 미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적이 없으며, 자본은 소위 이 자본주의 대국에서 결코 큰 역할을 담당하지 않고 있다”는 그의 희화적 논평은 금융위기에 비틀거리는 미국의 최근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놀랍다.

추천자 : 김문조(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겨우 존재하는 것들 2.0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김제완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이 책은 저자가 1993년 펴낸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물질세계를 지배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보통 사람들이 다르다고 여기는 물리학과 천문학의 개념 용어, 예를 들면 중성자별, 상대성이론, 중력, 대폭발, 중력파, 원자 모형, 입자, 파동, 쿼크, 대칭성, 표준모형 등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천문학자, 물리학자, 망원경으로 우주론의 역사를 소개한 1장 ‘우주의 개척자’, 20세기 스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다룬 2장 ‘천재의 생각’, 쉽게 이해하긴 어렵지만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계를 보여준 3장 ‘두 얼굴의 티끌 우주’,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를 소개한 4장 ‘자연의 디자인 기법’, 우주의 탄생을 다룬 5장 ‘우주 창조의 원리’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우주의 비밀에 다가섬을 느낄 수 있다. 광자, 중성미자, 쿼크, 글루온 같은 입자들과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같은 힘들도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섞여 있던 그 순간. 에너지만이 존재하는 갓 태어난 우주. 그 뒤 137억 년이 흘러 우리 우주는 팽창을 거듭하고 식을 대로 식어 절대온도 3도로 차가워졌다. 혼돈 가득했던 우주가 휴식에 들어간 셈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베일에 싸인 우주 초기의 모습을 밝혀보는 것은 어쩌면 인류의 의무라는 생각도 든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은 발견하기가 너무 어려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중성미자를 일컫는 말이다. 저자는 물리학이 겨우 존재하는 것들로 이뤄진 자연의 비밀을 밝히는 학문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책으로 최종 이론의 꿈에 도전장을 내밀 독자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 낮은 데로 임한 사진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최민식

○ 출판사 : 눈빛출판사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 최민식. 최민식은 사진집 『인간』 1집(1968년)으로부터 제13집까지 이어지는 『인간』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다. 그는 1928년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사진을 연구하며 찍기 시작한지 50여 년이 된 인물이다. 그의 사진들은 국내외의 수많은 전시회에 선보였고, 그것은 볼 때마다 조용한 시선을 내면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을 발휘해 왔다. 그의 렌즈가 포착한 장면들은 하나같이 시이자 소설이자 드라마이다. 그의 사진은 삶이 지닌 짙은 휴머니즘을 드러내고 있다. 엄마 대신 어린 딸이 동생을 ‘독 사려’ 하듯이 업고 가는 뒷모습이 가슴에 꽂힌다. 꼬질꼬질 때 묻은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에 아이를 지고 가는 또 다른 어린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열심히 지고 가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알이 배긴 아이의 종아리에서는 삶을 헤쳐 나가는 생명력이 묻어나온다. 『낮은 데로 임한 사진』이란 최민식이 자신의 사진 30여 점과 더불어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부산 피난 시절부터 인간과 삶의 본질을 깨달아 알게 된 사진가는 하루도 빼지 않고 50년 동안 셔터를 눌러왔다. 늘 소리 없이 발언을 하고 있는 그의 사진들만 보다가,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구수하다. 그리고 최민식의 사진들은 그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험난한 체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작가가 가슴으로 찍은 사진이 인간의 진실을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사실적 휴머니즘의 작가 최민식을 만나보자. 나날의 고된 삶에서 길어 올린 향수어린 행복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추천자: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정세청세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인디고 아이들

○ 출판사 : 궁리

정세청세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를 줄인 말이다. 그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아이들이다. 부산에 있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인문학을 공부해 온 아이들이 그동안 쌓은 내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가 있다. 2007년과 2008년 부산에서 총 16회의 토론 행사를 가진 아이들은 그 범위를 넓혀 올해는 대구, 서울, 순천, 울산, 전주 등으로 확대해 총 8차례의 토론 행사를 진행 중이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올해 열릴 8차례 토론의 주제를 보면 그 일단이 드러난다. 선택하기, 의심하기, 실천하기, 저항하기, 공감하기, 소통하기, 창조하기, 사랑하기. 고등학생이라 얕보면 곤란하다. 첫 주제 소통하기에서 벌써 장자와 니체의 소통론을 둘러싼 만만찮은 토론이 벌어진다. 물론 장자와 니체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고등학생이 이미 그런 개념으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인문학의 진전이다. 동시에 그들의 독서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료 학생들은 당연히 토론 참가자들의 독서 수준에 자극을 받겠지만 기성세대들도 이들의 말 한 마디, 생각 한 토막에 주목해 봐야 한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지금 어디에 발을 딛고 서서 어디를 향하려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과 더불어 서신 교환 형식으로 우리 지식사회를 대표하는 김우창 교수를 비롯해 박노자, 박이문, 강수돌, 박원순 등이 참여했고 하워드 진 같은 해외 좌파학자의 이름도 볼 수 있다. 약간의 좌편향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고 일단은 그들의 목소리를 기성세대들이 차분하게 경청해 봐야 할 듯하다.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

○ 추천월 : 2009년 05월

○ 저/역자 : 이성실 글, 이태수 그림

○ 출판사 : 다섯수레

요즘 환경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같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도 문제지만 대기 중의 에어로졸에 의해 일사량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지구 흐리기(global dimming)’ 현상에서 오는 지구 저온화도 그에 못지않은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온갖 생물이 모여 사는 지구라는 집이 이제는 결코 안전하지 못한 집이 되고 만 것이다. 물론 기후처럼 큰 문제에 관해 한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작다. 그러나 개인 하나하나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할 때 우리에게 좀 더 밝은 미래가 다가오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는 시사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보잘 것 없는 지렁이가 어떤 일을 하는가를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 관해 관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언뜻 보면 별 매력이 없는 동물이지만, 이것저것 자세히 알고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다. 지렁이는 피부로 호흡을 하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몸의 일부분이 잘려도 다시 재생이 된다. 또 흙을 먹고 다시 흙 똥을 누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땅에 숨통을 트이게 하고, 땅을 비옥하게 하여 식물이 잘 자라게 한다. 지렁이라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땅속 농부’요, ‘환경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지렁이는 여러 동물들에게 맛있는 먹이가 되기도 한다. 정말 무엇 하나 버릴 데가 없는, 그야말로 멋진 생물인 것이다. 이런 지렁이에 관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성실 작가와 이태수 화가가 콤비를 이루어 멋진 그림책을 만들었다. 글에는 과학적 내용만이 담긴 게 아니다. 오랫동안 옛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온 작가의 내공을 보여주듯 운율감이 있어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에 좋다. 또 그림은 사실성과 함께 서정적인 느낌을 담뿍 담고 있다. 자연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느낀 부분을 그림에 충실하게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때이다. 집안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거나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집 밖으로 나가 주위 생물을 관찰하고 느껴보자. 아파트촌이라고 하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풀과 나무가 자라고, 새가 우짖고 있다. 또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작은 지렁이들이 열심히 몸을 움직여 땅을 갈고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삶 자체가 지구를 비옥하고 풍요롭게 하는 지렁이. 이런 지렁이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해보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추천자 : 이상교(아동문학가), 엄혜숙(아동도서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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